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망상
루퍼트 셸드레이크 지음, 하창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아인슈타인보다 예를 들어 두 배나 더 높은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자. 그가 그 뛰어난 머리로 현재까지 축적된 과학적 지식을 모두 이해하고 또 아인슈타인의 두 배만큼에 해당되는 새로운 과학을 개척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에게 모든 걸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그가 해줄 수 있는 최고 단계란, 우리가 아는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우리가 진실에서 얼만큼이나 모르고 있는지를 어림해 주는 정도일 수 있다. 


우리는 모른다. 뭔가를 잘 모르면 모를수록 세계는 더욱 간단해진다. 모르는 크기만큼 믿음, 신념 혹은 상상으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더 아는 과학자들은 우리 인류가 과학이라는 도구로, 증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알아낸 것과 알아내지 못한 것을 파악한다. 우리가 과학을 통해 알아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저자가 제시하는 과학의 10가지 도그마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 쯤으로 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저자 자신이 과학자인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책의 전반을 통해 정상 과학의 헛점을 밝혀내고, 그 헛점을 통해 과학 전반을 부정하면서, 형태공명이라는 자신의 새로운 이론으로 과학 전반에 대한 이론을 대치한다. 형태공명은 내게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영문 인터넷 사이트를 여러군데 뒤져보니, 내가 보기에는, 루퍼트 셀드레이크의 고유 이론이지만 정상과학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수많은 헛점을 이용해 초자연적 현상을 보이지 않고 증명되지도 않는 영적인 활동으로 설명하려는 지지자들 및 비슷한 연대들은 다수 확보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유용한 점은 현대 과학이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한 것, 알아냈다 하더라도 의심해볼 만한 여지가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10가지로 요약해서 설득력있게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도그마'라고 표현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당연시하는 열가지 핵심적인 신념들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맹목적 신념에 입각한 과학에  대한 극단적 회의주의에 입각해 다시 독자에게 10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신념이라는 말은 종교적 신념이나 비과학적인 사상에나 적당한 말인데, 과학을 도그마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과학자, 혹은 일반적인 독자의 시각과도 불일치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타협이 불가능하다.  일방적이다. 


첫번째 도그마는 과학이 모든 것을 본질적으로 기계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예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꼽는데, 내가 보기에는 도킨스의 은유적 설명을 공격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분히 철학적 주제이며 17세기 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생기론자들과 기계론자들의 소모적 논쟁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내게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그가 파악한 과학자들의 이 첫번째 도그마를 통해 독자에게 묻는 질문은, 그들을 포함한 우리 다수가 자신을 기계적 우주 안에 프로그램화된 기계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유물론자들에 대한 공격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두번째 도그마는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이 항상 일정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에너지 법칙의 홀은 다소 흥미롭다. 1990년대까지 지배적이었던 우주대수축이론은 '암흑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새로운 비전으로 대체되었(p101)'다.  즉 중력이 지배하고 있는 우주는 서로 당기는 힘으로 인해 수축해야 정상이다. 따라서 우주팽창이 가능하려면 중력에 대항하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암흑에너지라는 것이 최근의 정상과학이다. 하지만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그 암흑 에너지의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인 에너지의 보존은 도그마라는 것이다. 즉,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항상 동일하지 않다. 우주는 지금 암흑에너지로 인해 팽창하고 팽창에 의해 더 많은 암흑  물질이 생산되는 영구 운동 기계 와 같은 존재( p102)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범위를 좁혀 생명체의 수준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면, 면밀한 실험을 통해, 섭취하는 음식물과 소비되는 에너지 사이에 불일치를 발견한 웨브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기체가 표준 물리학과 화학이 인식하고 있는 수준을 넘어선 형태의 어떤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례는 믿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럽다. 43년간 먹지도 싸지도 않은 여자와 그 추종자들(추종자들 일부도 그렇게 함)의 존재는 먹는 대신 인간이 햇빛을 받아 에너지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다는 건가.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귀신 나오는 이야기 만큼이나 황당하지만 레퍼런스들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인도에서 음식물을 섭취 하지 않고 생존하는 능력에 대한 보편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햇빛으로부터 혹은 호흡을 통해 특히 호흡에 내재하는 생명력인 프라다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었다" (p111)

 

세번째 도그마는 자연의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력상수 G, 미세구조상수, 광속과 같은 기본상수들은 중력상수 G의 값은 1973년부터 2010년 사이에 6.66659에서 6.734까지로 다르게 측정되었으며, 2002년 거슈타인의 연구팀은 하루 단위로 측정값이 주기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광속 역시 1927년 초속 299.796킬로미터로 수렴된 이래 영구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이후 1945년까지 초속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졌으며 40년대 말 다시 20킬로 상승, 1972년 정의상 광속이 고정되면서 c가 가진 변화 가능성이 배제되었다. 미터가 빛이 특정 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로 정의됨에 따라 광속의 변화는 미터 길이의 변화도 일으키게 될 것이며, 시간 단위인 초 역시 빛의 개념을 적용해 여진상태의 세슘 133 원자에 의해 발산된 빛이 몇번 진동한 시간을 말하므로 시간의 개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번째 도그마를 강변하면서 다중우주와 진화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형태공명이란 가설을 소개한다. 형태 공명에는 결정화 습성이니 결정체들이니 하는 부개념들이 함께 등장하면서 이제까지 주장해온 과학적 도구마들을 대체하는 도구로 소개되는데, 이론 자체가 듣도보도 못한 용어로 범벅이 되어 무슨 걸 말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애써 읽어 이해하고 파악한 아주 일부 내용들만으로도 다소 황당하기도 하다. 이후에 제시하는 과학의 모든 도그마들은 형태공명 가설로 설명한다.

 

네번째 도그마는 과학을 지배하고 있는 유물론의 핵심 교리가 물질만이 유일한 실재라는 것이다. 반대는 이원론이다. 유물론자들은 주관적 경험을 무의미한 것으로 본다. 이원론자들은 경험의 실제성은 인정했지만 정신이 어떻게 뇌 와 관계하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유물론자 대니얼 데닛 프랜시스 크릭이 있다.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인간의 정신을 육체와 분리된 것으로 보았고 인간의 육체는 의식을 가지지 않은 물질로 만들어진 기계로 생각했다. 간단하다 저자가 독자에게 묻는 것은 물질은 의식이 없느냐는 것이다. 의식이 단지 뇌 활동의 한 측면이거나 거기서 생겨난 부수적 현상이라고 믿는 것을 의심하라는 것인데, 아니 그럼 그 정신이 어디에서 왔다는 것인가 라고 물으면 다시 또 정체도 모르겠고 증거도 없는 형태공명 가설을 다시 들이민다. 결론은 다음과 같은데, 뭔가 멋있게 보이는 말들이 잔뜩 써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하겠다.

 

"정신과 육체의 관계는 공간보다는 시간과 더욱 밀접하다. 정신은 가능한 미래들 가운데서 선택하며 정신과 인과관계는 에너지의 인과관계와는 반대방향, 즉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기보다는 미래에서 과거로 흐른다" 180

 

저자가 독자들에게 의심하라고 부축이는 나머지 과학적 도그마들은 지극히 당연하게 알고 있는 상식들이다. 자연은 목적을 가지지 않으며 방향을 가지지 않는다. 모든 생물학적 유전은 물질적이며 유전 물질과 DNA, 그리고 여타의 물질적 구조에 실려 이동한다. 정신은 뇌 안에 들어 있다. 기억은 뇌 안에 물질적 자취의 형태로 저장되며 죽음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다. 텔레파시처럼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은 환각에 불과하다. 기계적 의학은 실제 작동되는 유일무의한 의학이다.

 

물론 이러한 도그마에 대한 의심은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유용할테지만, 내가 보기에 대안으로 제시하는 형태공명이라는 가설 역시 가설에 불과할 뿐이고, 그 가설에 대한 증거라는 것이 치졸하게도 과학적으로 허술한 부분을 들쳐내는 것일뿐 실제로 그 공명한다는 정체불명의 영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되지는 못하였다. 과학의 구멍은 거대하고, 구멍을 메울 가설은 차고 넘쳤다. 증명되지 않은 것들은 때로 사이비 과학이라고도 부른다. 증명되지 않은 것들은 때로 정상과정의 분열된 틈을 타고 빠르게 정상과학을 차고 올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다. 사실 사이비 과학 혹은 유사과학이라고 부르는 황당하고 이해불가능한 가설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매혹적인 유혹과 미세 크기의 가능성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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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6-05-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가설이네요. 상세한 요약 감사합니다.

CREBBP 2016-05-11 16: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재미있긴 한데,가설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실제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글자만 읽었다고 봐야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