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김태진 전문기자의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
김태진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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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취미] 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김태진 / 김영사

 

명품 차 다 모여라

 


 

저는 자동차과를 졸업했어요. 하지만 자동차를 매우매우 싫어해요. 그래서 운전면허증도 안 땄지요. 운전면허증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고 필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필수라고 하지만 저는 자동차가 싫어요. 자동차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자동차가 싫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분해 조립 분해 조립 분해 조립. 나중엔 눈 감고도 분해할 지경이더라고요. 저는 그 때 깨달았어요. '나는 기계 만지는 게 싫다.'라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졸업 후에 기계 분야로 취직을 하지 않았어요. 무언가 싫으면 지독히도 싫어하는 이 유별난 성격 때문에 이 나이 먹도록 운전면허증이 없다 보니 자연적으로 차에 대한 관심은 제로에요. 그래도 유명한 이름은 하도 많이 들어서 알아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명한 브랜드는 대부분 들어봤더라고요. BMW라든가 벤츠라든가 볼보라든가. 뭐 이 정도.

 



이 책은 김태진 전문기자의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에요. 제가 책에 미쳐 있듯이 저자도 차에 미쳐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대단한 지식으로 책을 냈으니 말이에요. 남자들은 대부분 차를 좋아한다는데 저는 남자가 아닌 것으로 치자고요. 그런 그렇다 치고. 저자는  세계에서 최고이 명차들을 이 책에서 소개해요. 책을 읽으며 이 책의 부제로 하면 좋은 문구가 떠올랐어요. '명품 차 다 모여라' 어때요? 결국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은 죄다 비싼 차더라고요. 제 연봉을 1원도 안 쓰고 몇 년은 모아야 살 수 있는 차들이요.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난 차에 관심 없으니까'라는 생각에 '비싸거나 말거나 나와 무슨 상관이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책 뒷부분에 가면 현대 기아도 나와요. 저는 차에 관심이 없어서 차종을 얘기하면 그 차가 얼마짜리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어서 그냥 별 느낌 없는데, 아는 분들은 '우와~~~' 하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잘 모르겠고, 타보면 비싼 찬지 알겠더라고요. 일단 비싼 차는 내부가 넓어요. 앞뒤 거리도 넓고 앉아 있으면 편안하더라고요. '아하, 이래서 비싼 차가 좋구나.'라며 감탄을 해요. 제가 만약 운전면허증을 따고 차를 산다면 아주아주 큰 차로 사고 싶어요. 제가 겁이 많아서 작은 차는 운전 못 할 것 같아요. SUV 이상은 돼야 운전할 만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자는 이 책에서 각 브랜드별 역사와 대표 차종을 소개하고 특징과 장점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한 차를 살 일도 없겠지만 지식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읽으니 좋았어요. 또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는 부자가 되어 이런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땐 운전기사도 두고 저는 뒷자석에서 편안하게 집으로... 으힛... 꿈 같은 일이지만 저도 부자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글쵸? 자동차의 역사, 자동차 브랜드, 각 특징 및 장단점을 이 책 한 권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서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된 다음 이 책을 활용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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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1 알 게 뭐야 1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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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만화] 알게 뭐야 1 / 김재한 / 소담출판사

 

슈퍼스타의 성장기

 


 

둘 중 하나에요.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이 만화의 유머 코드와 맞지 않거나, 정말 재미 없는 만화거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미없는 만화라면 책으로 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안타까운 결론을 내리고 말았어요. 나는 늙었다. 불쌍하게도 아주 많이 늙었다. 이런, 젠장.




주인공인 김원준과 그의 못생긴 친구가 모델을 지원해요. 그 곳에서 얼짱녀를 만나 어찌어찌 하다 보니 같이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헤어지기 전에 연락처를 줬지만 연락은 안 와요. 1권은 딱 여기까지의 이야기에요. 이 정도 스토리라면 이 책은 최소한 세 권 이상은 될 것 같아요. 1권에서 겨우 스토리 스타르를 끊었으니 세 권은 나와야 마무리가 될 테니까요. 아, 근데 작가님. 아무리 만화라지만 김원준의 친구는 너무 못생기게 그렸어요. 만화를 보는 내내 '뭐 이렇게 생긴 게 다 있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눈길이 계속 가더라고요. 의도였다면 뭐 할 말은 없지만요.




웹툰은 스마트폰이나 PC로만 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종이책으로 보니까 신기했어요. 예전에 보던 만화와는 또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풀 컬러에 큼직큼직한 그림은 볼거리로 충분했거든요. 남자 등장인물들은 대충 그리고 여자 등장인물은 예쁘게 그린 건 작가님 스타일이라 처도 볼거리가 많아서 좋더라고요. 이 웹툰 외에도 더 많은 웹툰이 종이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구도 적고 책도 안 보는 이 나라에서 작가로 산다는 건 힘든 일이잖아요. 종이책으로 나와서 많이 팔리고 하면 작가님에게 힘도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제목이 '알 게 뭐야'잖아요. 고3인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알 게 뭐야'라고 대답하겠지요. 이 웹툰을 읽으며 나 고3때 꿈이 뭐였을까 생각해봤어요. 고3때 제 꿈은 국문과에 가서 국문학을 배운 다음 국어선생님을 하며 소설을 쓰는 거였지요. 아,,, 물론 대학을 포기하는 바람에 물건너 간 꿈이지만요. 성적은 서울에 있는 대학 국문과에 갈 수 있을 정도는 됐지만 돈이 많이 모자라서. ㅎㅎㅎ 돈 벌어 대학 가려고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되었지요.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매우매우 유명한 웹툰이 책으로 나왔어요. 지금까지 본 웹툰이 몇 개 안 되서 처음 보는 웹툰인 건 중요하지 않아요. 분명 유머 코드가 빵빵 터지는 장면인 건 알겠는데 하나도 재미없는 이 느낌은 저를 슬프게 했어요. 그리고 저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 웹툰의 유머를 이해하기엔 난 너무 늙었다는 결론이요. 작가의 장점이라고 소개한 곳곳에 있는 패러디가 하나도 안 웃겼거든요. '혹시 이거 일베충만 이해하는 그런 유머는 아닐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어요. 이런, 젠장. 난 너무 늙었어. 유머코드에 한 번도 웃지 못한 게 슬퍼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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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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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 무라야마 유카 / 양윤옥 / 소담출판사

 

뜨거운 청춘 성장 소설

 


 

수위가 조금 아니, 많이 높은 성장 소설이에요. 일본소설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수위가 많이 높아요. 아니, 어쩌면 제가 너무 구세대 일 수도요. 시대가 많이 변해서 요즘 청소년은 저 때와도 많이 다를 텐데요. 흥미진진한 건 좋은데 성장 소설이 이정도로 심해도 되나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로 인해 심란한 소년,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갈피를 못 잡는 성 정체성에 빠진 소녀. 이렇게 둘은 운명같은 만남을 계기로 급격하게 가까워져요.

 


 

소녀 에리는 동성친구에게 마음이 가면서 이게 사랑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해요. 성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궁금증 보다는 성욕이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요. 온갖 성적인 상상을 하다가 낯선 남자와 첫경험을 가졌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예요. 역시 자신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성적 욕구가 생긴다고 생각하지요. 이렇게 성 정체성 혼란을 격고 있는 소녀에게 소년 미쓰히데가 나타나요. 서핑에 빠져서 오직 서핑에만 몰두하는 소년에게 같이 자자고 제안을 하고 둘은 그 후로도 자주 만나요.

 


 

이 소설은 두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요. 서핑이 인생이 전부인 미쓰히데, 학교에선 모범생에 착한 학생이지만 오직 성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는 에리. 이렇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해요. 소년의 관점에서 소설을 읽을 때면 그의 서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소녀의 관점으로 소설을 읽을 때면 은근 그녀의 성적 관심에 호기심이 발동하더라고요. 두 사람이 한 번씩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이라 그런지 지루하지 않고 읽는 내내 흥미로웠어요.

 


 

무라야마 유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일본 3대 여류작가로 손꼽힌다고 해요. 어쩐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매우 튼튼했어요.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하면서도 각각 소년일 때와 소녀일 때의 문체가 달랐어요. 아직 1인칭 소설만 써본 저로서는 도전해볼 만 한 전개방식이었어요. 개인적으론 1인칭 시점을 좋아하거든요. 1인칭은 마치 내가 소설속 화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자극적인 앞부분과 달리 뒤로 갈수록 따뜻한 이야기가 나와요. 소년의 어머니 얘기라든가 소년과 소녀의 성숙해지는 설정들이 성장 소설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소년과 소녀는 마음속 이야기로 서로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져요. 일본 청소년이지만 마치 우리의 청소년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세월 때문이겠지요.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어떤 정보라도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어쩌면 이 소설속 이야기가 우리의 청소년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읽어본 무라야마 유카의 소설, 나름 신선하고 좋았어요. 다소 성적인 내용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심했지만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니 작가의 대담함이 느껴졌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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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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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겨울 일기 / 폴 오스터 / 송은주 / 열린책들

 

인생의 겨울에 서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책소개를 안 읽고 책을 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선지 책을 고를 땐 주로 책제목과 책표지를 참고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지르기도 해요. 물론 그 덕분에 책장엔 아직 읽지 않은 책이 까득 있긴 하지요. 이 책도 책소개를 미리 보지 않고 읽었어요. 한참 읽다 보니 '이거 혹시 일기장 아냐? 분명 장르는 소설이던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인칭 관찰자시점이기 때문에 한참을 일고 나서야 살짝 의심을 가졌거든요. 그런데 확신을 가진 건 소설속 '당신'이 이사다닌 곳을 한 곳 한 곳 모조리 소개하는 부분을 읽을 때였어요. 그냥 소설이라면 대충 어느 지역이라고 말했을 텐데 번지까지 상세하게 적어놨거든요. 그때서야 책소개를 읽어봤어요. 아,,, 앞으로는 책소개를 먼저 읽고 책을 읽어야 할까봐요. 소설의 경우는 책소개에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있을까 해서 일부러 안 봤거든요.




이 소설은, 아니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인생을 적은 저자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어요. 60여년의 삶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거든요. 소설 형식이기 때문에 '당신'이라는 호칭을 붙여 2인칭으로 썼어요. 보통 청소년 시절을 사춘기라고 하잖아요. 청년 시절을 여름이라고 본다면 불혹이라는 40부터는 가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60부터는 겨울. 그래서 이 책 제목이 "겨울 일기"더라고요. 인생의 겨울에 쓰는 일기. 앗, 그런데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잖아요. 그럼 80부터는 다시 봄이 아닐까요? 그건 그렇고, 60이 넘은 기념(?)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폴 오스터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장면들 보다도 특히나 죽음과 관련된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요? 저자의 나이를 생각해보니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흡연에 대한 부분에서 저는 뭔가 특별한 느낌도 들었어요. 제발 담배좀 끊으라는 말, 담배를 입에 댄다면 병들어 죽게 될 거라는 말을 들어요. 저자는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인가봐요. 그래서 저토록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닐까요? 저자는 자신의 흡연에 대해 후회할까요, 후회하지 않을까요. 담배를 계속 핀다면 젊은 나이에 죽을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60넘게 살고 있으니 죽음은 피한듯요.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그는 심지어 바로 옆 소년이 벼락에 맞아 죽는 것도 봤어요. 그래서였을까요. 그는 죽음을 어쩌면 슬픔으로 보지 않는지도요.




이 소설의 특징은 '당신'이라는 대상에게 말하는 거잖아요. 왜 자신의 얘기를 마치 남 얘기 하듯 '당신'이라고 했을까요? 한참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영혼이 빠져나와 과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닐까 하고요. 스크루지가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자신의 지난 시절을 마치 타인이 보듯 바라보며 잘 살았는지 잘못 산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만약 64살이 된다면, 나도 이런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몸이 말하듯 글을 쓰는 그런 때가 저도 오겠지요. 멈추지 않고 계속 쓴다면요.




당신의 흡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에게 제발 담배 좀 끊으라고, 영영 담배는 입도 대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병들어 죽게 될 거라고 애원한다. 젋은 나이에 참혹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며, 그렇게 생각 없이 자신을 살해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며 죽을 거라고 한다. (137쪽)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조부모의 죽음 뒤에도, 당신이 가장 아꼈던 사촌이 서른여덟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죽었을 때에도, 오랜 세월에 걸처 당신을 떠난 많은 친구들의 죽음을 겪을 때에도 그랬다. 열네 살 때 당신 바로 옆에 서 있던 소년이 벼락에 맞아 죽었을 때조차 울지 않았다. (141쪽)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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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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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팽 선생 / 로베르토 볼라뇨 / 남진희 / 열린책들

 

멎지 않는 딸꾹질

 


 

팽 선생은 최면요법가에요. 소설의 시작은 팽 선생이 멈추지 않는 딸꾹질로 죽어가는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해요.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며 제발좀 치료해달라고 하지요. 그동안 수많은 의사들이 치료하려 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했거든요. 팽 선생은 이렇게 환자 치료를 시작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후로 악몽에 시달려요. 얼마나 악몽에 많이 시달렸던지 악몽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요. 그런데 갑자기 정체 불명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팽 선생에게 치료를 중단하라고 강요해요. 환자는 죽어가지, 본인은 악몽에 시달리지, 치료를 중단하라는 강요를 받지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한 팽 선생은 어떻게 이 읽을 풀어 갈까요?




소설속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고 해요. 딸꾹질로 죽어가는 환자는 물론이고 팽 선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실존 인물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은 이 실존 인물과 실제적 역사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가요. 처음 접해본 작가지만 마음에 쏙 드는 몰입감은 독서에 빠져들게 만들어요. 아마도 이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뒀기 때문일지도요. 팽 선생의 악몽 얘기는 환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꿈이라는 의식상태에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잖아요. 이런 꿈과 현실의 구분이 혼동 되면 마치 환상이 현실인 것처럼 보이고, 현실은 환상으로 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게 바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도 느껴졌어요.




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면 그에 대한 꿈을 꾸곤 해요. 꿈에서는 그게 꿈이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내가 바라던 게 이뤄졌다든가 드디어 이런 일이 닥첬다든가 생각을 하지요. 문제는 꿈에서 깼을 때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 했던 경험이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내가 왜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하지'라고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요. 그러니까 대략 2년전이었어요. 꿈에서 깬 다음 이게 꿈인지 실제인지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서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친구에게 꿈인지 사실인지 헷갈리는 그 내용을 말해준 후에야 친구가 꿈이라고 판단을 내려줬지요. 이런 경험이 있던 터라 이 소설이 더 흥미진진 했나봐요. 저는 잠에 취해 있으면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가끔 헛소리를 하는데요 저만 그런 건지 다른 사람도 그런 건지... 설마 제가 이상한 건 아니겠지요?




한 페이지에 10~20여번 나오는 '있다'는 원작이 그런 건지 번역가의 습관인지는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번역자의 습관인 듯. 만약 이게 습관이라면 고치길 권하고 싶어요. 한 페이지에 '있다'가 10~20여번 나오는 건 좀 너무하다 싶어요. 참고로 '있다'는 '있고, 있어서, 있는, 있었다 등을 모두 포함이에요.) '있다'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살짝 가독성을 방해했지만 계속 읽다 보니 적응은 되었어요. 너무 많이 나오는 '있다' 덕분에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분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했어요. 이 소설은 불안과 혼란이 뒤섞이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을 감아도 뜬 것 같은 상황을 매우 적절하게 묘사했다고 해요. 이게 바로 작가 볼라뇨의 특별한 감각이더라고요. 소설 속 팽 선생의 말을 들을 댄 자연스레 긴장도 됐어요. 저 말이 정말 꿈일까? 저 말이 정말 현실일까? 이런 긴장감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볼라뇨의 첫 작품을 읽었으니 그의 또다른 작품도 접해봐야 겠어요. 그의 다른 작품에서 또다른 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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