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물이 하등하고 어떤 동물이 고등하다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편견임에 틀림없다. 모든 현생 생물들은 각자 그들만의 생존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진화해 적응해 왔으며 단지 어떤 동물이 시각이 발달했다면 또 다른 동물은 촉각이 발달했거나 어떤 동물이 두뇌가 발달했다면 또 어떤 동물은 다리가 발달했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선택되어 살아남는 것이다. 

존재의 대사슬은 모든 생명체에 위기 관계를 부여하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중세 인간들이 남녀의 위계관계를 세우고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인종간의 위계 관계를 세워 놓았듯이 말이다. 도킨스는 이렇게 인위적인 위계 관계의 맨 꼭대기에 신이 있고 그 밑에 각종 천사들이 있고 그 밑에 각종 계급과 인종으로 다시 구분되는 인간들이 있고 그 밑에 동물 그 밑에 식물 그 밑에 미생물이 있다고 말한다. 

진화는 모든 방향으로 발산하며 모든 생명체는 모두 생존에 뛰어나다. 따라서 고등생물과 하등생물을 분류하는 것은 기준의 문제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똑똑하거나 인간과 비슷하더거나 하는 속물적 이유가 하등이니 고등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반진화적 개념이다. 침팬지보다 사람이 더 고등하다는 생각, 혹은 말 자체가 인간이 침팬지보다 더 진화된 생명으로 잘못 인식하게 하는 말이다. 시간이라는 수평선 상에서 현재라는 시간 점을 기준으로 똑같이 생존해 있는데 뭐가 고등하다는 말인가.ㄱ께 인간에 더 가깝다는 거라면 날지 못하고 물속에서 숨쉬지 못하고 냄새맡지 못하는 등등의 이유도 고등하다는 이유가 된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동 조상을 가졌을 뿐 서로 다르게 진화해왔다. 그들의 조상과 인간의 조상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서로 갈라져너온 진화적 뿌리를 만날 수 있고 그 이후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생존에 필요한 기관을 적응시켜갔음에도,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라는 비유가 별 반대없이 종종 쓰이는 이유는 그 조상의 외모 혹은 또다른 생물학적 특징이 사람보다는 침팬지와 더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던 사람은 사람대로 침팬지는 침팬지대로 각자 길을 걸어온 결과가 현재고 현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미래의 고등 생물은 무엇이 될지 아직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가 창조과학회의 주장과 맞대응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도 좀 소모적인 구석이 있다. 전에 진중권이 했던 어록 중 이런 게 있다.

"말을 해도 못알아 먹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도킨스의 경우 앤디와의 인터뷰에서 그말을 못알아먹는 정도가 절정을 이루는데, 도킨스에게 발린 많은 종교적 논쟁 비디오 중 하나인 인터뷰 전문이 여기에도 실렸다. 앤디는 진화의 증거를 보여달라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도킨스는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화석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가서 보았냐고 말하는데, 대답은 않고 증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렇게 되면 마치 진화론 자체가 그 무식한 사람들의 주장과 대응되는 팽팽한 논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자 증거를 보여주시죠.

과학은 무슨 살인 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타고라스의 법칙처럼 단 한개의 증거로서 진리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퍼의 말처럼 기존의 진리는 새로운 진리가 나타나면 전복되기도 하지만, 그 전복의 근거 역시 이제껏 과학이 쌓아온 것들에 기반하여 보완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일반 대중에게 그것은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의 문제고 탐구의 문제다. 하지만 진화를 종교로 파악하고 '믿지 않는' 창조과학회가 내놓는 자료들은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 자료들이 아니라 단지 진화를 잘못 이해하거나 혹은 진화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앙 속에 전해오는 신화들의 모순을 가리기 위해 걸고 있는 일종의 체면요법 같은 거다. 이런 억지 주장에 일일히 대응을 하면 진화의 근거가 절대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이런 대응 때문에 진화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더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상반된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았다면 진화와 자연선택은 믿고 자시고 할 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알고 보니 한국 창조과학회의 회원중 박사급들이 있다고 하는데 전공이 유전학인 경우는 없고 공학이나 의학이라고. 그런데 그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는 상관없는 분야의 박사라는 권위로 이론을 호도하는 듯하다) 어쨌든 그 앤디리는 사람에 따르면 자신은 그걸 믿지 않는다는 거다. 도킨스가 화석의 예를 설명하면서 박물관에 가봤냐고 했을때에도 그는 실질적 증거를 대라고, 이제까지 출간된 중거들은 그냥 머리속에서 상상했을 뿐인 것들을 종이에 그린 것이므로 만져질 수 있는 증거를 대라고 한다. 

결코 잃어버린 적 없는 진화의 고리들

그들의 허무맹랑한 여러 주장 중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 중 하나가 '잃어버린 고리'이다. 이 말만 들으면 진화를 설명하는 화석 중 진화의 어떤 단계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도약에 대한 화석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들릴 수 있는데 이게 다 말장난이다. 도킨스가 제시한 예중 가장 쉬운 예는 청소년에 대한 비유로, 인간은 18세 생일을 맞아 갑자기 유년에서 성년으로 뛰어 점프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단지 이름이 다르다고 해서 그 계통의 중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원을 따질 때 물고기처럼 매끈하게 생긴 생물들이 가득한 바다에서 인간이 걸어나왔다고 하는 사실은 은근 믿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다양한 고생대의 화석은 어류와 양서류 그 무엇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다채로운 생명들의 흔적을 시대적 지층 위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그런 사람이 없겠지만 흔한 예로 인간의조상이 원숭이었다는 걸 믿으라는 거냐는 비슷한 말도 자주 쓰이는데, 그런 의문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의 외모가 원숭이와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진화 역시 창조론자들에게 회의적 소지를 준 것은 과학계의 폐단이랄 수도 있는 선조들에 대한 개별 학명에 대한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18세를 전후로 해서 갑자기 투표권이 생기고 법적 성인 상태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점진적이고 꾸준한 변화가 생략된 채로 18세의 생일날 갑자기 키가 50센티 자라고 목소리가 변하고 모든 어른으로 바뀌지 않는 것처럼 인간의 선조들도 진화할 때 호모 종들과 다른 종들 사이의 구별이 매우 점진적이어서 그것들이 발견된 시기와 학명의 규칙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각기 독립된 생물체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물론 이러한 자세한 설명이 명료한 이해을 돕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진화 자체를 믿음의 문제로 보지 않는 대다수의 독자에게 창조론자들의 바보같은 주장을 일일히 상대하는 부분은 도킨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뭐 미국과 영국에서는 진화를 믿지 않는 인구가 사십프로나 육박한다고 하니 상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일 거 같긴 하다. 그렇게 살다 죽으라 냅두지 뭐..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갈릴레오를 핍박하고 천국에 간다고 굳게 믿음으로서 정신적 승리를 이뤘던 쾌거는 진중권의 어록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같다. 역으로 말해 이기려면 말을 통하지 않게 막무가내로 나가며면 되는데, 이 때 이기는 사람은 이겼다고 믿은 사람일 뿐 아큐정전적 정신적 승리 속에서 주변의 비웃음을 모르는 것이겠고.

연대측정의 원리

방사능 시계의 원리를 대중이 알아먹게 기술하고자하는 노력은 창조론자의 주장에 맞추기 위해 더욱 필요했을 듯 싶다. 특히 그들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능 연대 측정의 증거를 피해 지구의 나이를 왜곡된 시각으로 젊게 유지한다. 그렇다면 화석 증거의 연도들은 어떻게 확인할까.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성자의 갯수가 원자번호 즉 원자표의 이름을 결정하고 중성자의 갯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것에서 착안하여 화석의 연도를 측정한다. 그러니까 중성자의 갯수에 따라서 안정된 원소와 불안정 원소로 나뉘는데 불안정 원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발적으로 붕괴해 다른 원소로 바뀐다. 이 불안정한 원소들의 예측 가능성이 방사능 시계를 가능하게 한다. 불안정성은 중성자가 관여하는데 네 가지 종류의 붕괴로 구분한다. 

첫째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어 주기율표 상에서 한단계 위의 원소가 된다. 나트륨-24가 마그네슘-24로 바뀌는 예가 그것이다. 둘째는 반대로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어 주기율표 한 단계 아래 원소가 된다. 셋째는 우연히 돌아다니던 중성자가 핵의 부딪쳐 양성자를 밀어내고 차지하여 주기율표 한단계 아래 원소가 된다 네번째는 알파붕괴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가 합쳐져서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

각 불안정한 원소들은 저마다 독특한 속도로 붕괴한다. 붕괴율을 재는 잣대로 반감기가 선호된다. 어떤 원소의 반감기가 수억에서 수십억년이라면 진화적 규모의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탄소 시계의 원리는 이렇다. 대기 중 co2에서 방사능이 없는 C-12가 대부분인데 1조개 중 1개가 C-14이고 반감기는 5730년이다. 식물은 호흡으로 탄소를 당에 엮고 먹이사슬로 이동된다. 

이 모든 먹이사슬 내에서 탄소가 소화되고 호흡하여 순환하는 동안에도 방사성 동위원소 C-14의 비율은 변하지 않지만 죽는 순간부터 탄소-14는 붕괴하여 질소-14가 된다. 즉 죽는 순간부터 영점화가 되어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토라노의 수의는 기록상으로는 1300년대에 등장했고 16세기부터 토리노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천 재료로 쓰인 아마가 베어진 시기가 ,3군데서 독립적르로 측정한 결과가 13~14세기의 것으로 밝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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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2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진화론을 이해하거나 믿는것은 아닙니다ㅎ 똑똑한 사람들 중에서도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ㅋ 특히 종교인인 경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