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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과학 - 오류와 편견, 논쟁 속에 숨은 진실 찾기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홍성완 옮김 / 프리렉 / 2015년 10월
평점 :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품과, 정보에 파묻혀 때로 숨쉬기가 힘들어질 때가 있다.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순간순간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 선택의 조건은 방금 전 인터넷에서 받은 정보, 어제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정보, 몇일 전 신문의 건강 코너에서 본 정보, 그리고 책에서 본 정보들이 서로 다른 주장들을 하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에 부딪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정보인가. 햄릿 증후군은 마음이 나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근거없는 학설, 정치적 사회적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퍼트린 정보들은 언제느 우리 주변을 맴돌며 매연처럼 뿌옇게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우선 건강에 대해, 학교때 배운 지식과 그 이후에 연구된 새로운 학설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뿐더러,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주장하는 것들과 정반대의 상식들을 접할 때도 많다. 비타민 보충제는 도대체 먹으라는 소리인가 말라는 소리인가, 의사들끼리도 TV에서 서로 논쟁하는 걸 보면서, 단순히 살고자 하는 우리를 괴롭히는 이런 사소한 논쟁에서 멀어지려면 근거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국회도서관에 들어앉아 평생 논문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그렇게 오랫동안 엄마의 '손맛'을 뇌의 미각 시스템에 각인시켜온 MSG는 우리 세대에 자연의 맛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상한 음식의 맛을 복구하는 싸구려 식당의 맛으로 변해왔지만, 요즘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정당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20년동안 안쓰고 살았는데, 각종 요리 프로그램과 블로그들에서는 조금만 넣어보면 맛의 새로운 차원이 온다고 말한다. 그렇게 후쿠오카 신이치의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읽은 내용을 상기해보면 글루탐산은 뇌안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주고 받을 때 쓰이는 신호물질로 뇌 안에서 합성된다. 한 때, 이러한 이유로 글루탐산나트륨이 뇌를 활성화시켜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잘 팔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량의 글루탐산이 뇌의 수용체들과 반응하는 것도 문제가 생기려니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뇌의 방어 시스템이 작동해 뇌 속으로 직접 흘러들어가는 일은 없다고 읽었다. 이제껏 안넣고 먹어도 잘 살았는데 괜찮다 괜찮다 하며 자꾸 부추기는 것은 영 달갑지 않다.영국의 과학작가 브라이언 블레그는 <건강한 과학(원제목 : Science for Life)>에 건강과 음식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들을 백과사전처럼 엮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여러가지 건강 정보들을 하나씩 표제어로 골라, 무엇이 어떻게 검증된 것이고 무엇이 근거 없는 낭설인지를 밝힌다. 잘못된 고정관념과 진실과 반대되는 주장들, 그리고 조작되거나 악의적 목적으로 퍼뜨려진 사실들이 상품 판매의 미끼로서 조작되어 이용되는 것들을 하나씩 다룬다. 저자는 박사나 뭐 이런 학문적 권위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책을 많이 썼다.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영미권 과학저서가 대부분 갖는 수십페이지의 참고서적을 갖지 않는다. 많은 부분은 매우 상식적이고도 일반적인 내용으로 알고 있으나, 일부 사람들에게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예를 들어 마시는 자외선 차단제, 이어캔들, 동종요법, 과잉행동과 설탕과의 관계성, 척추교정술, 백신접종으로 인한 자폐증 주장, 체중감량제, 비타민C의 만병통치약설 등이 그것이다. 마시는 자외선차단제는 바르는 대신 마시면, 무슨 분자가 자외선 광자의 파동을 막아준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고, 이어캔들은 캔들을 이용해 귓속에 있는 귀지와 각종 분비물을 배출한다는 건데 위험하게 들린다. 동종요법은 분자 하나도 거의 안남을 때까지 희석시킨 원인균 희석액을 약물로 이용해 치료한다는 거라는데, 영국 NHS는 팔랑귀인 모양인지, 이런 것들에게까지 지원했던 것 같다.레드와인이 몸에 좋다고 하는 소문에 힘입어 어느 은퇴교수가 주장한, 매일 와인 한 병까지 마셔도 괜찮다는 설이 널리 퍼졌었던 모양인데, 그럴리가 없다. 항산화제와 비타민 는 많이 먹을 수록 좋다고 알고 있지만,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체내에서 생산되는 항산화제의 양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저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가 멀리하는 화학제품들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MSG, 인공감미료, 각종 의약품 등이 그것이다. MSG는 천연에서 존재하는 성분이므로 해롭지 않고,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고, 인공감미료의 경우는 아스파탐은 유럽에서 전적으로 안전하다고 명확한 과학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아주 빨리 분해되고, 1980년대에 암공포를 야기시켰던 사카린 역시 오명이다. 설탕을 대치가능한 저칼로리 천연감미료 스테비아 나무 추출물인 트루비아, 레비아나는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섭취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전체가 식생활, 운동, 뇌, 심리학, 건강, 환경, 즐거움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 건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430여쪽에 거의 2쪽에 하나 꼴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깊이있는 정보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무엇이 근거 있는 것이고 무엇이 근거없는 것인지는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사전식으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적이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서, MSG를 지지하고, 또한 우리가 약용으로 알고 있는 어떤 허브류의 식물에서 유효성분만 추출한 알약을 먹는 것이 해당 허브류를 직접 먹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저자의 주장 역시 완전하게 동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과학적 근거는 맹검테스트를 포함한 정확한 실험으로 증명된 것만 말하는데, 그러한 과학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상품화된 모든 것이 모두에게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알아서 유의해서 읽는다면, 한권 쯤 갖추어놓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