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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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프루를 채 드러내지 못한 작지 않은 번역 오류.

2차 본에서도 해내지 못했다.



'벌거숭이 소(2006년 번역본)', '가죽 벗긴 소(2017년 번역본)'로 번역된 제목의 단편 중 일부다. 주인공인 메로가 60년 간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계기.

동생 롤로의 죽음.

발톱이 날카로운 에뮤 새의 공격으로 배가 갈리고 내장을 먹히면서 죽음을 맞이한 장면이다.


it laid him open from belly to breakfast


롤로가 지팡이로 새를 쫓으려다 되공격을 받고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애니 프루 소설은 많은 경우 그렇지만, 묘사가 노골적이다.

그게 애니 프루다.


광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군상의 다채로운 갈등양상을 그만의 처절하리만치 잔혹한 묘사로 서사해낸다. 거기에는 작가 나름의 의도가 있다. 특히 이 단편은 '자연과 인간'의 첨예한 대립...자연에 등 돌리고 자연에 위해를 가한 인간에게 자연이 돌려주는 응징이란 무거운 주제를 일상사처럼 변주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라. 

에뮤(자연)를 지팡이로 쫓으려다 내장을 먹히고 마는 잔혹성.


한글번역은 두 가지가 있다. 

[미디어2.0[에서 2006년에 나온 조동섭 역/2017년에[ f(에프)[에서 나온 전하림 역.


먼저 조동섭 역 버전.



fight it off with his cane

지팡이로 에뮤 새를 쫓으려 하다

----------->일을 손에서 떼어 놓으시려 애쓰셨지만


but it laid him open from belly to breakfast

도리어 에뮤 새가 아버지(롤로)의 배를 가르고 아침으로 먹어 버렸다

------->아침 드실 때까지 곯아 떨어지도록 일하시곤 했죠


해석도 틀렸지만, 애니 프루의 의도된 '잔혹성', 제거됐다.


전하림 역 버전.



그놈한테 배를 깊게 배여서 아침으로 먹은 것까지 나올 정도였다.


조동섭 역보다는 애니 프루에 근접했다. 그런데 아침으로 먹은 것까지 나온 게 아니라 

에뮤 새의 아침밥이 된 것.


두 번역자는 애니 프루의 잔혹성에 다가가지 못했거나 완전히 드러내지 못했다.

도대체 롤로는 어떻게 죽었다는 것인지, 언급이 없게 된 셈이니까.


그러나 조동섭 번역가의 전체적인 번역은 아주 훌륭하다.

영어와 한글의 구조상 어려운 '순차 번역'을 달성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linen runner'를 '달리기 주자의 흰 런닝'이라고 번역하는 오류도 안타깝지만(식탁 위에 장식으로 까는 길쭉한 장식보를 말한다)

그 외에는 까다로운 애니 프루의 원문을 아주 잘 살렸다.


그러나 저 롤로의 죽음 부분은 안타깝게도 치명적이다.

롤로가 에뮤에게 먹힌 것을 잠에 곯아떨어졌다고 했으니...


소설의 서두 부분에서도 조동섭 번역본이 원문에 근접해 있다.


2017년의 전하림 역본은 서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hustler'는 '야망가'에 가까운데 

덜렁 '사기꾼'으로 번역해, 풋나기에 시골뜨기 메로를 '사기꾼'으로 전락시켜 놓았다.


개정판이 개정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우리는 아직, 애니 프루를 완전히 만난 게 아니다. 


제목도 아쉽다.


Half-Skinned Steer=>반 정도 벗기다 만 소


그런데 제목은 1차 본이 '벌거숭이 소'==> 전부 다 벗긴 이미지

2차 본이 '가죽 벗긴 소'===>역시 전부 다 벗긴 이미지


이 소설에서 'half'라는 단어는 '숨'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맥이란 소리다.


인간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상처입은 자연을 빗댄 것이다.

가죽을 벗기다 말고(차라리 다 벗겨 죽이는 게 덜 잔인하다) 그 소가 보는 데서 그 소혀를 날것으로 먹는 인간들.

반만 가죽을 벗기다 만 소가사라졌다가 메로(환상 속이지만)와 조우한다는 결말.


자, 어떤가.


'다 벗긴'것과 '반만 벗긴' 것의 차이가 없다고 보이는지?


애니 프루는 소의 가죽을 반만 벗기고 싶어했다.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애니 프루는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제목부터 틀렸으므로.

제목은 소설의 주제가 응축된, 소설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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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개천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 이야기
박상규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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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게 인생이라고 했다. 잘 믿기지 않았다. 소설처럼 깨지다가 절규하다 보란듯이 곧추서는 삶이 진짜로 있던가, 싶어서. 그런 인생을 이 책에서 만났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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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견고한 삶의 가치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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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경험, 그래서 진정한 가치. 진실, 혹은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에 가장 가까이 닿을 징검다리. 밟기만 해도 될까. 밟기만 했는데 누려도 될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둠을 주로 보며, 우리가 볼 수 없는 가치를 보아 준 저자에게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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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문장 만들기
김보원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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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에 리뷰가 하나도 없을 때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게 된다. 내가, 놓치고 있는 좋은 책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싶어. 번역을 시작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자. 번역을 20년 했지만 배울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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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임스 우드 지음, 설준규.설연지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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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서술하기‘만 읽어도 책값 건지는 책. 소설의 시점을 이렇게 푼 소설서는 없었다. 소설의 시점, 그 종류만 물고 늘어졌다면 작가, 인물, 독자 간의 거리를 조율함으로써 ‘말‘을 소유하는 것의 문제에 주목해 보길. 그 순간부터 당신의 소설쓰기와 읽기는 다른 차원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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