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싱의 빅뱅 - 갈릴레오 총서 11 갈릴레오 총서 17
사이먼 싱 지음, 곽영직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빅뱅

사이먼 싱/영림카디날

사실 몇 백 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란 쉽지 않는 법이다. 권하는 입장에서나 권함을 받는 입장에서나 선뜻 오우케이하기 어려운 것이, 실상 서로 체면치레의 인사말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책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고 또 ‘꼭 읽을 것이란’ 다짐이 상호교환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 잠깐이나마 위로받기 위해서, 또는 문자그대도 쉬어가기 위해서 또는 비업무적 자유 시간을 무언가 즐거운 것으로 메우기 위해서 책을 집어드는 사람에게 500쪽이 족히 넘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염치없는 짓이기도 하다. 기껏해야 주관적 확신 이외는 달리 추천의 뚜렷한 사유를 들이밀기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빅뱅이론이란, 지극히 짧은 순간의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우주는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빅뱅이란 용어는 이 이론에 반대하던 영국의 프레드 호일이 비아냥의 의미로 처음 사용한 말이었다. 저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 이론이 있기 훨씬 이전, 신화가 이 땅을 지배하던 아득히 먼 시절부터 우주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있었다. 그러나 그 대답은 늘상 신화의 몫이었다. 신화가 아닌 인간의 사유에 의존해 우주를 인식하고 그 존재의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세기 경의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이때부터 비로소 과학의 영역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천동설에서 지동설, 은하의 발견과 우주의 팽창, 상대성이론 등 세기마다 거듭되는 인간사유의 발전과 함께 때로는 우연에 의해 때로는 집요한 관측과 실험에 의해 우리 인간의 물리적 존재는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어져 갔지만 그만큼 우주적 진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빅뱅이론이 우주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최종의 완벽한 이론이라고 고집하진 않는다. 빅뱅이론은 우주와 우리 자신의 본성에 대해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주고 있지만 언제 이 빅뱅의 자리를 다른 이론이 대체할 지는 모를 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둔다. 사이먼 싱은 과학저술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거대한 ‘우주적’ 문제를 한권의 책속에 집약시킴으로써 전문가의 영역이던 과학을 일반 독서의 대상으로 보편화시켰다. 서술은 쉽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과학저술이란 선입견에 주춤하던 독자들도 틀림없이 환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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