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비룡소 걸작선 53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곁에 있나요? 아니면 사랑타령 중인 드라마는 지금 어디쯤에 와있나요?

여전히 동성 친구의 사랑싸움 이야기는 지겹게 반복되고 있나요?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파뭍혀 사는 것 같습니다만 해결되지 않는 사랑의 레파토리는 외로움의 반증처럼보이기도 합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까요.

그래도 사랑이야기는 늘 매력적이고 즐겁고, 느닷없이 만나도 반갑습니다. 꼬여버린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면 아침 드라마의 시청률은 보장 받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사랑이야길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의심없이 베스트 프렌드이구요.

 한편으로는 늘 새로운 사랑 이야길 갈구하는 모순적인 우리에게 예술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합니다. 새로운 사냥감으로 색다른 야생의 맛을 보기 위해 숲으로 가는 중세의 사냥꾼들처럼 저는 틈만나면 사랑이야기를 찾아나섭니다.

지금 내 사랑은 언제나 부족하고 초라하고 궁색하기만 합니다. 다른 것으로 꽉 채우고 싶기도 하고 잡지에 나온 남의 집처럼 다시 꾸미고 싶기도 하구요.^^*

이번에 만난 사랑 이야기는 반할만한 그림이 곁들여진 동화를 통해서 였습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토끼 이야기라면 상상이 가시겠어요?

 이 토끼는 물론 매우 특별해 보입니다. 도자기로 만들어 졌다는 에드워드 툴레인은 가문의 성까지 물려받고 고급회중시계를 소유할 만큼 고급스런 인형입니다. 가느다란 토끼수염에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귀, 다양한 의상을 갖춘 이 놈은 주인 에드워드 애빌린에게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의 고통은 애빌린의 할머니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불행한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며 에드워드 애빌린이 아닌 툴레인의 눈을 똑똑히 쳐다봅니다. 그리고"넌 날 실망시키는구나"라는 동화 속 마녀의 대사를 툴레인에게 속삭입니다.

그 후에 떠난 가족여행과 함께 사랑스런 주인 애빌린과 헤어지게 되는, 툴레인으로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집니다. 결별의 불행이 할머니의 탓인것만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 툴레인에게 '사랑 하지 못하는 공주 이야기'는 상처로 각인되는 동시에 툴레인에게는 영영 필요없을 것만 같았던 '마음'이란 것이 생깁니다.

이제 여행이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모험담 속에서 이 토끼인형은 아프고 절망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힙니다. '사랑'이란 화두를 지니고 떠도는 사랑할 줄 몰랐던 토끼인형의 깨달음.이라고 하면 꼴이 조금 우스워지긴 합니다.

오로지 이야기의 주인공이 토끼인형이란 사실이 과연 사랑의 새로운 맛을 전해줄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감동이 컸습니다. 이 특별한 인형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우리가 숨겨놓은 사랑의 방을 엿보는듯 했습니다.

말없는 인형은 사람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이웃들과 힘겨운 삶을 나누는 법을 터득합니다. 이웃은 말없는 인형에게 마음을 열어보이면서 고통을 치유합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통해 사랑의 다른 이름 중, 자비와 애증 순애 모두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현실은 해피엔딩을 쉽게 보여주지도 않고, 그 말이 현실 밖의 상징어처럼 느낄 정도로 우리는 해피엔딩에 인색해졌습니다. 하지만 어린시절 동화로 만났던 헤피엔딩은 우리의 어린시절을 감싸주었을 것입니다. 그 시절 현실적인 동화를 찾아 읽었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얻었을까요? 과학적인 연구사례가 있다해도 알쏭달쏭 합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을 꽉 채우고도 해피엔딩으로 책을 덮고 나면 행복의 호르몬이 분비됨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의 레파토리는 결국 해피엔딩을 위해 반복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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