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공한 기업가의 전기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자기계발의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에 못지 않은 훌륭한 가치관과 불굴의 의지,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수많은 다른 실패자들과의 1%의 차이가 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실패로 이루어진 무자비하고 두터운 발판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의 성취에 주로 가치를 부여하는 전기류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모으는 초인적인 힘의 배후를 지탱하는 돈과 명예, 성취에 대한 간사스러운 욕망을 쉽게 간과한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때로 비즈니스 세계의 순간적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해야 하고, 때로 정의를 외면하고 잔인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비전보다는 찬스에 능한 기질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일론 머스크는 성공한 기업가, 특히 우리나라의 성공한 기업가의 대표적 유형에 친숙한 국내 독자들이 가지는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선입견을 일축시키는 지속가능한 녹색 산업을 현실 속에서 실현시키는 미래지향적인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피고용자의 입장에서볼 때 고급인력의 생산력을 거의 한계에까지 쥐어짜면서 조금이라도 성과가 성에 차지 않으면 가차없이 해고해버리는 악독 보스이기도 하다. 거의 십년간을 위태위태하게 조롱과 찬사와 멸시와 방해를 받아온 그가, 가까스로 가시적인 아웃풋을 발표한 2012년을 전후한 성공가도를 기점으로 그는 이제 스티브 잡스 이후 미국의 과학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리더이며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상상력을 실현 가능하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었다. 


2013 <포춘>에서 선정한 비즈니스 분야 톱 인물 1위, 이에 앞선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00대 인사의 커버스토리에 선정된 인물, 그런 비지니스적인 성공담이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그는 지구가 자원을 모두 써버려서 언젠가는 우주의 어느 위성에 식민지를 건설해야 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고 싶어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녹색 에너지로 굴러가는 자동차가 중동의 화석 에너지 쟁탈전쟁을 종식시키고 가솔린 자동차를 대체하고 싶어했다. 시대를 앞서는 천재적 감각과 엔지니어적인 능력으로 닷컴시대에 벌어들인 돈으로 그는 직접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처음에 그가 엄청난 가치를 받고 팔아넘긴 두 가지 사업은 모두 소프트웨어적인 것이었다. ZIP2는 구글맵과 생활검색서비스를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였고, 페이팔(과 x.com)은 최초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이었다. 1999년 Zip2가 컴팩에 3억 7백만 달러, 2002년 페이팔이 이베이에 15억 달러로로 매각되었을 때,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였던 그는 한마디로 부대로 아이를 나아 그 아이들이 대를 잇고 또 이어 대대로 놀고 먹고 살아도 중동의 왕자들처럼 호화롭게 살 수 있을만큼 떼부자가 되어있었다. 그것을 자신의 꿈을 위해 고스란히 재투자했다. 사람들은 2년이면 충분히 거지가 될 수 있을만한 곳에 그가 투자를 했다고 숙덕거렸다.


닷컴 열풍으로 zip2와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고안했지만, 자금란에 주식을 공유한 그는 실리콘밸리의 치고 빠지는 생태에 만족하지 못했고, 다음 번 프로젝트는 대충 포장해 재팔아먹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대신,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고 싶었다. 이전부터 우주개발과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있었던 그가 동시에 자신의 열정과 돈과 기술을 모두 던진 곳은 로켓 발사 회사인 스페이스엑스와 전기자동차 테슬러, 그리고 태양광에너지 설치회사에서 후에 태양광 전지 생산까지 맡게 되는 솔라시티 이렇게 세 가지다. 


SpaceX는 탑재물을 우주로 수송하는 업체로, 민간기업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기술적, 정치적, 범국가적 난관을 헤치고 이제껏 러시아와 중국에 의지했던 미국의 우주산업을 독립적으로 기술적, 경제적 경쟁력을 갖춘 주요 산업으로 발돋음할 수 있게 하는 회사다.  군수산업의 관료적 관습과 체계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저가격으로 우주 산업에 도전한 머스크의 행보는 한 마디로 미친짓이었다. '우주산업체를 경영하려면 자본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정치, 상호이익추구, 보호무역주의 등의 혼란한 상황과 맞서야' 했으므로, 스페이스 엑스는 여러번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이제는 재사용가능 로켓을 시험중인 단계에 있다. 


테슬라는 이미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가는 고급 전기자동차를 양산하고 미국 전역과 유럽전역의 고속도로에 충전망을 설치한, 전기자동차회사다. 벤처투자자들에게는 망한다는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녹색사업에 투자하여, 수도 없는 난관을 극복하고, 그동안 장난감 차에 불과했던 전기자동차를 고급자동차로 탈바꿈시켰다. 테슬라 자동차는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일으킨 혁신과 비슷하다. 환경보호론자로서의 가치를 드려낼 수 있는 그의 차는 고급취향의 자동차광들을 만족시키면서 미래 정신과 지위를 나타낸다. 2012년 테슬러의 모델 S는 출시된 지 몇 달 만에 <모터트랜드> 선정 올해 최고의 차로 선정되었고, <컨슈머 리포트>에서 사상 최고점인 100점 만점 99점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곤두박질하는 상태에서 2008년 사상 최악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겪었던 상황에서 수십년동안 전기 자동차에 쏟아졌던 비난을 받으며 수없이 많은 파산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가까스러 만들어낸 성취다. 자동차를 딜러를 통해 판매하지 않고 고급 쇼핑 센터의 전문 매장에서 판매한다. 주요 고속도로에는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테슬라의 무료충전소가 설치되어 20분 가량이면 수백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을만큼  충전할 수 있고, 이미 충전된 뱃터리팩을 90초만에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흔히 20세기의 기술 시대를 이끈 가장 빛나는 인물로 서로 상반되는 스티브잡스와 빌게이트를 들 수 있는데, 머스크는 이 '둘을 합쳐 개량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스티브 잡스의 소비자 감성을 지녔고, 빌 게이츠의 훌륭한 인재 발굴 능력을 겸비했다. 그들과 비교하는 이러한 평가는 너무 안일한 견해다. 그의 성취가 너무나도 뚜렷하고 미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그만큼 인간적인 면모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인 양면성이 존재한다. 기대 기업이 세계 각국의 하청업체로부터 물건을 이리 저리 조립하고 포장하여 군림하는 이제까지의 관습을 과감히 깨고, 그 기업 스스로 핵심 기술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품까지도 모두 개발, 양산하고자 하는 머스크의 야망은 일반인들에게 경험없고 야심만 가득한 미숙한 결정으로 보였다. 


우주 탐사를 열망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던 시기에 화성 탐사 계획을 조사중이던 그는 우주 산업 분야의 인재들을 골라 화성 탐사에 2천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발표한다. 처음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러시아에서 사서 로켓발사 하기로 했던 머스크는 가격이 맞지 않자, 몇개월동안 책을 읽고 공부하여 소형 위성과 연구 탑재물만 전문적으로 우주에 운반하는 시장을 겨냥해 아담한 크기의 로켓을 만들면 기존 로켓 발사 기업보다 싼 가격에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 그것은 미친짓이었다. 머스크 식의 밀어부치기가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프로젝트의 거듭된 실패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투자는 한 때 실리콘벨리에서 그를 주시하던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주관련기업은 정부투자를 바탕으로 매우 관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매우 천천히 진행되었고, 그는 그걸 깰 작정이었다. 기존 항공 우주 기업들은 경쟁하지 않았고, 지원을 받았으며, 필요 이상의 최대 성능을 지닌 비싼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 관례도 깰 작정이었다. 


실제로 창업에서 첫 로켓의 발사까지 15개월의 일정을 세워 이 발사가 끝나자 바로 화성 여생을 시작하기로 했던 계획은 훗날, 거듭된 발사 실패와, 여러번의 파산 위기를 거쳐 머스크가 빈 털털이가 될 때까지 계속되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로켓 발사에 1차, 2차, 3차 모두 실패로 이어지고 4차 발사에 성공하기 까지 무려 5년이 넘게 걸린 기간동안의 일들은 흥미진진한 소설보다 더 아슬아슬하고 흥미롭다. 어찌보면 순진하고 미친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그의 캐릭터가 읽는 재미를 한몫한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도전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자금난에 아슬아슬한 얼음 위를 걸으면서 내일 로 도래하는 직원들 월급을 걱정했던 날들을 이겨내고, 이제 테슬라 자동차는 미래 자동차의 롤 모델이 되었다. 


미래 기술 혁명을 이끌 가장 빛나는 별. 현대의 기술적 진보의 부재 현상을 목격한 그가, 제조업에서 발을 빼고 고임금 정보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닷컴의 몰락 시대를 겪으면서 설계한 미국의 미래는 이런 것이었으리라. 이제 SpaceX와 테슬라, 솔라시티 모두 모든 부품을 미국 내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면서도 국제적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미래 산업을 직접 가이드해줄 모델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과 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업체와 정부 선정 업체들의 방해공작들에 대해서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테슬라 자동차가 전기자동차의 양산 뿐만 아니라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 에너지로 무료 충전 가능한 충전소를 전역에 설치했다는 글을 읽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봤다. 우리나라 테슬라 1호는 얼리아답타인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차가 좋아도, 충전소가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




화성에 가고 싶어 시작한 일들이지만, 실제로 그의 시대에 스페이스 엑스에서 발사한 우주 탐사선을 타고 화성에 가게 되는 사람이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스페이스엑스의 활약은 눈부시다. 애플광은 아니지만 스티브 잡스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삼성에서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휴대폰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테슬라를 타는 얼리아답타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매연없이 소음없이 미끄러지듯 3초만에 10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테슬라와 경쟁하는 전기 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도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최초의 혁신은 인류의 모든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발화지점이고, 화석 원료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련된 환경적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일론 머스크는 분명 흥미로운 사람이다. 수없이 많은 기득권 속에서 꼼짝 달싹할 것 같지 않은 미래를 바꾸는 그 최초의 발화를 일구어낸 그의 업적은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하루 16시간이 넘는 노동과 해고 정신적 노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의 결결단력,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까지 엔지니어들을 묶어서 일하게 하는 파워, 그 어떤 암울한 상황에서도 미래 사회에 대한 꿈과 야망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힘은 뭉쿨하게 하는 힘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6-05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화가 납니다. ㅎ, ㅅ(초성만 언급) 정치권 로비에 열올리지 말고 이런 거나 빨리 좀 하지...
최근 국내에 해양식물로 연료대체하는 기술 개발했다고 발표하던데 어느 세월에 상용화하겠나 싶고...

CREBBP 2015-06-05 07:40   좋아요 1 | URL
자동차산업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부에서 보호를 받는 동안 우리는 저런 차들이 세계 각국을 굴러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내수용으로는 수출용보다 훨씬 비싸고 성능도 떨어지는 현대 기아 차들을 애국자들처럼 몰고 다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