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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성공한 도시 건축 디자이너이자 한 때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김진애님을 아주 오래 전에, 강연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실시한 연수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횡설수설 하나마나한 잡담을 하고 돌아간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 그의 최근작 <왜 공부하는가>, <한 번은 독해져라> 그리고 이 책 <사랑에 독해져라>에 대한 기대감도 낮았다.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잘 썼다는 느낌이었다. 사랑에 대한 인생 충고집이라고 한다면, 누가 썼건 하나마나한 얘기가 되겠지만, 적어도 많이 준비하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잘 정리해서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도록 잘 쓰여진 책 이라는 사실 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전공인 도시 건축적인 면에서의 대단한 성취와 장군같은 포스 때문인지 흔히 싱글이나 혹은 돌싱으로 착각한다고들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랑에 독해져라>라는 제목의 책을 내서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잘나가는 전문 분야 말고 어찌 보면 개나소나 쓰려고 덤벼드는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많이 낸 이유를 몰랐는데, 생각이 올곧고 그 생각을 글로 쉽고 공감되게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졌다.
<2장 정말 이 사람인가? 내 짝을 변별하는 법> 편에서 제시한 파트너에 대한 8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옮겨본다. 첫째, 섹스 : 소울메이트인가, 섹스메이트인가 둘째:당신의 스킨쉽은 몇도인가, 셋째 : 재산파트너인가, 경제파트너인가(여기서 저자는 각자의 경제적 독립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넷째 : 우리의 공동 프로젝트가 있는가 다섯째: 정치적 올바름 못 참는게 무엇인가? 여기서 저자는 도저히 못 참는 바닥선을 점검해보길 권한다. 이것은 성격의 차이라기 보다는 인간성의 차이임을 강조한다.이사람은 은연중 사람을 차별하는가, 은연중 사람을 평가하며 분류하는가? 나에게 어떠한 가치관을 강요하는가? 나는 이 사람에게 내가 못 참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은 내게 자기가 못 참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은 어떠할 때 사람을 무시하는가? 이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 분노하는가와 같은 정치적 올바름의 바닥선을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여섯째:우리는 천적인가 거울인가(저자는 지나가는 길에 영혼은 스펙에서 나오지 않으며, 너무 잘나가는 사람은 내적인 고민이 덜하다고 느껴 영혼의 끌림을 느끼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견해를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이 부분에 강하게 공감되었다. 너무 반듯하고 너무 여유롭고 모든 걸 갖춘 사람은 현실에서는 어쩐지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그 이유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곱째 우리의 놀이감각은 몇 점일까 여덟째 적과의 동침은 가능한가여기서 저자는 남녀의 적절한 공간적 거리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버니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인용하며 남녀가 함께 하는 집에서 혼자 있고 싶을 때와 절대로 혼자있고 싶지 않을 때의 시간에 대한 두 사람의 일치된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장 전체가 헤어지는 법 이라는 주제를 별도로 다루었는데, 그의 헤어짐에 대한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 헤어짐을 전제하지 않는 만남은 없고, 헤어짐을 전제로 해야 좋은 관계가 이어지며, 헤어지는 방식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비로소 잘 헤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그의 헤어짐에 대한 개념인데 헤어짐을 상상하고 헤어짐을 전제하면 위험이 줄어들고 헤어짐을 예방하려면 헤어지는 방식에 공감하라는 말에 이해는 가지만 실제로 적용가능한지는 의문이다.
남녀 차이에 대해 재미있는 견해를 내놓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남자들은) 위계와 명령과 상명하복 체계가 우세한 조직에 익숙한 것이다. 어떤 점에서 남자들은 강아지와 비슷하다. ... 강아지는 한 번에 오직 한 가지에만 몰입할 수 있고 그래서 강아지가 사람보다 훈련이 훨씬 더 잘된단다. 즉 사람을 훈련시켜야 비로소 개가 재활된다는 이론이다. 남자들이 대부분 딱 그렇다.
그러면서 가사분담에 대한 개 훈련법으로 남자들에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감을 만들어 과제를 부여하라는 작전을 소개한다. 한 술 더 떠서 프로젝트 팀장 대우를 확실히 해주면 100점 이상의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개가 아닌 이상 이런 방법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설겆이를 두고 니가 하니 내가 하니 투닥거리기 싫어 에효 내가 하고 말지 하고 여성이 후딱 해치우는 것보다 개 훈련시키듯 설겆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팀장을 맡기는 일이 유용할 지는 누가 직접 해보시고 얘기해주길.
또 한가지, 남녀 사이가 흔들릴 때 어떤 결단이 필요할 때에는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을 피하라고 한다. 일단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해서 일방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거나 나의 흔들림에 동요하고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평소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함정에 휘둘리지 않고 균형적 시각을 갖춘 사람에게서 객관적 조언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녀관계가 삐걱거릴 때는 당장 불륜, 유혹 거짓말 불성식 등의 주요 문제를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 깊이 엉켜있는 원인 중에는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을 수도 있으므로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나의 삶에 영향을 갖지 않는 사람의 충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김진애님이 그토록 많은 드라마를 섭렵하고 있는 것은 어쩐지 좀 의외다. 약간의 소설책 몇 권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들을 통해 사랑의 예들을 많이 애기하고, 그것보다 더욱 자신의 커플에 대한 예를 많이 든다. 책에다가 대놓고 자기 얘기 많이 쓰는 거 읽는 것 매우 싫어하지만, 자랑이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인데다가 본문의 내용에 대한 예시이고 보충 설명하는 내용이고 자랑질이 아니어서 읽을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