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라산 남쪽 기슭에 있는 정방폭포는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사신을 보냈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늙고 쇠잔해지면서 죽음에 이르지만 인간에게만 이 순리를 거스르려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불로초를 구하러 다니고, 보톡스로 주름살을 펴서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려 애쓴다.

만약 우리가 나이는 먹되 몸은 갈수록 젊어진다면 그 삶은 정말 행복할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 단편집으로 11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피츠제럴드는 이 책에서 기발하고 독특하고 대담한 내용으로 읽는이에게 읽는 재미를 주며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뽐낸다.

올들어 두번째 읽는 단편이다.

단편은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주저없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먼저 읽었다.

벤자민 버튼은 주름살투성이의 70세의 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아기의 몸으로 죽는다.

얼핏 생각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늙어가는 것은 서글픈 일 같지만,

벤자민의 삶을 보면서, 사랑하는 남녀의 몸이 반대방향으로 성숙해져 감에 어긋나는 사랑을 보면서

인생과 아픔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벤자민 버튼에게 거꾸로 가는 것은 그의 젊어지는 몸뚱아리이지 시간이 아니다.

점점 늙어가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나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시간이 갈수록 늙는다는 것은 순리이나 순리에 역행하는 것은,

그것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섭리를 거스르는 운명을 타고 난 벤자민의 삶은 무엇을의미하는가.

서문은 섭리에 순응하지 않고 반역하려는 인간 욕망의 충돌과 사회와 자아의 갈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이러한 갈등을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

당시 화려했던 1920년대 미국인들의 문화와

열광적인 재즈댄스와 자유분방함, 우정과 사랑, 운명 등 젊음의 위기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아이러니하게 그리고 있다.

 

 

책을 다 읽자 영화로도 손색이 없는 이 소설의 영상이 궁금했다.

영화와 책을 동시에 접하고 그 느낌과 감동을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얼마큼 원작에 충실했는지,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어 제작했는지,

세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과연 믿을만한 건지 확인해보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09-02-2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슨, 책도 안 읽고 리뷰를 씁니까? 책에 시계공이 왜 나와요? 아무 생각없는 이상한 리뷰로군, 흥.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 - 칭기스칸이즘 : 세계를 정복한 칭기스칸의 힘은 무엇인가. 그의 철학과 전략
구종서 지음 / 살림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평전은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닿아 있어서 인물과 역사를 동시에 만나는 장점이 있다.

그 인물은 우리나라 사람이어도 좋고 다른 나라 사람이어도 흥미롭다.

이번에 만난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은

제목 그대로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과 더불어 몽골 역사에 관해서도 상세히 알려준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에 버금가는 정복자쯤으로 알았던 칭기스칸에 대해 심층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몽골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도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몽골 변방의 사나이 칭기스칸을 인류문명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했다.

그동안 서양 중심의 역사에 밀려 역사적인 위업을 쌓고도 야만적이고 잔인한 인물로 평가되었던

동양의 영웅 칭기스칸이 이를 계기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걸로 재평가 된 것이다.

따라서 칭기스칸을 따라다니던 문명의 파괴자, 무정한 살인자, 잔인한 전쟁광이라는 혹평이

세계 최강의 정복자, 최대의 위인이라는 호평으로 바뀌었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후보로 올라온 나폴레옹이나 칸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링컨과 처칠 등을 물리치고 칭기스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인간 칭기스의 성격과 생애, 가치관과 병법 등을 씨줄로

시대적 환경과 역사, 문화 등을 날줄로 하여 천년의 인물 칭기스칸을 정교하게 직조했다.

저자는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은 칭기스의 힘의 근원을,

받은 것을 철저히 보상하고 원한을 당하면 철저히 보복하고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변상하는 철저한 보상심에서 찾는다.

여기서 나는 뿌린대로 거둔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칭기스의 확실한 성격을 보았다.

그리고 전리품을 충분히 챙기는 성취욕과 자기 것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관리력,

병법에 능한 전략과 리더십, 그의 의지와 철학에서 성공 요인을 찾아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는 병법에 밝은 징기스칸을 보면서 타고난 정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나는  전략과 전술에 관한 내용보다는 그의 천성과 인간적인 성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뛰어난 창조력과 강한 권력의지,  끝간데 없는 욕망과 승부근성, 건강한 체질,

일정한 거주지 없이 초원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 생활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한 몫을 한다.

그는 황제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전선에 나가 야영하며 사병들과 함께 숙식하고 자기 짐은 자기가 메고 다니고,

목동의 누더기 옷을 입고 사병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전쟁에 임했다.

또 사병중심의 군기를 만들어 전투력을 강화한 점이라든가

사병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징기스칸의 저력이 느낄 수 있었다.

황제에게 어울리지 않는 서민적인 성품이나 사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따뜻한 면,

백성을 아끼는 애민정신과 친화력 등은 여지껏 보아온 황제나 장교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칭기스칸의 죽음 또한 다른 정복자의 그것과 확실히 다르다.

저자는 알렉산더가 33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과

카이사르가 56세에 동료와 동맹자에 의해 칼에 찔려 죽은 것과

나폴레옹이 유배되어 고독과 고통 속에서 53세에 사망한 것,

히틀러가 정복한 땅을 모두 빼앗기고 적군이 포위하는 가운데 57세에 자결한 것을 칭기스칸의 죽음과 비교한다

칭기스칸은 호화롭고 장엄한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기보다 전쟁터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다 65세에 전쟁터에서 죽지만,

알렉산더처럼 부하들에게 땅을 빼앗기지 않았고,

카이사르처럼 동료에 의해 사망한 것도 아니고,

나폴레옹처럼 유배지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도 아니며,

히틀러처럼 땅을 도로 빼앗기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천수를 누리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계문제와 향후 정복전략에 대해 유언까지 하고 죽었다.

저자는 이런 칭기스칸의 죽음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묘사한다.

 

[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은 우리와 얼굴 표정과 느낌이 닮은 몽골인,

그래서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고 친근한 나라로 다가오는 몽골의 역사에 대해,

몽골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 칭기스칸에 관해 쉽고도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책 말미에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의 처형을 집행할 때 가장 환호했던 사람들이 몽골인이었으며

독립운동 때 우리의 독립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사람들이 몽골인이었다는 기록을 읽으며 가슴 뭉클했다.

나도 저자와 한마음으로 바란다.

"한몽 두 나라가 과거의 비극을 잊고 새로운 시대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세계를 달려 나가면서,

코리언 드림을 가진 몽골 청년들의 꿈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구본형 지음 / 살림Biz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인생에 있어서 만남은 참으로 중요하다.

황상이 조선에서 제일가는 시인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산을 스승으로 만났기 때문이며,

조광조가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사약을 받고 죽은 것은 한때 환상의 정치적 파트너였던 중종의 견제 때문이다.

이 둘의 교훈은 만남은 우리 인생에 여러가지로 좋고 나쁜 영향을 미치며,

스승과의 관계이든 상사와의 관계이든 관계에 일방통행은 없다는 것이다.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은 상사와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한 부하 직원의 주도적 영향력에 대해 집중되어 있다.

저자는 상사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기술을 '상사학'이라 부르며 상사를 이기기보다는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어 상생하라고 한다.

상사와 유쾌한 관계를 만들어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상사가 존경할 만 하거나 흠모할 만 하다면 매일 아침 출근길이 신바람이지만,

매일 만나는 상사가 쓰레기 상사, 나쁜 상사라면 그건 고역이다.

그렇다고 상사를 갈아치울 수도 없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안 볼 수도 없거니와

내좇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책은 이런 부하 직원들을 위해

상사와 나쁜 관계에 놓이게 된 사람이 상사와 다시 화해하는 법,

대책 없는 악질 상사에게 강력하게 재갈 물리는 법,

나쁜 상사의 리더십을 답습하지 않고 반면교사하는 법 등 적극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더불어 상사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능력과 실력을 갖추어 일로써 장악할 것을 주문한다.

 

상사와 부하는 '업무'로 연결된 관계다.

때문에 업무로 인한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며,

상사의 성격이나 능력에 따라 갈등은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

갈등 없이 일하려면 상사와 부하 모두의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부하 직원의 대처와 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지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변화만을 강요하는 것은 오래가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그것은 절름발이 걸음과 같아 힘차에 뛰어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부하직원들 뿐 아니라 상사와 오너들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상사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점검하고

자신의 모습이 부하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상생'은

부하의 자원과 재능을 얻어내는 상사와 모든 능력과 재능을 다하여 조력하는 부하의 공동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므로.

 

저자는 이상적인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좋은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다산은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제자를 조선이 알아주는 문장가로 키운 스승이다.

황상이 다산을 스승으로 모셨다 하더라도 그가 정진하지 않았다면 그 이름이 후대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훌륭한 스승에 좋은 제자의 모델이나 정치적 환상의 콤비였던 조광조와 중종의 관계는 그 반대다.

중종은 불타는 개혁 의지를 왕위를 넘보는 것으로 오해한 의심 많은 상사이며,

조광조는 상사를 조선의 요순 임금으로 만들려했던 곧고 강직한 부하였다.

그러나 둘 사이에 생긴 오해와 견제로 인한 갈등이 악화되어 결국 상사는 부하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나는 조광조의 죽음을 상사의 손실로, 회사의 비극으로 비유하고 싶다.

 

'훌륭한 상생'을 원하는 사람,

직장에서 관계로 인해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
오카와 쓰구미치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유머는 건조하고 팍팍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생활 비타민이다.

유머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는가?

만약 유머가 없다면 지루하고 메마른 길을 경직된 얼굴로 걷는 것과 같을 게다.

유머는 메마른 일상에 단비 같고 무표정한 얼굴에 햇살 같은 것.

유머있는 사람은 언제나 어느 자리에서나 인기가 많다.

애인감, 신랑감으로도 유머있는 남자가 단연 1등을 차지하고,

tv에서도 오락 예능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 중 더 웃긴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높은 것을 보라.

 

세상이 흉흉하고 각박할수록, 삶이 고단하고 무거울수록 반사적으로 사람들은 유머를 찾는다.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삶의 무게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더구나 요즘은 웃음이 건강에 좋다고 웃음치료까지 등장하고,

비지니스나 직장생활, 심지어 자기관리에도 유머는 필수다.

이쯤되면 유머를 따로 배우고 익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는 오카와 쓰구미치 목사님이 설교에 사용한 유머를 모아놓았다.

소개된 유머는 단순히 한 번 웃고 가볍게 넘기는 일회용 유머가 아니다.

유머에 담긴 뜻이 깊고 메시지는 강하다.

설교에서도 정곡을 찌르는 설교보다 '비유'를 통한 설교가 오래도록 기억되고 마음에 남는 것처럼,

목사님의 비유 유머와 은유 유머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성도들의 마음을 한바탕 웃음으로 열게하기 위해,

예배 중 조는 성도들을 화들짝 깨우기 위해 유머를 필사적으로 찾고 모으는 목사님은

이렇게 힘들게 모은 유머를 건망증으로 잊어버릴 싶어 유머집을 냈다고 한다.

목사가 유머집을 내는 것 자체가 유머라고 서문은 쓰고 있지만,

목사 만큼 재미있고 유머가 풍부한 사람(직업)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목사님 중 재미있는 목사님이 아주 많고,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하게 만나본 목사님들도 대부분 재미있기 때문이다.

개중에 더러는 어색하게 유머를 구사하는 분도 있지만, 그래서 회중을 안쓰럽게 만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경험에 의하면 오히려 근엄하고 점잖은 목사님이 드물다.

그들도 저자처럼 어렵고 힘들게 유머를 찾아 구했을 생각을 하니 어색하더라도 큰소리로 웃어야겠다.

 

웃을 일이 없더라도 억지로 큰소리로 웃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라도 웃으면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왕 웃을바에야 [뮤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를 읽으며 웃는 게 어떨까?

재미있으니까. 웃기니까.헛웃음이 아니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부부가 오래 살면 상대의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미루어 짐작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상대의 정확한 마음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표현된 말도 오해하기 일쑤인 판국에 본디 복잡미묘하고 수시로 변하는 쉬운 마음을 눈빛만으로 읽어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직업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소리의 홍수 속에서 사는 남자와

세상 소음이 차단된 고요 속에서 사는 여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번 사랑은 남자가 이제까지 해왔던 연애와 확실히 다르다.

꼬치꼬치 따지는 옛연인 히로미와 말하기 싫었던 슌페이는

이별 후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 때도 서로가 딴 소리만 하다가 헤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랑은 다르다.

여자가 귀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의사소통은 필담으로 이루어진다.

 

 

여자를 위해 입모양으로 천천히 말해주거나 할 말을 수첩에 써야한다.

그러면서  이 말이 여자에게 어떻게 가 닿을까를 생각하고 여자의 감정을 고려하며 전달한다. 

필담은 종이에 할 말을 옮겨적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불필요한 말을 자연스럽게 걸러주어 좋다,

반면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정황 설명이라든가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바로 옆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급박한 순간에도 필담은 한계를 드러낸다.

 

 

위험한 상황에도 섬뜩하리만치 평온한 여자를 보며 남자는 전혀 낯선 여자의 고요함에 강한 두려움 느낀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자 지쳐간다.

그렇게 잠시 남자는 여자를 소홀히 한다.

남자는 파키스탄에서 귀국하자마자 사흘 밤낮을 편집에 매달리느라 여자에게 연락을 하지 못한다.

겨우 한숨 돌리고 종적을 감춘 여자를 찾아나서면서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사랑했음을 비로소 보게 된다.

 

 

뭔가를 전달하는 것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조금 어눌하더라도 진실을 전하려는 '노력'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보낼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그 노력처럼.

혹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면 잠시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말을 찾는 노력을 먼저 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도, 그 사랑을 전하는 것도 노력할 때 빛을 발하는 법이고,

일방이 아닌 쌍방이 노력하면 그 빛은 아름답기까지 하겠지.

끄때쯤이면 눈빛만으로도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 싶은데,

과연 그럴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