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기술 -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 노트
존 가드너 지음, 황유원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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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는 이름 있는 시인, 

추천사를 쓴 이들은 이름 있는 소설가들.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기에 그런 '긍정적인' 추천사를 썼을 텐데.


그들의 이해도가 놀랍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글이 딱 봐도 동시대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이 특이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다. 그것은 '동시대' 예술, 혹은 '딱 봐도 혁신적인' 예술이 본래 품고 있는 가능성이자 즐거움의 일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포함한 모든 시대에 어떤 문학은 전통적인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 존재한다. (249p)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 이중적으로 모호한 안개같은 문장이라니...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작가는 자신이 말하듯 적은 글이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까지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기 십상이며, 그것은 보통 좋은 글이 아니라 나쁜 점이 덜 두드러지는 글을 낳을 뿐이다.(250p)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을 만회해야 한다...


이게 글자는 한글인데, 의미는 어느 나라 말인지.


한글을 보면서 머리로는 그 한글을 또 해석해야 하는 이 중노동이라니.


작가는 일인칭 시점을 사용할 때 자신이 말하듯 쓰게 되므로

표정이나 몸짓 등의 묘사에 자칫 소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좋은 글은 커녕 

나쁜 점이 덜 도드라지는 글로 비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뭐 이런 뜻일까.


300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페이지가 이런 식이다.

내 머리로는 단 한 페이지도 속 시원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짓말 일도 안 보태고.


이 번역서가 쓰인 방식대로 리뷰를 쓰자면 이러하다.


번역자도, 추천한 이들도, 이 책을 편집하고 검수했을 출판사도, 그들이 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쓰거나 편집한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의구심을 들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주술부의 지대하게 모호한 호응에 있다고 보는 것에 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사양이나 스타일, 글자 크기, 행간, 편집 디자인은 뭐 하나 나무랄 부분이 없다.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 커버.


더구나 존 가드너인데...


아마존에 올라온 리뷰 하나를 보자면 이렇다.


One of the best books on writing about writing that I have read. Comparable to Stephen King's, On Writing. Yes, it is that good. In Part I Gardner lays out a compelling treatise about the genre of fiction, what it is and why it is important. In Part II he discusses the how-to of writing good fiction, where he talks about common errors, technique and plotting at length. One of the benefits from reading The Art of Fiction is that it gives the reader a crash course in literature, who many of us that come from a Science, Technical, Engineering and Math (STEM) background are sorely lacking in. This said a writer who has grown up in the sciences, or engineering, or business worlds will find this book very useful in "catching up" a bit to our friends who have read all of classics and can retell significant scenes as though they were there. Again, this is a must (must) read for ALL writers, not just fiction writers.


심지어, 이분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뒤지지 않는다고.

그런 책이 왜 이지경인지.

뭐,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 비교라도 해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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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28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의 문제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마케팅을 위해 유명인을 쓰는 것보다 해당 전공자(이 경우에는 문예창작 분야겠죠) 중에 번역 평이 좋은 분을 섭외하는 것이 독자를 위해 그리고 그 책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번 번역된 책은 재번역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깝게 사장되는 책이 많은 것 같아요. ㅠㅠ

젤소민아 2023-03-2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지간하면...번역한 분 노고를 알기에 불만을 표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 책, 정말 내용 좋거든요. 최근 나온 조지 손더스 작법서(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는 번역이 좋습니다. 그 책에도 인용된 단편소설들이 많은데 국내에 소개 안된 작품들도 좀 있거든요. 그걸 새로이 다 번역을 했어야 할 텐데, 번역이 참 좋더군요. 그 외에 프랜신 프로스의 작법서도 정말 번역 잘됐고요.

DYDADDY님 말씀처럼 유명인 마케팅보다 문예창작이나 비평쪽 전공이나 번역 경험이 많은 분이었다면 좋았을 듯요. 정말 이책은 재번역되어서라도 다시 나와야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책, 정말 좋거든요. 번역자분께 개인적 유감이야 있을 리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좋은 책의 내용을 절반의 가치도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여겨질 때 돈 문제를 떠나 속상한 일이죠. 고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3-29 00:14   좋아요 1 | URL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읽다가 집어던진 경험이 있다보니 젤소민아님의 감정에 공감했어요. ㅎㅎㅎ 결국..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할까요. ㅠㅠ 그리고 고견이라는 단어는 저를 너무 높이 올리시는 것 같아요.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 많이 아프니까요. ㅋㅋㅋㅋㅋ 그저 지나가던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이 공진하여 한말씀 올린 것이라 가벼이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

niceyong 2024-02-07 0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합니다. 진심으로. 악으로깡으로 겨우 한번 다봤는데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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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밸리모어에서 일했는데, 저녁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말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주먹에 꽉 움켜쥔 짐처럼 그날의 좌절을 들고 왔다.

(39p)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아마 사랑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나의 투명한 부모를 뚫고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39p)


소설을 읽다 보면, 말을 건네오는 텍스트가 있다.

실력 있는 비평가가 정해진 문구 속에 소설 속 텍스트의 의미를 

제 아무리 욱여넣어도

소설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귀속되는 텍스트가 있다.


그래서 나만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듯,

지그시 바라보게 되는 텍스트가 있다.


글자와 글자의 조합에 불과한 척 무심히 도열되다가

글자를 낱낱으로 해체해도

여보란 듯이 

그게 존재했던 자리를 움켜쥐고 견디는 텍스트가 있다.


오랫동안 저 텍스트를 응시하게 된 이유는 뭘까.


소설 속에서 맥스가 '신이 모두 떠난' 시절의 '바다'를 찾듯,

나도 나의 '바다'로 찾아간다.


나의 바다, 그 언저리에서 모로 누운 내 부모를 본다.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놓은 부모를.


그리고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이제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나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뚫고 드디어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나.


투명해지기까지, 

'부모'란 이름으로 그들은 또 얼마나 시야가 흐려졌어야 했나.

그 부모들에 의해.


존 밴빌의 '바다'는 

모쪼록, 한 문장도 소홀히 하지 말고 읽어보라는 충고가 진즉 있었다. 


그의 바다를 따라

나의 바다를 찾게 될 거라곤 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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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기술 - 읽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디스 워튼 지음, 박경선 옮김 / 젤리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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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을 읽고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겐, 결말이 식스센스급 핵반전이었다.

적어도 식스센스가 끝나고는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으니까.


알고보니, 첫대목에서 등장한 '등굽은 암말'이 괜히 등이 굽은 게 아니었던 거. 


'징구'에서는 또 얼마나 고급지게 위트 넘치는가.

'로마의 열병'은 또 얼마나 능청스러운가.


두 친구의 인생이 걸렸을, 엄청나게 큰 일을

대단히 별일 아닌 걸로 천연덕스레 눙치는 기술.


이 얇은 작법서에 담긴 이디스 워튼의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

19세기 사람답게, 사용한 단어가 단어가 19세기적이라 원서로 읽기에 애먹던 참에,

번역서가 나왔다.


그것도 두 권씩이나.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이디스 워튼 - 모바일교보문고


박경선 역자본은 '습니다'체로,

최현지 역자본은 '하다'체를 채택했다.


고민없이 박경선 역자본으로 구입했다.


'미리보기'로 비교한 결과, 조근조근 들려주는 식이 어쩐지 더 19세기다워서.


그리고 이디스 워튼의 작법서이 부제가 'The Classic Guide to the Art of the Short Story and the Novel'인데 '도롱뇽'은 좀 '클래식'해 보이지가 않아서.



이디스 워튼의 작법서는 첫 대목에서 이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인물이 거리에서 영혼으로 극적인 공간 이동을 이룬 작품의 효시가 이 책이라며.


신화 및 영웅담 위주의 로망스에서 드디어 '소설'로 옮아간 

지금의 소설은 '돈키호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의 인물은 '클레브 공작부인'을 기해, '영혼'을 입는다.


외형의 가없는 언저리를 맴돌던 소설이 

드디어 비가시적인 내면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형'으로서 존재하던 소설의 인물에 '격'이 부여된 것이다.


졸지에 클레브 공작부인까지 읽어냈다.

하도 구석에 꽂혀 있어 찾기도 힘들었다는.


아무튼 뒤쪽을 못 읽어서 다 읽고 자세한 리뷰를 하기로.


이디스 워튼의 사후 70년이 지났다.


고로, 그녀의 작품은 저작권이 뻥 뚫렸다.

아무나 번역해도 되고 아무나 출간해도 된다.


그래서일 것이다.


번역판본이 동시에 두 버전이 나온 것은.


아마 앞으로 이디스 워튼의 번역작들이 쏟아지지 않을까.

좋은 일이다.




우리집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있는 이디스 워튼의 생전 자택.

직접 디자인해서 직접 건축했다는 집이다.


그 앞쪽으로 산책길이 예술이다.


이런 곳에 살면서 소설 쓰면 나도 좋은 작품 쓸 것 같다.....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3초 정도 했다.

5초 정도 안 한 건, 동행자의 한 마디가 도움이 됐다.


"이런 데 살면 안 심심하나?"


소설은 심심해야 잘 써질까, 안 심심해야 잘 써질까?


그나저나, 이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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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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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단, 어떻게 중요한지는 모른다. 기록에 관해, ‘남기는 것‘만 안다. 그래서 나의 기록은 남지 않는다, 늘. 늘 남는 기록을 위해 ‘어떻게‘ 중요한지 이야기하는....그런데 너무 오래 그 이야기만 하는. 부디, 실제를 달라. ‘거인의 노트‘에 ‘노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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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3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 제가 책을 읽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책을 읽어보고자 뜻을 알고 싶은데,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제 해석과 맞는지 봐주세요!
기록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
어떻게 중요한지는 모른다 = 기록 방법
‘남기는 것‘ =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남겨진 글
기록 = 올바른 방법으로 남겨진 글
작가는 방법보다는 왜 기록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답글의 필자는 답답함을 느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젤소민아 2023-03-31 03:42   좋아요 1 | URL
명확한 쓰기를 하지 못했나 봅니다 ㅠㅠ
사과드리며, 풀어보겠습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단, 어떻게 중요한지는 모른다.
-->기록의 중요성은 알지만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잘 모른다.

기록에 관해, ‘남기는 것‘만 안다.
--->오로지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충족시키려는 이유만 안다.

그래서 나의 기록은 남지 않는다, 늘.
--->그래서 부지런히 메모하고 기록하지만 행동만 남을 뿐,
‘기록‘ 자체는 남지 않는다. (‘효과적으로‘ 남기는 법을 모르므로)

늘 남는 기록을 위해 ‘어떻게‘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늘 잘 남길 수 있는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런데 너무 오래 그 이야기만 하는. 부디, 실제를 달라. ‘거인의 노트‘에 ‘노트‘는 없었다.
------>기록의 중요성에 관해 오래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how‘를 달라. 어떻게 남겨야 기록(note)이 남는지.

거인의 노트라면서....‘거인(기록에 관한 전문가적 지식)‘은 있는데
‘note‘(거인이 기록한 기록의 실제‘는 없다

--->첨언하자면, 조금은 ‘note‘의 실례가 있지만 적습니다....

ilikems 2023-04-0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기록에 관한 책인데 주구장창 서술만 하고 기록물 예시가 적은 것은 답답~보통 이런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떻게‘ 썼는지 실제 자료를 보기 위해서 인데요~ㅠ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MBTI - 명작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임수현 지음, 이슬아 그림 / 디페랑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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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도 되는데, 진짜 좋은 소설 속 인물은 안 건드렸으면 참 좋겠는 게..


소설 속 인물은 소설이란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들은 소설 속에서만 숨 쉴 수 있다.

밖으로 나오면 숨을 못 쉰다. 죽을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의학적/사회학적/심리학적/사회심리학적 등등의 시도로


뫼르소는 감정이 거세된 사이코패스, 

라스콜리니코프는 충동조절장애, 

보봐리 부인은 연극성성격장애

바틀비는 사회성 제로의 아스퍼거...


이런 식으로 하는 규정의 시도가 소설 인물을 밖으로 끌고 나오는 행위에 속한다.


'이방인'을 끝까지 읽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무지 이해 안 가는 뫼르소지만 한 자락, 우리와 겹치는 빗금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소설 밖으로 나오는 순간, 뫼르소에 붙게 될 라벨은 수두룩하다.


뫼르소는 소설 속에서만 뫼르소다.

소설 밖에서 그는 대번에 환자요, 살인범일 뿐이다.

소설 밖은 그런 곳이다.


상식과 비상식만 존재하는 곳.

그 사이의 분명한 선을 목숨을 지키려 하는 곳.

그 사이 모래알처럼 많은 가능성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는 곳.


소설 속에서 인물이 자유로운 이유는 

그 사이를 유영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살과 뼈를 깎아낸 노역 덕에...


MBTI라...


소설 속 인물에 그걸 매겨 뭘 어쩌자는 걸까.

'나'와 비슷하니 그 인물의 행위를 생활 속에서 참고하자는 걸까.


소설 속 인물은 그런 거 모른다.

그들에겐 획일화된 성격이란 없다(전근대 소설이라면 모르지만).


소설 속 인물에 우리가 감동하는 이유는 그들이 변하기 때문이다.

변형(transform)되기 때문이다.


소설 처음의 인물은 결말의 인물과 다르다.


방 안에서 아무 짓도 안했다 하더라도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닌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자.


소설의 처음과 끝만큼의 시간 동안, 소설 밖의 당신이여.

그리 변한 적이 있던가.

변해 낸 적이 있던가 말이다.


소설 속...

특히 명작소설 속 인물은 제발 뭘로 좀, 뭘로도 규정하지 말고 내버려 두길.


감동에....명작에서 얻는 드문 감동에

방해받는단 말이다. 


뭐, 흥미를 끌 수는 있겠다.

재미도 느낄 수 있겠다.


그러나 그걸 감동과는 결코 바꾸고 싶진 않단 말이다.

(정말이지, 목차만 읽는데도 가슴 한쪽 감동저장고에 구멍난 느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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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밖에 있는 우리도 경험이 쌓여서 천천히 변하는 경우도 있고 극적인 사건을 겪으며 변하기에 MBTI는 그 검사를 하는 시기에만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타인이 보는 ‘나‘를 투영하여 답할 수 있기에 재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하물며 소설 속의 인물은 언제 어떤 상황에 그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에 유형 하나로 규정하기에는 너무 거칠게 판단하는 것 같아 젤소민아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젤소민아 2023-03-03 09:26   좋아요 1 | URL
답변 감사해요 DYDADDY님~. 언젠가 친구 하나가 자기는 소설을 못읽겠다며 그 이유를...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괴퍅하고 가난하고 나약하고 정신이상자 같다고요. 소설 인물을 유형화하는 순간 소설에서 멀어진다는 걸 그때 절감했죠. 소설을 쓰고 또 읽는 사람으로서 소설에서 멀어지는 마음이 하나라도 더 생길까 우려됐나 봅니다.

물론, 이 책으로 소설에 없던 관심이 생긴다면 박수칠 일이고요~.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은 언제 어떤 상황의 독서인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2023-03-03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3-03-0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뫼르소가 싸패고 바틀비가 아스퍼거라고요??? 헐.
심리학이든 문학이든 어느 한쪽이 잘 안된 상태에서 글 쓰신 건가 싶어질 정도네요;;

젤소민아 2023-03-03 12:15   좋아요 1 | URL
앗, 제가 그런 게 아닌데요 ;;; 인용한 거랍니다.

북클럽이나 소설 토론 같을 걸 하다 보면 그렇게 의견을 내는 ‘전문가‘분들이 있습니다. 의학 쪽이나 심리 쪽 분야 공부하신 분도 그렇고, 그런 전공자가 아닌 분들도 이해가 잘 안가는 인물들이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죠.
그럴 때 좀 설전이 붙고요.
소설 속 인물을 그렇게 라벨링하는 건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일견, 그런 해석을 흥미로워하는 시선도 있고요.

저같은 경우는 세상의 어떤 잣대나 표식으로 소설 속 인물을 재단한다고 할까요..
그럴 때 뭔가 막연히 그 인물에 품던 동경이랄까, 의문이랄까(좋은 의미로요)..
그런게 김빠지는 느낌이 드는 편이라서요.

뫼르소가 싸패고 바틀비가 아스퍼거니 하고 보는 시각을
제가 불편해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그리 본다는 게 아니고요~~;;

저 책에서 그리 말한 것도 아니고요. 소설 밖에서 그리 말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자꾸 소설 밖에서 인물을 끌어내려 하는 시도들...소설이란 프레임을 나오는 순간, 소설의 텍스트가 정교하게 직조한 소설적구도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데 말이죠...

persona 2023-03-03 12:28   좋아요 0 | URL
저도 젤소민아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걸로 읽지 않았어요. ㅎㅎㅎ 저 책이 그렇게 쓰였다는 건줄 알기는 했는데 아니군요. ^^;; 그런 시각이 저도 이상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젤소민아 2023-03-03 12:3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뭐여요..저, 요새 왜 독해력이 떨어지죠..ㅠㅠ

요즘 MBTI가 극성이라 저한테도 제 유형이 뭔 거 같다..이러믄서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고요. 왜들 그리 규정짓지 못해 안달일까요, persona님..

저만 해도 저안에 유형 디기 많아요...하나 아니던데요.

하물며 소설 속 인물을 하나의 MBTI로 묶어두려 하다뇨...I
산티아고의 MBTI가 뭐다..하고 목차에 있던데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누가 뭐라한 듯 왜 불끈, 억울하기까지 하냐 이거여요 ㅎㅎ
나쁜 소리한 것도 아닌데요.

persona님 생각이 더 궁금해요~


persona 2023-03-03 12:48   좋아요 0 | URL
성격은 이 성격과 저 성격이 불연속적인 게 아니라 연속선상의 어느 축에서 경향성이 강하고 덜한 걸로 측정이 되는 거니깐 아무래도 엠비티아이가 같아도 완전히 동일한 성격은 아니죠. 그리고 엠비티아이에서 재는 성격 축 자체가 orthogonal하지가 않아요. 이거랑 저 축이 막 겹쳐요. 그리고 성격의 정의 자체가 개인이 일관되게 가지는 영속적인 특성을 말하는 건데 엠비티아이가 바뀌고 여러개라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성격이 아니라 취향이나 행동변화를 더 재고 있는 듯 하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는 mbti가 뭐야 하며 서로 공유하는 건 외로워서 아닐까요. 아이스브레이킹도 되고요.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을 걸어가는데 깜깜하고 무서우니까 나랑 비슷한 성향의 누군가는 이런 성격으로 이렇게 대처하며 삶을 살았다, 이렇게 보면 더 동질감도 느끼고 안심도 되니까요. 애니어그램이 작가님들 사이에 한동안 유행했던 것 보다도 더욱 명료하게 분석이 되는 거 같아서 쉽게 빠져들기 좋은 거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어설프게 소설속 인물에게 정신장애나 성격장애로 라벨링 하는 건 별로이지만, 등장인물이 이런 MBTI같다고 쓴 책은 적어도 추후에 내 성격과 비슷한 책은 찾아읽을 사람들이 늘어나니 괜찮은 거 같기도 해요.
근데 사실 막상 찾아보면 등장인물이든 현실속 지인이든 같은 엠비티아이라도 또 저랑 많이 다르죠. ㅎㅎㅎ

젤소민아 2023-03-03 13:05   좋아요 1 | URL
[등장인물이 이런 MBTI같다고 쓴 책은 적어도 추후에 내 성격과 비슷한 책은 찾아읽을 사람들이 늘어나니 괜찮은 거 같기도 해요.]--->저도 요건 기대해요~. 찌찌뽕.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을 걸어가는데 깜깜하고 무서우니까 나랑 비슷한 성향의 누군가는 이런 성격으로 이렇게 대처하며 삶을 살았다, 이렇게 보면 더 동질감도 느끼고 안심도 되니까요.]--->바로, 이 점 때문에 소설 속 인물에 MBTI의 부여는 찬동할 수 없다는 쪽이에요, persona님. 소설 속 인물은 ‘성격‘이나 ‘유형‘으로 삶을 대처하는 게 아니잖아요...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소설 속 인물은 성격/유형이 fixed up된 존재로 바라봐지기보다는, 소설의 ‘플롯‘에 수동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캐릭터가 build up되는 존재니까요. 그래서 소설 속 인물에 사회심리학/인지심리학적 차원의 라벨링도 문제지만 어떤 식으로든 하나의 유형으로 고착시키는 건, 조금 쎄게 이야기하면..그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봐지기도 해요. 물론, 긍정적으로 본다면 소설 속 인물과의 동일시가 쉬워지긴 하겠죠. 그러나 그 동일시도 개인적 체험으로서의 ‘독서‘에서 얻어져야 한다는 생각요.

이런 책의 소용이랄까, 쓰임이랄까....그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요...
시대의 요구란 생각은 들어요. 다만, 개인적으로 지나치기가 힘들어서 그렇죠~ㅎㅎ

persona님 이야기는 자꾸 듣고 싶어요. 댓글 자체가 인문학이다 보니~ㅎㅎ
감사해요, 늘 유익한 댓글요!

persona 2023-03-03 13:35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님 말씀이 맞죠.
시대가 요구하니까 책이 나오는 거요. 그게 요즘은 정말 MBTI인 거 같아요.
제가 그래서 한동안 힐링 책이 그렇게 싫더라고요. 퇴사랑 번아웃 책이요. 퇴사하고 여행다녀오는 것도요.
자기가 저지른 문제 해결 안하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많아지는 이유가 그런 베스트셀러들과 그런 컨셉의 유튜브 같은 거 때문이 아닐까 싶어져서요. 점심시간 문자 퇴사에 분노도 하고요.
사주 공부할 때도 그래요. 명리공부는 오히려 더 풍부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공부하다보면 저사란 사주는 저러니까 더이상 알아보지도 않는다거나 단식사주로 어설프게 다 때려맞추려는 완장 찬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점사도 아닌데 말투부터 무당처럼 단호하게 다 안다는 듯이 그러고.
그 사람 단식 사주는 그게 아닌데 주변 글자들이 그사람 특성처럼 보여서 쉽게 단식으로 너 ㅇㅇ일주지? 이런식으로 후려치는 거를 참 많이 보고 거부감 느꼈었는데요. 그게 맞을 거라고 완벽한 타인이 확신까지 하는것도요.

소설에서 정신병 찾기와 성격갈라치는 것도 좀 그런 행동들처럼 보이죠.
소설은 공부하고 읽는 거 자체가 한줄요약에 퉁쳐지기 어려운 맥락을 구구절절히 구태여 설명하고 있는 장르인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얜 이렇다 라는 결과론적인 말을 하면 그 책에서 읽어낼 수 없는 다른 걸 많이 놓치고 말죠. 그래서 저도 공대에서 문학수업 들을 때 힘들었긴 했어요. 한시간 내내 뭐가 되든 좋을 이야기로 서로 토론하고 추측하고 싸우는게요. ^^;;
사람들이 많이 아는 MBTI로 공감을 유도하는 책이 나오는 거는 일단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근데 MBTI광풍 좀 지겹죠. 맨날 너 엠비티아이 TJ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 듣는 것도 그렇고요. ㅋㅋㅋ 근데 또 그런 게 과도하게 만능인 거처럼 다루어지는 거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것도 좋아요. 더 많이 나와야죠.
이거 지나가면 또 뭔가 비슷한 광풍이 불겠지만요. 저도 좋은 인사이트 감사해요. 젤소민아님. ^^

젤소민아 2023-03-03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persona님하고 수다떨면서 밤새고 싶어지네요~(미국 사는 거 티났네요 ㅋㅋ)

[소설은 공부하고 읽는 거 자체가 한줄요약에 퉁쳐지기 어려운 맥락을 구구절절히 구태여 설명하고 있는 장르인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얜 이렇다 라는 결과론적인 말을 하면 그 책에서 읽어낼 수 없는 다른 걸 많이 놓치고 말죠]. ===>이 말씀 넘 좋아요. 소설 쓸 때 꼭 참고할게요.

이제 광풍은 ChatGPT가 몰고 오겠죠? ㅎㅎ
광풍에 쓸려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그쵸? 좋은 하루, 이틀, 사흘...내내 되세요!

persona 2023-03-03 13:44   좋아요 1 | URL
이미 많은 걸 응용하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머리쓰기 싫을 때 chatGPT가 참 유용한 것 같아요. ㅎㅎㅎ
미국 사셨군요.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