호모 엔젤리너스
이명희 지음 / 네오휴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고루하고 지루하고 도덕적일거라 지제짐작했던 나눔의 이야기. 연말에나 어울릴만한 이벤트성 도서의 징후를 살짝 피해간<호모 엔젤리너스>. 

인간에게서 과연 천사의 깃털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아낌없이 내것을 내놓고(기부), 남을 돕고(봉사), 몸이나 능력이 아니라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애쓰는(소셜 디자이너) 그런 삶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책을 봐도 그들은 열외없이 특별하다. 희망 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 영인 문학관의 이어령 강인숙 선생, 푸르덴셜 생명 부사장 손병옥 부사장. 한국점자도서관관장 육근해 등등. 

현장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들의 직함은 나눔조차 권력이 될만큼 파워풀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개인의 배부름이 아니라 나눔을 향한 한걸음 더 나아가기다. 그래서 빛나는 이름들이다. 기부의 사연을 담거나 봉사의 손길들만 비추었다면 서둘러 책을 덮었을것이다. 헌데 이 착한 책이 비젼을 보여주고 있었다. 


(투병중인 아이들의 소원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위시. 백혈병에 걸린 정표는 작가가 되어싶어했지만 책을 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한다.)

기부문화 세우기나 유산 환원문제, 문화나눔, 나눔 프로젝트 등, 머지 않아 우리에게 찾아오게 될 新나눔 이야기의 최전방들. 한마디로 <호모 엔젤리너스>는 상당히 세련된 나눔 철학책이다.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이기적일만큼 짜릿한지 그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흔 쯤 되면 '나와 가족'을 위한 삶을 한 번 쯤 돌아보게 될른지 모르겠지만 그런 때가 오면 나는 이 책을 떠올릴 것이다. 혹은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자식들을 돌보며 인생의 소진한 엄마가 돌봄을 받아야될 나이가 되었을 때, 또다시 누군가를 돌보기로 몰래 결정한다. 책을 읽었을 당시에는 '키움'이 일종의 습관처럼 느껴졌었다. 자식들을 여럿 '키워내고' 농작물들을 매년 '수확하고' 그 관성에 의해 고아원의 아이들을 '돌보는'과정이 지나치게 완벽한 '자선'의 삶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현재의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환상 속의 엄마에게 해당될 해묵은 습관같은 거였다. 

지금은 충분히 그런 일이 가능해 보인다. 가족을 위한 삶과 그 이후의 삶은 분리되어야 마땅하다. 스스로 선택한 나눔의 의미는 습관이나 기쁨을 넘어 진정 '내가 필요한 자리'를 찾아가는 중요한 삶의 과정인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것이라면 우가 그런 봉사를 자랑으로 여길 것인가. 


<호모 엔젤리너스>가 한 사람의 일관된 서술로 이루어졌다면 밉살맞은 도덕책으로 여겨졌겠지만 열 한명과의 인터뷰를 담았다는 점에서 필자는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을 가늠해 보기에 이르렀다. 스스로도 장애인이면서 한국점자도서관에서 낭독봉사를 하고 있다는 윤진경씨. 그녀는 어린 시절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 내 아이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헌혈에 관한 찔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한 적십자 혈액관리본부장 박규은씨는 헌혈에 대한 오해를 걷고 국내 수혈사정에 대해서 진솔하게 말한다. 문화나눔에 대한 이어령 선생의 식견도 블로깅을 하는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누군가는 밤새도록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린다. 그 사람은 왜 그토록 소중한 정보를 아무대가 없이 올리고 앉아 있는가? 내가 온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써놓은 글을 누군가가 읽고 감동받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중략) 자기만족을 위해서든 공익을 위해서든 그들은 주는 기쁨에 중독되어 있다.(중략) 인터넷의 근간은 정보공유요, 공유는 나눔이며 본능인 것이다.

예수님이 이땅에 오신다면 농부의 모습일거라는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는 '밥이 하늘'이라는 생각아래 유기농 먹거리로 장애인과 함께 살림을 살고 있었다. 아이디어로 나눔을 실천하는 유명한 나눔가 원순씨(박원순)는 할 일많은 지옥이 천국보다 나을것 같다고 한다. 지옥에서 억울한 사람도 변호하고 나눔의 정신을 가르칠 학교도 세우겠다는 그의 말에서 기발함의 원천을 만난다. 미래에는 도포입고 시골을 누비면서 토지기부운동을 해보겠다는 신선한 포부에도 동참하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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