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서울대 공대를 나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다 전업작가로 직업을 바꾸고《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썼다. 이 책은 자신의 인생관과 작가로서의 가치관을 자본론의 관점에서 가볍게 꺼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사실 작가가 이 챡에거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월급받을 때보다 경재적으로는 훨씬 못미치지만 대신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위햐서만 쓰고 있으미 행복하다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재미있는 일화라고 써놓은 세부 사정은 실제로 전업 작가로서 먹고 살기가 얼마나 팍팍한 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소비에는 소유형 소비와 체험형 소비가 있다고 한다. 엥겔 지수가 빈부의 차이를 말해준다는 것도 옛말, 우리는 좋은 식당과 맛있는 맛집들을 찾아 다니며 풍요롭게 먹는 미식가들에게 엥겔지수로 빈부를 측정할 수 없다. 저자 역시 할부로 해외 여행 가고 호텔에서 파는 빙수 먹으러 가서 강제적 발렛 파킹비를 생각한다. 서점에서 인기 없는 사회과학 서적을 쓰고 있지만 그동안 원숭이자본론을 비롯해서 여러 책들이 서점에서 네임 밸류를 얻고 방송과 강의 등을 활동으로 많이 알려져 꽤 이름 있는 저자임에도 수입이 충분치 않은 것을 보면 전업 작가로서 가족을 꾸리고 생활하려면 오랜 시간동안 조금씩 알려지고 책도 꾸준히 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내용이긴 하지만 원숭이자본론에서 자세히 썼겠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와 인간의 삶을 해석하는 그의 고유한 견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략 어떤 책인 지 알고 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경희대에서 마르크스 자본론 관련 2학점짜리 교양 강좌를 맡도 있는데 신입생이 국정원에 신고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니 헌법으로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명시된 대한민국에서 자본론을 국가 전복적 공산주의와 연결시켜 노동과 인권을 탄압했던 구시대의 유물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크게 재활했던 듯 싶다.

5.18이 국가 전복을 꾀하는 불온 세력의 폭력적 사태라고 믿어졌던 예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누군가의 의도로 특정한 관점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는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국민의 시선을 향하게 한다. 나는 그게 국가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임승수는 이 책에서 남이 보여주는 의도에 맞춰 사리를 판단하는 사람은 진정한 자유인이라 할 수 없고 사실상 정신적 노예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민주화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대다수 국가가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이 가진 시선으로 세계를 보도록 유도한다고 생각한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외부로부터 주어진 특정한 ‘관점’을 잣대로 삼아 사물·현상·사건을 가치판단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가장 한 가운데 있는 관점이 바로 돈이다.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길거리 요요 공연을 하는 학생들이 수상을 했는데 상금을 얼마 받았느냐로 공연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토로하는 내용이 있다. 자본론을 이야기 하면서 화폐로 환산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 저자는 반문한다. ‘그렇다면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예컨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다. 되레 적지 않은 화폐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는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그 시간을 기꺼이 감내한다. 오히려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그 시간을 통해 행복과 보람, 감동을 느낀다. ‘

저자가 말하는 행복한 시간이란 돈과 바꾸지 않은 시간이다. 취업난과 취업난의 공포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사실 어떻게 다가올 지 의문스럽지만 막상 회사라는 조직은 자본론에 의하면 회사에서 고용한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에서 ‘착취‘한 만큼의 이윤으로 기업이 굴러가고 자본주의가 풍요로와지는 것이므로 노동 시간은 내가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고용주에게 팔아버린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몰랐던 세계에서 일을 배우고 시스템이 돌아가는 동작 과정을 이해하고 어떤 일의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데서 누리는 행복은 없나? 사실 이런 이야기는 빠져 있다. 본인이 적성에 안맞는 과를 가고 적성에 안맞는 일을 하다가 글쓰는 전업작가로 전환을 했을 뿐인데 이것이 자본이 주가 되는 사회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 불행한 인간에서 자기 주도적 작가로서의 삶에서 행복한 삶으로 전환한 전형적 예로 잘못 일반화할 수 없다.

전업 작가가 되면 작가로서의 경험이 글의 소재나 소재의 일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로서 명성을 가졌던 그러지 못했든 상관없이 작가가 아닌 일보다는 작가로서 더 적성에 맞을 것이고 그것은 반대로 작가가 아닌 일은 작가 일보다 더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것은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며 작가가 책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흔히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로서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재미는 있었지만) 책의 의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행복한불량품입니다


아내가 자기 자식 돌봐주고 밥그릇 닦아주면 마누라 집에서 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내가 가사도우미로 남의 자식 봐주고 남의 밥그릇 닦아주면 마누라가 일한다고 말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차이를 만드는 기준은 ‘돈’이다. 아내가 자기 자식 봐주면 돈이 생기지 않지만, 남의 집 가사도우미를 하면 돈이 생기지 않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심이병욱 2019-01-1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인문사회 관련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 땅의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야 하고 그 탓에 갖가지 병폐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 어려움의 정점에 선 전업작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될 시간이었습니다

CREBBP 2019-01-23 12:00   좋아요 0 | URL
책을 내는 작가들이 흔히 자신의 선택을 독자들에게 예시하는 경우 독자들이 알아서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자본주의의 병폐가 많지만그걸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 어렵겠지요

2019-01-22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9-01-23 12:04   좋아요 0 | URL
제가 잘 전달을 못한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소질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거지 일반 독자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막 회사 그만두고 들어앉아 글쓰는 건 생각해봐야 할 거 같다는 취지로 쓴 단락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