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책리뷰/소설] 팽 선생 / 로베르토 볼라뇨 / 남진희 / 열린책들

 

멎지 않는 딸꾹질

 


 

팽 선생은 최면요법가에요. 소설의 시작은 팽 선생이 멈추지 않는 딸꾹질로 죽어가는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해요.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며 제발좀 치료해달라고 하지요. 그동안 수많은 의사들이 치료하려 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했거든요. 팽 선생은 이렇게 환자 치료를 시작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후로 악몽에 시달려요. 얼마나 악몽에 많이 시달렸던지 악몽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요. 그런데 갑자기 정체 불명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팽 선생에게 치료를 중단하라고 강요해요. 환자는 죽어가지, 본인은 악몽에 시달리지, 치료를 중단하라는 강요를 받지 이렇게 힘든 상황에 처한 팽 선생은 어떻게 이 읽을 풀어 갈까요?




소설속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고 해요. 딸꾹질로 죽어가는 환자는 물론이고 팽 선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실존 인물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은 이 실존 인물과 실제적 역사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가요. 처음 접해본 작가지만 마음에 쏙 드는 몰입감은 독서에 빠져들게 만들어요. 아마도 이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뒀기 때문일지도요. 팽 선생의 악몽 얘기는 환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꿈이라는 의식상태에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잖아요. 이런 꿈과 현실의 구분이 혼동 되면 마치 환상이 현실인 것처럼 보이고, 현실은 환상으로 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게 바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도 느껴졌어요.




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면 그에 대한 꿈을 꾸곤 해요. 꿈에서는 그게 꿈이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내가 바라던 게 이뤄졌다든가 드디어 이런 일이 닥첬다든가 생각을 하지요. 문제는 꿈에서 깼을 때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 했던 경험이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내가 왜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하지'라고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요. 그러니까 대략 2년전이었어요. 꿈에서 깬 다음 이게 꿈인지 실제인지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서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친구에게 꿈인지 사실인지 헷갈리는 그 내용을 말해준 후에야 친구가 꿈이라고 판단을 내려줬지요. 이런 경험이 있던 터라 이 소설이 더 흥미진진 했나봐요. 저는 잠에 취해 있으면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가끔 헛소리를 하는데요 저만 그런 건지 다른 사람도 그런 건지... 설마 제가 이상한 건 아니겠지요?




한 페이지에 10~20여번 나오는 '있다'는 원작이 그런 건지 번역가의 습관인지는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번역자의 습관인 듯. 만약 이게 습관이라면 고치길 권하고 싶어요. 한 페이지에 '있다'가 10~20여번 나오는 건 좀 너무하다 싶어요. 참고로 '있다'는 '있고, 있어서, 있는, 있었다 등을 모두 포함이에요.) '있다'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살짝 가독성을 방해했지만 계속 읽다 보니 적응은 되었어요. 너무 많이 나오는 '있다' 덕분에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분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했어요. 이 소설은 불안과 혼란이 뒤섞이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을 감아도 뜬 것 같은 상황을 매우 적절하게 묘사했다고 해요. 이게 바로 작가 볼라뇨의 특별한 감각이더라고요. 소설 속 팽 선생의 말을 들을 댄 자연스레 긴장도 됐어요. 저 말이 정말 꿈일까? 저 말이 정말 현실일까? 이런 긴장감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볼라뇨의 첫 작품을 읽었으니 그의 또다른 작품도 접해봐야 겠어요. 그의 다른 작품에서 또다른 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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