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나고 ㅣ 나고 시리즈 1
모리 아자미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생일이었는데,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라기에 조금 고민을 했다.
이상하게 평소 땐 가지고 싶은 게 잔뜩인데
생일이 가까워 오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각종 인터넷 쇼핑몰(옷이든, 아이디어 상품이든, 책이든 간에) 위시리스트를 뒤져도
애매~ 하던 참에
갑자기 이 책이 생각 났다.
이 책은 한참 전에 서평단 모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평단 신청은 많이 하지만 당첨은 잘 안 돼 ㅋㅋ
그래도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계기.
역시나 신청했었지만 떨어졌고,
아무리 그래도 궁금해서 서점가서 봤다.
내부를 보려고 했지만 비닐로 꽁꽁 싸여 있어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잊고 지냈는데,
왠지 내 책이 될 것이었는지 ㅋㅋ 생일 시즌에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 책을 선물로 받고 너무 기뻤다.
생각보다 더 예쁜 책이라서, 또 생각보다 그림이 훨씬 많아서 좋았다.
원래는 그림이 약간 곁들여진 에세이집이려니 했었는데
온통 그림책!
이 책을 그린 모리 아자미노는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
책 속의 고양이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그림 풍도 따뜻하다.
난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어려서부터 동물을 별로 키우지 못했다.
병아리나 햄스터, 물고기 처럼 밖으로 안 돌아다니고 작은 동물들은 잠깐 잠깐 키웠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은 키울 수 없었다.
언제나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내가 불쌍했는지,
엄마가 작은 고양이를 한 마리 집으로 데려오셨다.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데 고양이를 주신건 좀 웃기긴 하지만 ㅋㅋ
엄마는 고양이 키우기가 강아지 키우기보단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하셨다.
강아지는 정말 도저히 키울 수가 없다고 여기셨다.)
엄마가 아는 아주머니가 가게를 하시는데,
그 가게에 어떤 손님이 주고 가신 새끼 고양이였다.
2개월 쯤 되었을까? 아주 작고 별로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상자에 넣어놓으면 상자가 높아서 나오지 못했다.
난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밥이랑 우유를 주고 밖에서 모래를 퍼다 화장실을 만들어 줬다.
지금 같으면 정말 그렇게 안 할텐데 ㅠㅠ
그래도 그 작은 고양이는 내가 좋은지
안 놀아주면 야옹야옹 울었는데.
할머니가 너무 반대하셔서 다시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우리집에 온지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 작은 고양이와 내가 정도 채 들기 전에 헤어졌다.
할머니가 무서워선지,
개가 아니라 고양이였기 때문인지,
아직 고양이랑 서먹했기 때문인지,
나는 별로 저항도 안 했다.
싫다고 키울거라고 울고불고하고 밥도 안 먹고 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할머니는 아직도 너무너무 무섭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개보다 고양이가 더 나랑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벌을 받아서인지
다 큰 지금은 고양이 알러지가 생겼다=_=;;
분명 그 때는 고양이랑 같이 한참을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나는 고양이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뜻일까나 ㅠ
고양이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갖 것들이 고양이로 채워 진 나고의 이야기를 읽으니
나랑 쪼금 친했었던 그 작은 고양이 생각이 난다.
이 책 속에 가득한 고양이 이야기들,
나도 내 고양이랑 오래 살았다면 많이 느꼈겠지.
사랑도 얄미움도. 고양이 덕에 웃을 수도 있었겠지.
고양이를 요물이라 여기고 별로 좋게 여기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나고의 고양이들은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을 것 같다.
여기 저기 고양이가 있고,
열차 티켓, 화폐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고
빵집에는 고양이 모양 빵을 팔고
레스토랑에서는 고양이가 골라 준 와인을 파는 그 곳.
고양이 나라 나고에 너무 가보고 싶어졌다.
나고로 들어서는 기차를 타고 나고에 내리자마자
나는 에취에취 훌쩍훌쩍 벅벅(가렵기까지 하다)하겠지만
한 번 가보고 싶다.
잉 근데 가상의 나라 ㅠㅠㅠㅠ
낚였네 낚였어.
너무나 매력적인 곳, 세상엔 없는 곳
언젠가, 언젠가는 고양이 마을 나고에 갈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