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로서는 두번째 읽은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이다. 감각적으로는 프레드릭 베크만 엉뚱함과 따스함을 품고 있는 류의 소설인데, 살짝 더 낮은 연령층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살짝 심심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어른들도 볼만 하다.  고작 두 권 읽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논하는 게 온전히 맞는 말 아니겠지만 전작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함께 놓고 보면 바바라 오코너의 작품에 몇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버지의 가출로 가세가 기울자 집에서 나와 차에서 생활하게 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아버지는 부재중이고, 아이는 집을 나와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 차에서 지내는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전작처럼 집이 아닌 이모집에서의 생활에서도 조금씩 적응해 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머니의 역할인데 전작에서 엄마는 억척같이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아이와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하는 반면, 이 작품에서 엄마는 쌈닭 아빠와 싸우다 싸우다 정신이 나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 오누이는 헤어져서 한 사람은 친구집에 또 한사람은 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콜비라는 시골 이모집에서 임시로 지내게 된다. 


그런 콩가루 집안마저도 어린 아이가 있을 환경이 되지 않아, 아동국에서는 아이의 양육을 이모에게 맡기는데, 갑자기 시골 구석으로 이사와 '촌닭'들이 투명인간처럼 무시하는 학교에 다니는 찰리는 우스꽝스러운 신데렐라 베개 커버를 베고 피클병들이 잔뜩 한쪽 선반을 장식하고 옷장에는 이모 가족의 옷들이 가득한 방에서 지낸다. 


찰리는 언제고 어디서고 기회만 있으면 소원을 빈다. 생일날 촛불을 끄면서 소원을 비는 건 가끔 봤는데, 서구에서는 어떤 희귀한 현상을 보거나 생기면 그곳에다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그녀는 11시 11분이라는 시간적 우연 앞에서 소원을 빌고, 네잎 클로바를 발견했을 때도 따지 않고 아껴두며 소원을 빌며, 찌르레기 깃털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 깃털을 땅에 꽂으며 소원을 빌며, 세 마리의 새가 함께 앉아 있어도 소원을 빈다. 그녀의 소원은 명시적으로 밝혀지지 않지만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란 것들은 다른 형태로 이루어진다. 고민거리를 주렁주렁 빨래줄에 걸어놓아도 좀처럼 마를 사이가 없는 찰리에게 소원이 얼마나 많겠는가. 헤어진 친구들은 자신을 잊었고, 정신이 나간 엄마는 전화도 편지도 한통 없고, 교도소에 있는 쌈닭은 언제나 나오게 될지도 모르고 친구도 없는 이 촌구석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까칠하기로는 오베보다도 더한 찰리는 이 낯선 곳에서 이모부 부부인 버서와 거스의 친절함과 다리를 절룩거리지만 찰리에게 파인애플 요법을 알려주는 하워드와 그의 가난하고 착하고 북적북적한 가족, 그리고 떠돌이 개였다가 자신의 개가 된 위시본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그 세상의 질서에 적응해가고, 어느덧 자신이 비는 소원이 진실로 자신이 바라는 것인지 혼동스럽지만, 끝내 엄마가 나아졌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새로운 질서를 떠나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참을 성이 없이 성질을 폭발하고 마는 그녀를 변화시킨 것은 자신이 하워드의 소원이었고, 버서와 거스의 햇살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갖지 못했던 찰리는 '우울한 날의 부부에게 끝에 비친 햇살'이라는 걸 알았을 때, 하워드의 파인애플로도 통하지 않던 쌈닭 기질마저도 누그러진다. 


성장한다는 것은 그런거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어느 옛날, 엄마가 자신과 가족을 모두 버리고 떠났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무리 소원을 빈다고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정신이 나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엄마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쌈닭 아빠 역시 다른 희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아주 어릴 적에 엄마가 자신과 가족을 모두 버리고 새출발을 하러 이곳에 몇달간이나 왔었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걱정거리 빨래줄에는 더이상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어떤 수용 속에는 새로운 미래가 때로 기다리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7-01-2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봤어요ㅎ 설연휴 잘보내세요^^

CREBBP 2017-01-27 21: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고양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