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중년
이상춘 지음 / 한문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올 해로 나이 서른을 채웠지만 <다시 태어나는 중년>을 재밌게 읽었다. 친정에 들를 때마다 야금야금 읽는 걸 보다 못한 엄마가 차라리 들고가서 보란다. 이렇게 선물은 도로 우리집으로 왔다. 
급하게 골라 보내긴 했지만 사실 몇 년 전 부터 이 책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선뜻 사두기도 부담스러운 가격에 두께의 압박까지 겸비한 선본을 만나고 대략의 내용은 썩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장사일로 일 분 일 초가 바쁜 엄마에게 선물 하기엔 좀 폭력적^^이지 않을까 싶어 그만 둔 적이 있다. 물론 당시 몸과 섭생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내게도 꼭 읽어두고 싶은 책이었지만 역시 여의치 않았다. 

몇 년 후-크리스티나 노스럽 박사의<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의 한국판-이라는 부제를 단 <다시 태어나는 중년>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으니, 이 한국판은 그야말로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가격과 사이즈로 재 탄생 하였다.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번역한 이상춘씨가 한국판의 저자로 되물림 되어 선본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분명하겠다.
내가<폐경기..>를 읽어두기에 여의치 않았던건 사실 다른 사정이라기보단 전문성과 진지함이 좀 부담스러웠다. 당시 꼭 필요한 책도 아니었고 말이다. 지금도 꼭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나는 <다시태어나는 중년>을 출가(결혼^^)한 모든 여성에게 권하고 싶다. 중년을 예습하고, 우리의 엄마를 이해하고, 젊음으로 방치된 우리의 몸도 살펴보자. 중년을 탐구 하는데 젊은 시절과의 연계는 필수 불가결하다.
나이 마흔에 뭍어두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시처럼 번역 공부를 시작해서 <폐경기..>를 번역하게 된 중년 여성 이상춘씨의 한국적 시각도 매우 편안한 동시에 설득력 있다. 전문적 지식이 빠진 중년의 화이팅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진정 중년에게나 젊은 여성에게 도움을 준다.

<폐경기..>를 바탕으로 제공됬을 전문적 지식이란 현대의 노화를 전담하고 있는 의학 지식이 아니다. 이 점이 이 책을 정말 특별하게 만든다. 의학적으로 자궁 근종, 안명 홍조, 요실금, 갑상선 기능저하, 비만등을 다루고자 한다면 의사가 써야할 책인 동시에 중년은 병원으로 가는 편이 낳겠지만 이 책은 열정으로 폐경기를 극복한 평범한 중년의 여성이 쓴 책이다.
<다시 태어나는 중년>은 병원에 가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의 치유를 돕는 훨씬 건강한 병원이다. 중년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대부분 마음의 병이 발현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과학적 통계적 접근을 통해 드러난다. 흔히 말하는 홧병 뿐 아니라 한갖 질병으로 의식했던 다른 증상들 역시 그럴듯한 원인으로 해부되면서 중년을 적극적으로 치유하고자 한다. '동맥을 좁아지게 만드는 주범은 동물성 단백질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과 적개심이다'라는 식으로 의학적 심리적 이유를 모두 동원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의학 전반에 걸쳐서도 매우 올바른 해법으로 느껴졌다.

책 중에 카를 융의 이런 말이 나온다. '신은 질병을 통해 우리를 찾아 온다' 이 말은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대신하는 말이기도 하다. 신진 대사가 활발하지 못하고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면서 중년의 여성은 오히려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가족을 위해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살아왔던 삶만큼이나 많이 남은 여생을 위험하고 용기 있게 써보자며 부추긴다. 이 모든 것은 중년이 맞은 신체적 정신적 위기를 통해서 라는 점이 용기를 주는 대목이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오만했던 감정이 심장을 통해 경고를 보내고 분출되지 못한 분노가 자궁내 문제를 만들고 슬픔을 억누르면서 치유의 기회를 잃는 중년의 여성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배가 나오는 것은 여성에게 남성 호르몬 양이 증가 하기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호르몬 양을 조절해 배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호르몬의 변화가 중년 여성의 진취성을 확보하는 방편이 되어 준다는 사실은, 합리적으로 보이는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도 있는 가를 짚어준다. 
정말 책처럼 노화가 주는 질병들이 우주의 섭리이며 우리는 그것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면 늙어감이 두려운 일만은 아닐것이다.
실제로 친정 엄마는 이 책을 받고 활기를 얻은 것 같았다. 주변 친구 누구누구에게 이 책을 권했고 또 한 번 읽어야 겠다며 벼르고 계시다. 내게도 즐거운 일이다. 잠시 멋진 딸로 변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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