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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 - 칭기스칸이즘 : 세계를 정복한 칭기스칸의 힘은 무엇인가. 그의 철학과 전략
구종서 지음 / 살림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평전은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닿아 있어서 인물과 역사를 동시에 만나는 장점이 있다.
그 인물은 우리나라 사람이어도 좋고 다른 나라 사람이어도 흥미롭다.
이번에 만난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은
제목 그대로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과 더불어 몽골 역사에 관해서도 상세히 알려준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에 버금가는 정복자쯤으로 알았던 칭기스칸에 대해 심층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몽골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도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몽골 변방의 사나이 칭기스칸을 인류문명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했다.
그동안 서양 중심의 역사에 밀려 역사적인 위업을 쌓고도 야만적이고 잔인한 인물로 평가되었던
동양의 영웅 칭기스칸이 이를 계기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걸로 재평가 된 것이다.
따라서 칭기스칸을 따라다니던 문명의 파괴자, 무정한 살인자, 잔인한 전쟁광이라는 혹평이
세계 최강의 정복자, 최대의 위인이라는 호평으로 바뀌었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후보로 올라온 나폴레옹이나 칸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링컨과 처칠 등을 물리치고 칭기스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인간 칭기스의 성격과 생애, 가치관과 병법 등을 씨줄로
시대적 환경과 역사, 문화 등을 날줄로 하여 천년의 인물 칭기스칸을 정교하게 직조했다.
저자는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은 칭기스의 힘의 근원을,
받은 것을 철저히 보상하고 원한을 당하면 철저히 보복하고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변상하는 철저한 보상심에서 찾는다.
여기서 나는 뿌린대로 거둔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칭기스의 확실한 성격을 보았다.
그리고 전리품을 충분히 챙기는 성취욕과 자기 것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관리력,
병법에 능한 전략과 리더십, 그의 의지와 철학에서 성공 요인을 찾아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는 병법에 밝은 징기스칸을 보면서 타고난 정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나는 전략과 전술에 관한 내용보다는 그의 천성과 인간적인 성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뛰어난 창조력과 강한 권력의지, 끝간데 없는 욕망과 승부근성, 건강한 체질,
일정한 거주지 없이 초원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 생활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한 몫을 한다.
그는 황제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전선에 나가 야영하며 사병들과 함께 숙식하고 자기 짐은 자기가 메고 다니고,
목동의 누더기 옷을 입고 사병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전쟁에 임했다.
또 사병중심의 군기를 만들어 전투력을 강화한 점이라든가
사병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징기스칸의 저력이 느낄 수 있었다.
황제에게 어울리지 않는 서민적인 성품이나 사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따뜻한 면,
백성을 아끼는 애민정신과 친화력 등은 여지껏 보아온 황제나 장교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칭기스칸의 죽음 또한 다른 정복자의 그것과 확실히 다르다.
저자는 알렉산더가 33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과
카이사르가 56세에 동료와 동맹자에 의해 칼에 찔려 죽은 것과
나폴레옹이 유배되어 고독과 고통 속에서 53세에 사망한 것,
히틀러가 정복한 땅을 모두 빼앗기고 적군이 포위하는 가운데 57세에 자결한 것을 칭기스칸의 죽음과 비교한다
칭기스칸은 호화롭고 장엄한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기보다 전쟁터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다 65세에 전쟁터에서 죽지만,
알렉산더처럼 부하들에게 땅을 빼앗기지 않았고,
카이사르처럼 동료에 의해 사망한 것도 아니고,
나폴레옹처럼 유배지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도 아니며,
히틀러처럼 땅을 도로 빼앗기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천수를 누리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계문제와 향후 정복전략에 대해 유언까지 하고 죽었다.
저자는 이런 칭기스칸의 죽음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묘사한다.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은 우리와 얼굴 표정과 느낌이 닮은 몽골인,
그래서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고 친근한 나라로 다가오는 몽골의 역사에 대해,
몽골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 칭기스칸에 관해 쉽고도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책 말미에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의 처형을 집행할 때 가장 환호했던 사람들이 몽골인이었으며
독립운동 때 우리의 독립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사람들이 몽골인이었다는 기록을 읽으며 가슴 뭉클했다.
나도 저자와 한마음으로 바란다.
"한몽 두 나라가 과거의 비극을 잊고 새로운 시대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세계를 달려 나가면서,
코리언 드림을 가진 몽골 청년들의 꿈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