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아 정말 자기전에 잠깐 읽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냥 덮을수가 없었다. '88만원 세대'라는 잔혹한한 문구가 정녕 20대를 아루를 수 있을만큼, 우리는 저주받은 세대란 말인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때부터 지금까지 교수님들에게 늘 들어왔던말은 '한의사가 잘나가던 시대는 지났다. 먹고 살려면 지금부터 무얼로 밀고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였다. 심지어 "돈 많이 벌려면 당장 수능준비해서 치대 들어가라"는 교수님까지 있었으니. 한의원을 운영하며 강의오는 선생님들 역시 입만 열면 '요즘 망하는 한의사 많다. 왠만한 직장인들보다 못 버는 한의사가 수두룩하다'며 공연히 주눅들게 만들곤 했다. 그 덕에 나같이 별 생각 없이 다니던 현역들조차 덩달아 '돈'이란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분위기였으니. 대학이 직업을 위해 거쳐가는 일종의 '양성소'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긴 친구들을 봐도 'SKY"를 간 친구조차 공대생의 앞날은 암울하다며 입학때부터 고시 혹은 유학을 당연시 하고 지방대에 간 친구들은 다들 별별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어찌보면 이런 분위기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게' 우리 저주받은 세대의 가장 큰 잘못인지도.

F가 수두룩해도 졸업후엔 회사를 골라서 입사했다는, 아니꼬우면 엎어버리고 나와도 쉽게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던 윗 세대들. 이 책은 급속도로 발전해 온 경제덕에 톡톡히 혜택을 본 윗 세대들이, 사실은 현 20대가 누려야 할 특권을 가로채 간 것이라고, 혹은 나누어 줘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10대를 인질로 20대를 쥐어 짜고있다"고 표현한다. 얼씨구나 동의해야 할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갸우뚱이다. 현실적으로 느끼는 건 특정 집단들이이 잘 사는거지 윗세대 전체가 잘 사는건 아니기에. '마흔의 심리학'에도 나왔지만 어느 세대나 자신들이 '샌드위치'마냥 끼어있다고 생각할 여지는 있다. 신입사원은 신입사원대로, 중간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비킬줄 모르는 선배 사이에서, 윗층은 퇴직 걱정에. 아둔한 내 머리론 결국 당장 소득이 줄어도 별 상관없는 특정 집단만 안전한게 아닐까 하는 '불순한' 생각 뿐. 뭐 어쨌거나 공부 많이 한 경제학자의 말이니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정말 우울한 전망이긴 하지만 20대 태반이 백수 아니면 비정규직인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OTL

나 자신이 20대지만, 스스로도 '요즘 20대는 생각이 없다'고 자조해왔었다. 대학생때 한가닥씩 한 386세대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사회문제엔 관심도 없고 스스럼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우리세대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으니. 이 책은 그 책임을 '생각없이 자라게'만든 사회에 돌린다. 어렸을때부터 '승자독식체제'로 길러졌는데 뭘 바라겠느냐는. 더 나아가 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우리보다 더 '입시지옥'에 휘둘리는 현 10대들이 20대를 더더욱 고립시킬거란 섬뜩한 전망을 던지며 보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경제학자로서 저자가 내놓는 대안은 20대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스타벅스에 돈 갖다 바치지 말고  (되도록 같은 20대가 운영하는) 자영업소나 생협 등을 이용하라는 것.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20대에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20대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것, 토플이나 자격증 등 '바늘구멍'에 매달리지 말고 '다안성'을 가진 사람이 되라는 것 등등. 글쎄 앞부분에 받았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막상 대안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도 이미, '변화'가 두려울만큼 굳어버린걸까. 68혁명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국립대학화'를 요구할 수 있었던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왠지 머나먼 나라의 앨리스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16세 동거'를 화두로 시작해서 참 재미있게 잘도 풀어나간다. 감정이나 도덕이 아니라 경제적 지표로 냉정하게 따져가면서도 '조폭'이나 '불법 다단계'를 비교하기도 하고 ('조폭'은 주기적으로 윗 사람들이 구속되 승진의 길이 열려있지만 '다단계'는 폐쇄회로 속에서 힘없는 말단만 피해본다며 차라리 '조폭'이 낫다는 말에 한참 웃었다.) 절망적인 얘기를 풀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신선한(!) 예시로 설명하고, 글에서 약간 우월한(!)듯한 느낌이 느껴지긴 하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이것이 '희망의 경제학'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변화는 작은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지만. 현 상황의 벽이 너무 높게 느껴지니...정말 나도 사고가 늙어버린걸까.

아 모르겠다. 책을 읽고 희망이 생기길 기대했지만. 왠지 어쩔수 없다는 현실의 벽을 더욱 깊게 체감한 느낌이다. 하긴. 절망이 깊을수록 희망은 더욱 간절해 지는 법이니까. 당장은 이 책 내용이 불편해도. 현실을 직시해야 마땅한 대안을 찾는 법일테니. 일단은 그것에 위로를 삼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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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네요.......

Jade 2007-10-28 01:58   좋아요 0 | URL
역시...테츠님도 20대셨군요! 20대 불혹이라는 말이 갑자기 와닿는데요 -_-;

마늘빵 2007-10-28 11:09   좋아요 0 | URL
전형적인 88세대의 모든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_- 사례는 여기.
이 책 꼭 봐야겠군. 우석훈 강의도 신청했으니...

Jade 2007-10-28 20:59   좋아요 0 | URL
에이 아프님은 이제 곧 30대시면서 :p

다락방 2007-10-28 21:19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30대 ㅋㅋ

Jade 2007-10-28 23:01   좋아요 0 | URL
어머 다락방님 저랑 비슷한 나이신줄 알았어요 ^^;; 이러면 실례되는 건가;;

다락방 2007-10-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 좋으네요.

Jade 2007-10-28 20:59   좋아요 0 | URL
어머 다락방님 ㅎㅎ 그것 보세요 다락방님이랑 저랑은 통하는게 있다니까요 ㅎㅎ

순오기 2007-11-0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이를 한참 먹었지만, 우리 큰애가 20대 진입을 앞둔 고3이고 게다가 셋이나 되니까 내겐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딸 수능 끝나면 같이 보려고 사 놓았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Jade 2007-11-02 13:12   좋아요 0 | URL
곧 수능인데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전 수능시험날 평소보다 한 20점 떨어져서 아직도 수능 다시보고 싶고 그런 생각을 해요~^^; 운이 좋아서 학교는 잘 왔지만 꽤 오랫동안 시험 공포증에 잡혀있었어요..^^ 다시 수능보면 이번엔 실수 안하고 잘 할수 있는데 생각하면서..^^ 그래서 수능 앞둔 고3보면 남 같지가 않아요. 순오기님 따님 건투를 빕니다!

아 그리고..전 아직 취업전선에 나가보지 않아서 더 그런거겠지만 약간 과장된듯한 느낌도 있어요 ^^; 저처럼 낙담만 하지 마시고 긍정적 요소나 해결방안을 찾으세요 ^^

레디앙 2007-11-1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88만원 세대>를 펴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광호라고 합니다. 지금 레디앙(www.redian.org)에 88만원 세대 리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그곳에 게재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어 댓글 답니다. 가능하다면 번거로우시더라도 메일 주소로 연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승주나무 2007-11-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는 꼭 쓰려고 두 번 읽고 있어요.. 너무 힘 들어가진 않게^^; 세대 간 전쟁이라..사람은 역시 싸워야만 얻는 것인가~~

Jade 2007-11-17 21:27   좋아요 0 | URL
어제 강연회는 잘 다녀오셨어요? ^^ 두편의 리뷰, 모두 잘 봤어요. 어제 강연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ㅎㅎ 저도 신청했다가 갑자기 일이생겨서 중간에 신청취소했거든요~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