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라진 것들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오늘도 출근길에 아침의 한강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강은 우리 눈 아래 저만치에서 조용하다.
아니다. 흔들린다.
아니아니다. 세차게 어딘가로 부딪친다.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두면, 강은 일렁인다.
바로 발아래에서부터 시선의 가장 먼쪽까지 강은 몹시도 다양하구나.
흐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조용해 보이지만, 강인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전철역에서 나오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운다.
서럽게 운다. 이렇게 세찬 빗소리와 내 울음은 하나처럼 들린다. 그래서 더욱 서럽게 운다.
너무 일찍 끝나버린 생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한 덧없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리운 것이 되어버린 그 기억들에 대해서,
기억을 소환하여 다시 기억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이 인생을 이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이 아침, 한강과 빗소리와, 오래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나, 이제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나의 님을 생각하며, 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