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순서대로 적어봤습니다. 마션은 오랜만에 재미있고 새로운 소설, 지적 만족과 이야기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밤새는 줄도 글자 읽는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은 소설입니다. 영화가 기다려집니다. 그믐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읽으면서 쓰려오던 가슴 한구석의 쓰린 맛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잔잔하게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의 저력이 한국문학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황석영의 한국명단편세트는 한편만 읽었지만, 그 한편과 서두 그리고 각 작품에 실린 황석영님의 알기 쉬운 해석, 그리고 작품을 고르던 정성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만족스러운 소설이고, 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SF 명예의 전당은 과학소설의 역사적 의의만으로도 충분히 큰 점수를 주고도 남을 작품집인데, 30년대의 소설이면서도 지금 읽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구병모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오래된 구전 이야기의 변형을 좋아하는데, 그런 제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읽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젊은작가 수상집은 좋은 소설도 잘 이해가 안되고 재미없는 소설도 있었지만, 대상을 받은  정지돈의 작품 및 몇 개의 작품은 이렇게 작품집으로 만나지 않는 이상 개인적으로 읽어볼 기회가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냅니다.에브리데이와 호모도미넌스 지루하지 않게 술술 잘 읽혔지요. 소설책다운 소설책이었습니다. 파수꾼은 전작 아니 후작 앵무새죽이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매력적이고 만나고 싶은 딜과 젬을 만날 수 없어서 흥미가 덜했고, 모든 캐릭터가 덜 생동감있는데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앵무새죽이기와 겹치는 장면들이 많고, 기타등등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왕자는 별점으로 평가하고 싶은 종류의 책은 아니어서 스킵했습니다. 


<소설>

마션(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                   ★★★★★

그믐(장강명, 문학동네)                             ★★★★★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 - 전화(염상섭, 문학동네)  ★★★★★

SF 명예의 전당 1 (켐벨 외, 오멜라스)              ★★★★☆

빨간구두당(구병모, 창비)                           ★★★★
2015 젊은 작가상 수상집(정지돈 외, 문학동네)    ★★★
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민음사)           ★★★ 
호모도미넌스(장강명, 은행나무)                    ★★★ 
파수꾼(하퍼 리, 열린책들) 

어린왕자(생떽쥐베리, 인디고)


<비소설>

책공장 베네치아(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책세상)               ★★★★★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고종석, 로고폴리스)                    ★★★★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니시우치 히로무, 비전코리아)  ★★★★☆

무계획의 철학(카트린 파시히, 와이즈베리)                      ★★★★

내가 가고싶은 유럽VS유럽 (최철호, 최세찬, 시공사)            ★★★★

언던사이언스(현재환, 뜨인돌)                                    ★★★★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임동근, 김종배, 반비)                ★★★★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박민아, 선유정, 정원, 한국문학사)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와이즈베리)

메이블 이야기(헬렌 맥도널드)

인생을 만들다(요시모토 바나나, 윌리 레이넨, 21세기북스)


비소설의 대부분의 책들이 기억에 잘만 남아있게 된다면 마음의 양식이 될 양서들이었습니다. 역시 좋았던 순서대로 나열했습니다. 그 중 책공장 베네치아가 읽을 때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일단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어서 좋았고, 책이라는 매체가 쓰여지고 유통되는 역사가 너무나도 흥미로와서 한자 한자 읽어 나가면서 내용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습니다. 대단한 내용도 없는데, 그냥 좋은 거 그런 종류입니다. 고종석님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책을 썼습니다. 언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통계책은 통계책 중 드물게 개념을 이해시키는 시도가 훌륭했습니다. 무계획의 철학은 이 역시 개인의 취향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많다는 것, 또 그리고 일반적이라는 것이 많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유럽유럽은 사진이 멋졌고, 흔하디 흔한 관광지만을 선택하지 않은 여행책자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언던사이언스는 과학이 말해줄 수 없는 것들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거짓말에 대한 통찰이 돗보였습니다. 과학과 인문의 중간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역시 흔하지 않은 행정 서울의 역사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과 과학을 접목시킨 책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니 딱히 깊이 감동적이거나 영향받은 것은 생각나지 않는군요. 지방소멸은 주제는 강렬했으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인구 대책이라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이 다소 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메이블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슬픔을 매 사냥에 대한 집착으로 해소한다는 내용으로 정말로 깨알같은 행동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감정선들을 그대로 담아, 문학적인 완성도는 있었을 테지만, 저에게는 그녀의 그런 집착적인 행동과 동물에 대한 가치관이 타협되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만들다는 전생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과의 편지 교환인데,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공감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냥 두분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끝내고 간직하면 될 내용을 굳이 출판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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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01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공장 베네치아>를 한번 읽어볼까 말까 잠깐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까먹었지만....
guiness님이 오성을 주시니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CREBBP 2015-10-01 09:46   좋아요 0 | URL
애서가로서 이런 주제가 좋고 무엇보다 오롯이 베네치아라는 도시만을 배경으로 한 책시장이라는 헌신된 주제가 독보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