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박성제 지음 / 푸른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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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소리에 민감하지 않거나, 그닥 무게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하이엔드 스피커는 평생 가도 한 번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한 제품이다. 개당 가격도 만만치 않을 뿐 더러, 스피커 하나가 아니라 집 전체를 손보는 경우가 생길 수 도 있으니 애초부터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업을 수 도 있겠다. 


첫 번째 단락의 제목 처럼, 저자가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 처럼, 술 좋아하고, 골프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던 한량 기자였던 사람이 어쩌다 보니 MBC노조 위원장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저지하려는 파업의 선봉, 혹은 배후 (그럴리 없다는 말이 맞을 거다.)가 되어버렸다. 


해직에 맞서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기사를 보면 아마도 복직이 될 듯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동안 버티고 버텨온 사람의 속이 어떠할 지는 짐작하기 어렵겠다. 


그런데, 그렇게 해직을 당하고 나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작한 목공일에서 평소에 좋아하던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기자생활과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일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이나, 활동, 취미 이상의 관심, 본인의 성격 등등. 결국에 번듯한 결과물, 영혼의 동반자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쩌다보니 수제스피커 제작 회사 사장이 되어버린 사람의 성공스토리 일 수 도 있겠고, MBC라는 공영방송이 신뢰를 잃고 추락해가는 (여전히 그러한) 상황을 겪어낸 사람의 현재 진행형 수기 일 수도 있는 책인데, 어느 쪽이든, 응원하고 싶은 삶이라고 하겠다. 어쩌다 보니 아렇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 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나는 무엇이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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