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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인 - 세상 밖에서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평점 :
'함께'가 미덕이라 여겨지는 사회에서, 혼자일 때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체 채팅방의 새 알림을 읽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고, 집단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뉴욕시통합정신의학연구소를 설립한 정신과 의사 라미 카민스키 박사는 이들에게 하나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바로 '이향인(오트로버트)'입니다.
이향인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사람을 싫어하는 이들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다르고, 안정감을 느끼는 구조가 다를 뿐입니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닌 '나'에서 시작되는 사람. 모두가 옳다고 말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조용히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신의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저 또한 언젠가부터 집단 속에 섞여 있을 때보다 조용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성향의 제 모습이 사회성 결여로 연결되어 가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카민스키 박사는 40년 이상 세계 지도자와 최고 전문가 수천 명을 상담해온 임상가입니다. 1990년대 마운트 시나이 의료 센터에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등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이뤄냈고, 11개의 국제 특허를 보유한 연구자이기도 해요. 2023년에는 '타자성(otherness)'과 '오트로버전(otroversion)'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아더니스 인스티튜트를 직접 설립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연구의 결과물인데요.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공동체적 인간을 이상형으로 여겨왔습니다. 소속, 협동, 팀워크, 관계 관리 능력은 미덕으로 받아들여졌고, 집단에 녹아드는 사람이 모범으로 평가받았었지요. 이런 환경 속에서 이향인들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결함으로 여기면서 스스로를 자책해온 경우가 많은데요. 겉으로는 온순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집단의 강요에 대한 은밀한 저항과 독립성이 존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것을 걱정해야하는 요소가 아닌 단지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자기 이해로 나아가게 하는 언어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내향인으로서 위로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책 말미에는 '이향인 테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자신이 이향인에 해당하는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집단주의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연결이 당연한 시대에 혼자만의 고독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문장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