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라진 것들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오늘도 출근길에 아침의 한강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강은 우리 눈 아래 저만치에서 조용하다.

아니다. 흔들린다.

아니아니다. 세차게 어딘가로 부딪친다.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두면, 강은 일렁인다.

바로 발아래에서부터 시선의 가장 먼쪽까지 강은 몹시도 다양하구나.

흐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조용해 보이지만, 강인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전철역에서 나오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운다.

서럽게 운다. 이렇게 세찬 빗소리와 내 울음은 하나처럼 들린다. 그래서 더욱 서럽게 운다.

너무 일찍 끝나버린 생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한 덧없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리운 것이 되어버린 그 기억들에 대해서,


기억을 소환하여 다시 기억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이 인생을 이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이 아침, 한강과 빗소리와, 오래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나, 이제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나의 님을 생각하며,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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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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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으로서 품위와 격을 갖춘 남자를 발견하기는 힘든 일이므로,
여자는, 실수하고,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고, 다행히 성장한다.
여인의 초상에서와는 다른 여자가 있고, 공감이 되는 일면이 있고,
그리고, 나 자신을 본다.
제대로 된 남자와 여자가 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

2014년 06월 11일.

라고 책 앞면에 읽고난 느낌을 메모해 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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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나태주 시평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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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세상을 떠날 때, 그것은 경험과 상상으로 가득채워졌던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아 나는,
누군가의 죽음, 한사람의 인간에 대한 죽음을 이토록 풍부하게 표현한 문장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고 감탄한 바 있다.
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인간이 기필코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나‘밖의 타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디지털의 방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0과1사이.
똑 떨어지지 않는 그 어디 여분인지 여백인지...에 수없이 많은 표현되지 못한 표현할 수 없는.물리적 시각 일대일에 대응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그게 인간이니까. 말과 글은 인간 뒤에 온 거니까

그래서 자주 운다.
그의 경험과 상상의 도서관에 닿지 못한 나의 생은, 쓰라리다...그래서 나는, 프라하거리를 울면서 걷는 그 여인처럼 운다. 후지산을 자전거로 울면서 달리던 그 남자처럼 운다.

당신이 떠났기에, 운다.말하여지지 않았던 당신의 더많은 본질 때문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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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7-0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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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읽고 나서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드문 일 중의 하나가 책 읽고 눈퉁퉁붓기가 아닐지. 당시 제목이 너무 ˝역사스러워˝ 제대로 평가 못받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교유하던 국문과 교수님께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은 다 읽었을까?이후 만나질 못해 듣질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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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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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별점을 줄 정도는 아니고, 시작했을 뿐이다. 근데 모리에는 지금 돌이켜보니...그때 그랬다..는 서술방식을 이번에도 택하고 있다.흠...난 제인에어나 레베카 같은 소설이 요즘 엄청 땡기는데, 이건 아니면 어쩌지..싶다.조마조마..역시 너무 덥고 습한 날을 맞이하면 그냥 소설 속이 최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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