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다윈? - 신다윈주의, 비판적으로 읽기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박성관 옮김 / 그린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하늘이 높고 햇빛이 보다 투명해졌다. 태양이 지구보다 109배나 크다는 사실이 조금 실감난다. 동시에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직선으로 내리쬐는 빛을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받는다면, 우리가 모두 열로 화하거나 먼지로 다시 돌아갈 터이니까.  

차라리 그것이 더 나을 것인가 

가을이 시작될 때쯤 세권의 책을 읽었다. 오리진, 달콤쌉싸름한 쵸콜릿, 굿바이 다윈. 

오리진은 아름다운 책이다( 아, 다시 그 느낌들이 살아나네... ).종이가 반짝여서 형광등 아래에서 읽다가 눈이 자주 피로했다는 점만 빼면, 만족스러웠다. 우주의 기원과 앞으로의 운명에 대한 책들을 좀 읽은 터이라,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우주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최초의 10의 -43승초와 5센티미터, 대폭발, 먼지, 별빛,무거운 원소들의 존재,입자와 반입자, 우주상수,생명체,액체. 우리들은 그런 것들에서 왔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그 아름다운 성운들은, 우리들 과거이자 미래일 터이다. 

달콤쌉싸름한 쵸콜릿은, 사실 생각보다 별로였다. 소득이라면 멕시코 음식을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 정도. 영화를 이미 오래전에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굿바이 다윈은? 책을 받기 전 들떴던 마음은 표지를 열고 서문을 읽으면서 급격히 가라앉았다. 책을 택한 건, 1. 최첨단 다윈주의 이론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2. 알고 보니 번역자가 내가 아는 사람, 3. 출판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첫번째 동기에 대한 배반_   알고보니 12년 전에 출판된 책을 번역한 것이었다. 12년이면 그 사이 새로운 이론이 출현했을 법하고,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일선적인 DNA위주의 신다윈주의자  중 한명인 스티브핑거의 저작이 내가 알기로도 두권이나 더 나왔다. 그렇다면 구조주의적 다윈주의의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방어할 논거를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최첨단이라고 단언한 광고 문구는 아무래도 출판사의 상업적 농간같다는 혐의가 짙다. 

물론 유전자 위주의 진화론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은 공감할 만하다.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이론이므로 유익한 내용이었다.

두번째 동기_역자의 말이 좀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외는 별 문제없었다. 

세번째 동기_그린비, 책 두께와 내용의 수준에 비해 책값이 좀 비싼 것 아닐까?  

아무튼 나는 최근의 아주 첨단의 진화론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12년 전의, 그것도 출판사 직원을 대상으로 개론적으로 구조주의다윈주의가 무엇인지 강의한 내용을 첵으로 펴낸 것이라니....왠지 속은 것 같은 이 느낌,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말이지 좀더 전문적이면서 재밌는,그리고 최첨단의 진화론에 대해 알고 싶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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