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에서 우주까지 - 이외수의 깨어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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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통하는 게 있다. 그래서 둘이 얘기했는데 그 얘기를 독자들도 궁금할까봐 책으로 냈다. 이외수와 동향이다.  친구들은 그가 장발로 술집을 돌아다니며 얻어마시거나 쏘거나 하던 시절에 실제로 그를 닭갈비집에서 가끔 보았다고 했었다. 그 때 천상병과 또 누구더라 다른 한사람과 함께 한국의 3대 기인이라 불렸었는데, 무엇보다도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세속적인 욕심이 없이 해맑아보여(외모는 절대로 해맑지 않았지만) 좋아했었다. 게다가 개천에서 용났다고 tv문학관에서 채택될만큼 알아주고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소설가가 같은 고향 사람이니 왜 자랑스럽지 않았겠는가. 춘천 사람들은 로맨틱하고, 춘천 사람들은 문학적이고, 또 춘천 사람들은 감성적이어야 했다  아침마다 버스 창밖으러 소양강 호수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를 보면서 잠을 깨었던 사람이라면 춘천 사람이라는 태그에 감성이 함께 묻어다녀야 한다는 의무감도 함께 지니고 다녔다. 


티브이를 출연하고 광고도 하고 또 SNS 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동안 그가 소설가라던가 예술인이라는 생각은 점점 히미해졌다. 몇년전 10년만에 소설을 냈는데 단편집이었다. 그동안 가벼운 아포리즘과 에세이류의 책을 냈는데, 아 맞다 글쓰기 책도 냈더라. 집에 하악하악을 비롯해 몇권있는데 별 감흥이 없어 몇년전에 낸 단편집에 관심이 없었고, 그냥 티브이나 출연하고 SNS나 하는게 낫겠다 싶었던 참에 새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좀 싫어하는 주제가 있는데, 유에프오가 있다 없다 신이 있다 없다. 탤레파시가 있다 없다 영적 세상이 있다 없다 논하는 거다.   그런 주제의 책은 열심히 읽어도 읽으나마나 독자가 얻는 게 별로 없다. 지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감동을 받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도 아니다. 공감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어차피 허구이므로 형식을 갖춰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소설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꽉막힌 과학자마냥 현재 인정하고 있는 정상 과학만이 진리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도 엄청난 홀이 있으며 명쾌한 해답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어떤 가설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순수한 가설아라 하더라더 그것을 주장하려면 그 가설에는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읽는 사람이 흥미롭다.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 말고, 무뇌인 일베들 말고, 물리와 화학과 그런 기본적인 과학적 법칙이 이미 확립되어져 있어서 그걸 깬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성인인 독자들에게 주장하려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서 먼저 그런 독자를 혹하게 만드는 데이터, 구체적인 뭔가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나한테는 너무 어려워 죽겠다고 느꼈던 유전 관련서나 건강관련서 중 내가 진짜로 재밌게 느낀 것 흥미진진하게 느낀건 어떻게 어떤 실험을 했더니 어떤 결과들이 나오더라, 그래서 따져보니 이런 규칙이 있더라, 아마도 그래서 혹은 확실히 이런 현상의 이유는 무엇무엇이다 라고 말하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끌어모아 설득하는 책들이다. 그러면 내가 그 책을 재미있게 읽는다. 이 책은 그러지 않고 소설가 이외수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자신의 생각들을 또다른 소설과 하창수와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내게는 흥미가 별로 없었다.  이런 대화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을 주위에 몇몇 안다. 그런 사람들이 그런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즐기지도 못하는 트랩된 상태가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아할 거 같다.  나에게는 안좋았다. 


하창수는 이외수가 하는 말을 도를 깨우친 스승에게 배우듯 묻고 대답을 듣는다. 반대로 이외수는 이미 도를 터득한 듯 하창수가 질문하는 내용들을 주저없이 답한다. UFO 문제는 전근대적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는데 얼마전 외계생명체에 대한 책을 펴낸 지영해교수와 최준식교수를 꼭 집어서 대학교수가 말해야 그나마 귀를 기울인다는 거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얘기하면 또 구라차는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들었던 불통의 갭이란... 아무튼 두 교수의 대담집은 나도 읽었는데 교수라는 권위가 (그것도 한 분은 옥스포드 교수) 책의 홍보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과 과학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영적 세계에 대한 체험이란 철저히 비물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54


이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진리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나에게는 아니다. 이 책의 주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파악한 대로 말하면, 이외수는 임사 체험 , 4차원 세계, UFO 텔레파시, 불가사의한 일들을 믿고, 정신은 육체와 별개라는 (퀘퀘묵은) 이원론을 믿는다.  또 그것만이 아닌게 자신의 이론이 따로 있어서 정신과 영 말고 또다른 뭔가가 있는 듯하다. 먼지라는 주제는 다소 읽기에 따라서는 문학적이고도 철학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철학이 허술(망상에 근거한)해서 계속 거부감이 들었다. 이외수 사전도 있어서 종종 페이지에 소개되는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사전과 비슷한 개념이다.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면 철학적일 수 있겠는데, 나는 정상 철학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또 직접 경험했다는 사람을 내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도 없으며, 그 사람들이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없는 기이한 것들과 영적인 것들을 소재로한 내용은 더욱 더 어렵다. 좋게 말하면 어렵다는 거지, 나쁘게 말하면 공상이고 허구다. 허구는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만나야  (나같은) 독자에게 가장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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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16-06-22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외수가 벽오금학도 정도의 소설만 꾸준히 써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외수씨 초창기 수필집들도 참 좋았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CREBBP 2016-06-26 21:16   좋아요 0 | URL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도 도무지 뭘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어요. sns 활동으로 트통령으로 불렀다고 들었는데, 실제 파워와 가상 파워 사이에서 자아가 붕 뜬건 아닌지.. 주장하는 내용이 아리송했죠. 머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책 내는 건 자유지만 맞아요. 들개 같은 소설 기억하는 독자는 한숨만 나옵니다.(답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난 번에 보고 비처 답글 못달고 이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