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짐 열린책들 세계문학 266
조셉 콘래드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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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열대야는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다. 인간의 혹은 이 한반도에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인내심..같은 거 말이다.
동생은 버티고 버티더니 끝내 지난 주 수요일 에어컨을 주문했다.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며 자기라도 에어컨을 사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겠노라고 선언했는데, 결국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보여주듯, 열대야에 삶이라고 할 수 없는 나날들을 아흐레나 보내고서야, 두손두발 다 들듯, 백기투항했다.별로 더위를 안타는 녀석인데도, 이번 여름의 혹독한 더위에는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러나 문득 우리는 조용해진다.
우리처럼 마음 먹으면 살 수 있고, 전기요금을 걱정하긴 하지만, 내 생명이 먼져야 하면서 켤 수 있는 조건이 안되는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어떻게 살아낼까? 피할 수 없는 태양의 열기, 한밤중까지 남아있는 그 뜨거운 낮의 흔적들을 털어낼 수 없는 사람들, 이 분명히 우리 이웃에 존재할 것인데...
이제 더위와 추위는 생존의 문제인 것 같다. 에너지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같다.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으니까...그가 가난하든 부자인든. 적어도 너무 더워서 혹은 너무 추워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게 아닐지.

로드 짐을 마침내 다 읽었다.
더우니까 외려 더 집중이 잘된다고 해야 하나..일종의 오기같은 심리로 그래...한번 어디 겨뤄보자는 심정으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 내려갔다.
지난 번 읽은 데가, 짐이 선원자격 박탈이라는 선원으로서 최악의 판결을 받고 난 직후였고,
이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느냐가 주된 줄거리이다. 짐은 파트나호라는 난파선에서, 개인적 고뇌, 양심의 가책, 선원으로서의 의무 이런 여러가지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고 해도 어차피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원이라는 불명예는 자신을, 그리고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관건은 이 사건을 알고 있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으로부터도.
그래서 찾아간 곳이 말레이반도의 어느 섬. 오지 중의 오지. 그 섬을 방문한 백인은 짐이 두번째라고 하니...어쩌면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서 제대로 숨어든 것이 맞겠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곳에서 원주민들의 불신과 경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신임을 얻어 여차여차 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잘 먹고 잘 살았다면?,로드짐이란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자신의 불명예를 알고 있거나 언급할 수 있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었던 짐이라고만 해두자.

처음 이야기의 시작부터 섬으로 가기까지는 꽤나 지루하기도 하고, 무슨 천일의 야화도 아닌데 말로라는 선장이 이야기를 혼자서 계속 이어가는 것이 지루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야기는 흡입력을 가지면서, 점점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급기야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든다.
짐이,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이웃과 친구를 얻고, 신임을 받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룬 뒤에, 어떻게 파멸하는지. 왜 그렇게 파멸해야 했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착가의 말이다.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고 하면서, 어떻게 한 사람이 저렇게 긴 이야기를 혼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비평이 있었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은 그런 비평이 수긍이 안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명예, 인간에게 명예란 무엇인가...그리고 그것을 잃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보편적 물음인가.
...명예라..명예.(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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