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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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을 통털어 그림 동화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접하지 않고 성장한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인류 역사상 성경이 가장 베스트셀러라지만 18세기 이후 동화의 이야기의 세계에서라면 단연 그림동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디즈니에서 변주해서 들려주거나 영화로 만들어서 퍼진 이야기에서부터 각종 언어의 각종 매체와 동화책들까지 모두 합치면 그림형제가 책을 펴낸 이래로 어쩌면 가장 많은 독자에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읽히고, 또 다른 스토리와 문학에도 영감을 준 이야기들이 그림형제가 수집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림형제의 동화 전집으로 그들이 수집한 모든 이야기가 수록된 이야기집이다. 그림 형제 빌헬름과 야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독일의 구전 동화들을 수집하여 동시대의 언어로 동시대의 구전 상태로 그 버전으로 얼려버렸다.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구전될 때에는 많은 변주가 일어난다. 끝없이 변주되고 확장되고 축소되고 같은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가가호호 집집마다 제각기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가진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된다.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수십 수백년의 역사동안 전해졌던 이야기들이 글자화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물론 오늘날과 같은 매체의 홍수 속에서 이들 이야기는 하나씩 사라져가서, 한명의 개별 생명들이 생을 다하면 사라지고 잊혀지듯 영원히 영원히 마치 인류에서 그런 이야기가 없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수백 혹은 수천년동안 구전되어왔을지라도, 그림동화가 직접 쓴 동화들은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다. 생활사, 민속사, 가족관계, 어린이들을 취급하는 방식, 부부와 이웃과의 관계, 경제 사정 등 18세기 독일과 유럽의 전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잃은 것이 있다면 활자화되지 않았으면 그대로 전승되어 가면서 다르게 변주되었을 그 이후의 다양한 민간 버전들이다. 대신 우리에게는 천하통일 디즈니가 나타났다. 다양한 전승의 형태로서가 아닌 디즈니가 그림 동화의 단일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등의 그림동화들을 디즈니적 사고방식 안에 가두어버린 것은 애석한 일이다. 우리 전세계 어린이들은 마약처럼 익숙해진 디즈니의 환상과 꿈의 세계와 똑같은 해피앤딩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림 형제가 처음 구전동화를 모으기 시작하게 된 것은 당시 문학가인 브렌타노의 요청에 의해서였다고 역자는 소개하고 있다. 조금 더 궁금해서 찾아보니, 최석희 대구가톨릭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컬럼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기사와 역자의 서문을 통해 추론해보면 그림 형제가 처음 브렌타노에게 원고를 갖다주었을 때는 1810년으로 46개의 스토리가 있었지만, 브렌타노는 원고를 받고 출판하지 않게 되았으며 원고도 되돌려주지 않았다. 그림형제는 브렌타노에게 보내기 직전 베껴둔 최초 원고 필사본과, 본격적으로 수집한 추가 동화들을 합치고 원고들을 손봐서 1812년 직접 그림형제의 이름으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 이야기>집을 펴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초에 브랜타노에게 보냈던 필사본 원고를 그림형제들은 없애버렸고, 그 때문에, 최초의 원고는 그의 동화에서처럼 100년동안 잠자다가 19세기 말 브렌타노의 유품이 원본과 함께 발견되면서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이 최초의 원고는 그림형제가 이야기를 수집할 때 구전으로 들은 형태에 가장 가깝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림형제들은 구전 동화 수집을 계속하면서 판이 거듭될수록 이야기는 순화되고 동화의 갯수도 점점 늘어나 마지막판인 7판에서는 211(210?) 개의 전집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 7판에 실린 이야기이다. 위키 영문판과 다른 자료들을 살펴보니, 처음  버전은 '어린이와 가정에' 맞지 않게 잔혹하고 엽기적이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 이후 이야기가 순화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위키이긴 하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라 정확한 출처를 알 수도 없으나, 항간에 떠도는 그림동화의 잔혹성에 대한 루머는 전승형태에 가까운 브렌타노의 유품 원본이나 그림동화 1~2편의 내용을 근거로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210개의 이야기들을 몇주만에 다 읽느라, 너무 많은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그 가치가 바래지는 면이 없지는 않으나, 20~21세기에 변주하지 않은 그림이 쓴 시대의 동화 그대로를 읽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동화들이 가지는 공통점들을 나열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말, 일상화되어 있는 엽기적인 신체 훼손, 마녀와 마법사 각종 천사들이 섞여 살고 있는 사회,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들,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자주 등장함, 흔해빠진 왕과 왕비와 공주와 왕자, 가족 관계에서 엄마 특히 계모의 높은 위상 등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엄마들이 아이를 갖다 버리라고 하거나 왕비가 뭐 이러라 저러라고 하면 아버지들은 꼼짝없이 그말을 듣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이한 일이다.  


가장 관심있을 유명한 이야기의 다른 결말들에 대해 얘기해보자. 신데렐라의 두 못된 언니들은 신발에 맞게 자기들의 발을 자른다. 언니는 발가락을 동생은 발뒤쿰치를. 피를 철철 흘리고 자기가 신불의 주인공이라고 우기지만 결국 신발에 피가 철철 흐르는 것 때문에 들키게 된다. 호박이 마차로 변하거나 12시가 되어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신데렐라는 없다. 


백설공주 스토리는 더욱 잔혹하다. 애초 백설공주를 죽이라고 명령한 왕비는 식인종이다. 사냥꾼에게 가져오라고 했던 간과 허파를 백설공주의 것으로 알고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신데렐라가 독에든 사과를 먹고 죽은 후 왕자는 죽은 그녀에게 반해 공주의 시체를 난쟁이들에게서 얻어간다. 왕자는 시체성애자였나.그녀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왕자의 뽀뽀가 아니라 공주의 시체를 옮기던 왕자가 넘어지면서 목에 걸려있던 독사과가 튀어나온 덕이었다. 훗날 왕비는 뜨겁게 덜군 시뻘건 쇠신발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벌을 받게 된다.


라푼젤은 긴 머리채를 늘어뜨려 왕자를 불러들였을 때 쌍둥이를 임신했다. 엉큼한 것들. 어린 것들이 ㅉㅉ. 그 사실을 안 마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짤라내어 내쫓고 그 머리카락으로 왕자를 유혹해 내고, 이를 안 왕자는 탑에서 떨어져 눈이 멀고 맹인이 되어 헤매다가 라푼젤과 재회한다.


또한, 헨델과 그레텔을 숲속 깊은 곳에 갖다 버리는 사람은 계모가 다름 아닌 친아버지라는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조금 더 잔혹한 것들도 있다. <일곱마리 까마귀>에서 소녀는 자기 손을 깎아서 열쇠를 만든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저주로 까마귀가 된 일곱 오빠들을 찾으러 유리산에 당도하지만, 별들이 준 닭다리 열쇠를 잊어버린 것을 깨닫고는 칼로 자신의 손다락을 베어내고 뼈만 발려내어 손가락 뼈로 유리산 문을 연다.


<손없는 소녀>는 더욱 황당하다. 가난에 겨운 아비가 실수로 악마에게 딸을 보물과 바꾸기로 약속을 했는데 악마가 뜻대로 소녀를 데려갈 수 없자 악마의 요청으로 소녀의 손목을 자른다. 손이 없는 소녀는 떠돌아다니다가 왕비가 되지만 다시 또 악마의 장난으로 수모를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 술을 마시자 여자는 심장이 터져 버 렸습니다 그러자 강도들은 여자의 고운 옷을 갈기갈기 찢더니 여자를 식탁 위해 올려 놓고 그 아름다운 몸을 토막 토막 썰어 거기다 소금을 뿌렸습니다  -  <강도 신랑> 중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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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3-0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동화책도 버전이 다른가 보군요. 제가 읽은 헨젤그레텔에서는 아버지가 버렸고, 백설공주시체가 떨어질때 사과가 튀어 나왔었요. / 전문가 껌정님도 계시지만 저 당시 독일은 워낙 상황이 안 좋아서 애들 버리는것은 예사였죠.

CREBBP 2015-03-03 16:31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제가 어릴 때 읽은 거랑 디즈니판 머 두루두루 합치면 계모가 갖다 버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백설공주는 뽀뽀해서 깨어나잫아요

만병통치약 2015-03-03 16:47   좋아요 0 | URL
최근 버전은 로만틱하게 키스로 깨어나죠^^;;; 어릴때 본 만화인지 책인지에서는 유리관에 백설이 시신을 싣고 가는데 난장이가 돌에 걸려 넘어지고 유리관이 열리면서 공주가 깨어나요 ㅋㅋ (아 왜이리 생생하지???)

CREBBP 2015-03-03 16:51   좋아요 0 | URL
원본이 그 내용이에요. 왕자가 난쟁이들한테 그 시체를 달라고 해요. 아마도 어린이 책에서는 공주를 장례치르려고 관에 넣어 싣고 가다가 넘어져서 캐캑캐캑대며 깨어나는 걸거에요. 여기선 그냥 달라고 해요. 뭘 할건지도 안나오구..

이섬 2015-03-0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한우리활동도 하시는군요!

요즘 요 책이 주목을 많이 받더라구요. 혹시 그림형제에 더 관심 있으면 현암사의 <그림형제 민담집> 추천합니다. 현존 그림형제책 끝판왕이예요.

CREBBP 2015-03-04 12:59   좋아요 0 | URL
거긴 활동이랄 것이 없이 카페 가입후 이벤트 댓글 응모해서 당첨되면 책 받아서 쓰는 건데, 주로 어린이용 책 위주여서 제 관심사랑 달라요. 근데 이 책이 너무 탐나서 응모했더니 당첨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