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50 - 쉰 살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50가지 방법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윤미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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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스물이 되기를 기다렸고, 20대에는 서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았고,

30대엔 마흔이 되면 무슨 재미로 사나 걱정을 했다.

마흔을 훌쩍 넘긴 40대인 지금은 나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덤덤하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않으며 무신경한 채로 살아간다. 서서히 저물어 가는 나이라고 쓸쓸해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감으로 넘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룬 것도 내세울 거도 없는 평범한 인생이고,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중년이다.

이런 나도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다.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빛나는 청춘들을 보면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져 덜어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여자 나이 오십]은 여자 나이 오십을 예찬하는 책이다.

저자 마르깃 쇤베르거는 대형 출판사 그룹에서 주말까지 헌납하며 일하다가 쉰 살에 출판 매니저로 독립하였다. 
그녀는 책을 통해 여자 나이 오십이 얼마나 멋지고 매력적인 숫자인지를 알려준다.

쉰 살은 젊은 시절 미뤄두었던 꿈을 실현하는 나이이며 인생의 반란을 일으킬 최적의 시기를 맞은 것이라고 한다.

그녀 자신의 인생처럼.

 

수년이 지나면 내 나이 오십이다.

여자 나이 오십하면 흔히 한 물 간 나이, 별 볼 일 없는 나이로 여긴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오십이 코 앞에 닥치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여자에게 쉰은 적은 여성적인 매력을 잃어가는 시들한 나이기는 하나 일면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남편이나 직장, 자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한 나이가 쉰 살이고,

가족의 뒤치닥거리에서 해방되는 나이가 바로 쉰이다.

따라서 여자 나이 오십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전의 삶이 가족을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한 삶으로 선회하는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수년 후면 도래할 내 나이 오십을 미리 상상해 본다.

그때쯤이면 나도 가족에게서 한발짝 물러나 한결 여유롭고 홀가분한 상태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가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시간 또한 충분하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내가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여자의 나이 쉰 살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라고 말한다.

숨겨진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떠나는 여성이라면 충분히 행복하고 황홀하게 쉰 살을 맞을 것 같다.

행복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곧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보다는 내면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고,

내면을 살찌우는 일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시키는 일을 충실히 따르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 일이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 한 그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인생이며 진짜 자신의 삶일 터.

 

쉰이 되기 전 이 책을 만나 기쁘다.

저작 의도대로 나에게 이 책은 진지한 중간 점검을 해볼 기회를 주었다.

어쩌다보니 오십이 되었어요, 벌써 쉰 살이 되었구려, 속절 없이 나이만 먹었네, 하는

회한 섞인 넋두리 보다는 미리미리 쉰을 준비하여 당당하게 오십을 맞아

나이를 제대로 즐기고 나이 들수록 아름다운 빛을 발하자,

우리 중년 여성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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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노트 -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제임스 히긴스 지음, 박수규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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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발휘할 활동이나 업무와 거리가 먼 나는 창의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위기감을 종종 느낀다.

지난 달 과학의 날 포스터와 표어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아이에게 아무런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뭐가 좋을까?"라는 말만 겨푸 했더니 아이가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식탁에 올리는 반찬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아이에게 그런 말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이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는 억눌린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기법,

즉 다양한 아이디어 발상법 101가지를 소개한다.

열심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에 창의성이 경쟁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생각 만큼 창의성이 따라주지 않는 데 있다.

흔히 창의력은 특정 인물의 타고난 지적 우수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는 모든 사람이 창의력은 타고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창의력을 개발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창의력은 향상되거나 퇴보한다.

이 책은 이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의 저자인 혁신 컨설턴트인 제임스 히긴스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창의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만, 잠들어 있어 밖으로 표출되지 않을 따름이라고.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중 '창의적인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개인적인 기법'이 눈길을 끌어

가장 먼저 읽었다.
그 중 의인화 유츄법과 관계어를 탐색하라, 두 단어 기법으로 아이디어를 확장시켜라, 문제 위에서 잠자고 꿈꿔라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특히 '문제 위에서 잠자고 꿈꾸라'는 반갑기까지 했다.
잠들기 직전에 어떤 문제에 관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가장 격렬하게, 가장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은 나의 주특기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기법을 터득해 활용하고 있던 셈이다.
문제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깨어났을 때 꼭 필요한 흥미로운 대안들이 떠오르거나

밤중에 불현듯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럴 때 저자는 즉시 스탠드를 켜고 노트에 메모하라고 하는데 게으른 나는 이것을 놓치고 있었다.
내가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해준 책의 충고를 마음에 새겼다.
에디슨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종종 짧게 잠을 자곤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부러 낮잠을 청한 모습에서 발명왕은 역시 다르구나, 했다.

 

이 책은 개인적인 기법 뿐 아니라 그룹 기법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 중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브레인스토밍과 브레인라이팅의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관심있게 읽었다.
브레인라이팅의 6-3-5기법은 한 그룹이 30분 이내에 108건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비슷하거나 중복된 아이디어를 추려내도 60건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나타나 생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니

대단히 효과적인 기법이 아닐 수 없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은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직장인이나 경영자에게 매우 유용한 지침을 담았다.
책은 직장 내 소그룹이나 소규모의 팀, 혹은 기업을 초월하여 세계적인 연합 형태의 팀이

창의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훈련 자료들로 빼곡하다.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길 원하는 사람들이나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을 갖추길 원하는 사람들의 실용서임은 분명하나
너무 많은 기법을 다루다 보니 내용에 깊이가 없고, 중복되는 내용이 보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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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풍경 1 -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서정적 풍경 1
복거일 지음, 조이스 진 그림 / 북마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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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평론가 복거일의 눈은 냉철하고 날카롭지만 그의 산문(散文)은 운치 있고 부드럽다. 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사회평론가라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산산히 부순 책이다. 나에게 복거일은 소설가라는 이미지보다 평론가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작가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새롭게 해준 이 책은 수필 속에서 시를 음미할 수 있고 시를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책이다. 작가의 손에 붙들린 시는 명쾌하게 해석되고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머리를 갸우뚱 거려보아도 알 수 없던 아득한 시의 세계를 수필 속에서 알기 쉽게 녹여내고 있다. 어렵던 시들이 작가의 능숙한 솜씨에 의해 따뜻한 시로 살아나기도 하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기도 한다.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간결한 문체로 작가의 속 깊은 내면과 세상을 향한 나직한 물음을 던지며 시와 수필의 사이를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 간격을 좁혀간다.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에 담긴 그림]은 제목 그대로 서정적인 시와 냉철한 사고가 보나르 풍의 그림으로 한데 어우러져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보나르 풍의 그림은 저자의 딸이 맡았는데 차분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그림이 서정적인 글을 돋보이게 하고, 글은 그림을 한껏 살려주고 있어서 책에 실린 시는 더욱 빛을 발한다. 서정주, 이육사, 박목월, 윤동주, 마종기, 박성룡, 김소월, 노천명, 김광섭, 김춘수, 조지훈, 황동규, 황인숙, 김수영, 변영노, 이수복 등의 국내 시인들과 멀리는 송나라 시인 육유(遊)에서부터 윌리엄 워즈워스, 휘트먼의 시들이 소개된다. 대부분 교과서에서 만난 시인들, 혹은 이미 고인이 된 시인들이 주를 이루어서 읽는 동안 아련한 향수에 젖었다.

 

특히 어려운 시절을 살다 쓸쓸하게 죽은 노천명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는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감상에 젖게 했다. 시어 자체도 어릴적 외가의 시골집을 연상하게 하지만 시에 얽힌 나의 빛바랜 추억이 되살아나서 손때묻은 사진첩을 넘기는 기분이었다. 오래 전 노천명 시인의 이 시를 외우며 나도 시인처럼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어줍잖은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 뿐이었고 나는 도시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날 치기어린 마음과 그날의 감흥이 되살아나 살며시 눈을 감고 시를 외우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 내가 산골에 들어와서  텃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산골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풋내기때 가졌던 그 마음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한건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고 싶어했던 쪽은 내가 아닌 남편이라는 것이다.


 

직업의식을 지닌 사람에게는 어떤 직업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글은 감동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담백한 시들에 끌린다는 내용과 여행에 대한 생각에서는 '다 그렇구나'하는 닮은꼴을 발견했다. 시를 읽는 저자의 마음이 참 맑고 깊다, 같은 시를 읽어도 시의 참맛을 모르는 나에겐 더없이 친절한 책이나 저자의 시를 읽는 능력은 질투날 정도로 그윽하다. 그의 간결하고 정갈한 문체도 베끼고 싶을 정도로 탐난다. 얼굴을 간지르는 따사로운 봄바람을 받으며 읽기에 제격인 책을 만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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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의 지름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3
나가시마 유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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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영화든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이런 경향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깜짝 이벤트로 순간적인 즐거움을 맛보는 것 보다 일상에 숨어 있는 작은 기쁨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나이가 가르쳐 준 것도 같다. [유코의 지름길]은 자칫 무료할 정도로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는 연작소설이다. 특별한 주제나 돌발적인 사건사고도 없고 갈등 구조도 없이 어제 같은 오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책을 읽노라면 마치 미풍에 실려오는  풋풋한 봄내음을 맡는 느낌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냄새는 읽는이에게 편안함과 여유를 선물한다.

 

[유코의 지름길]은 일본에서 두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한 작품으로 제 1회 오에 겐자로부상 수상작이다. 우리에게는 행동하는 지성인, 양심 있는 학자로 알려진 오에 겐자부로가 뽑은 책이라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책을 열었다. 책은 후라코코라는 서양 앤티크 전문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사를 섬세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나이나 과거를 도통 알 수 없고, 이름까지도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나'는 골동품 전문점 후라코코에서 일하면서 2층의 창고 대용 방에서 생활한다. 이 연작 단편집은 정체 불명의 '나'가 반 년 남짓한 동안 후라코코에서 보낸 일상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도입 부분은 아무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담백해서 사실 지루하다. 소설 속 화자 '나'는 이야기가 한참 진행될 때까지도 성별이 애매모호 하기도 하다. 주인공'나'와 관계된 사람들은 동문서답 잘하는 점장 미키오, 물건은 사지도 않으면서 골동품점을방문하며 머물다 가는 별거 중인 미즈에씨, 건물주의 딸인 미대생 아사코, 표지에 실린 발랄한 고등학생 유코,  점장의 옛 애인 프랑수아즈가 등장한다. 후라코코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중 시선을 끄는 일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나'에게 고백한 유코가 어느 날 임신한 사건이다.

 

반면 나에게는 이 책이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독서를 통해 유익함을 찾고 교훈을 찾아 밑줄을 그어야만 뿌듯해하는 나에게 밋밋한 이 책은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과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소설 속에서도 명확한 교훈을 찾아내기에 급급한 책읽기 대신 소소한 일상을 좇는 기쁨과 작가의 섬세한 표현을 느긋하게 즐기며 여유롭게 읽었다. 반전도, 미스테리도,갈등도 없는 맹물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마치 눈 앞의 그림을 보듯 선명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노련함이 놀랍다. 건조한 일상을 간결한 문체에 담아 특별함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오에 겐자부로상을 거머쥐게 한 것 같고, 자자 나가시마 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사히 신문>이 저자를 가리켜 "문학의 새로운 문이 조용히 열리려고 한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발한 문체도, 근미래적인 리얼리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담담한 일상을 경쾌하게 그리면서 그는 새로운 시대의 공기를 열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은 나가시마 유의 문체를 단적으로 표현한 평이다. [유코의 지름길]은 심심한 소설이나 느림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는 행복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한 박자 쉬어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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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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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내가 사는 곳은 꽃동네 같기도 하고 야외화원 같기도 하고 꽃박람회장 같기도 하다.

산과 들에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자태를 뽐내니 말이다.

각종 유실수가 갖가지 꽃을 피우고, 이름 모를 야생화와 잔잔한 들꽃이 산과 들에 만발하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노란 유채꽃이 군락을 이루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잔잔한 보라빛 산딸기꽃은 밭둑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고 숲으로 난 길가에도 무리지어 피어 있다.

곧 꽃이 지고 새빨간 산딸기가 열리겠지.

그러면 산딸기나무 주변에 뱀이 출몰한다는 위험을 무릎쓰고 바구니 가득 산딸기를 담아오겠지.

책 표지는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억척스레 산딸기를 땄던 작년 봄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거짓말]은 산딸기나무가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이케미즈 고토미와 히사노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연애소설은 남녀 주인공을 따라, 가슴 설레이고 두근거리며 적당히 긴장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설레이고,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유사 이래 인류는 사랑 이라는 주제에 지칠 줄 모르고 매달리고 있다.

사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책을 쓰고, 시를 읊조리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드라머를 만든다.

인구수 만큼 다양한 사랑 이야기 중 이번에 내가 만난 사랑 이야기는 한마디로 '행복한 사랑'이다.

읽는 동안, 읽고 난 후에도 내 안과 내 주변은 행복한 기운으로 충만했다. 

 

시골 마을 라면가게 딸인 고토미에게 우연히 찾아온 사랑은 몇 편의 드라마로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떠오르는 나오키이다. 천재 드라마 작가라는 부담이 시나리오 마감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이어져 이를 이기지 못한 나오키가 드라마를 펑크 낸 채 무작정 시골 마을로 도망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골 마을에서 나오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Dogwood라는 바에서 바텐더로 취직해 무미건조하게 살아간다.
작은 술집에 찾아 오는 손님들은 술에 취하면 허풍만 늘어놓는 주정뱅이도 있고,

무늬만 여자인 괴팍한 성격의 트랜스젠더도 있고,  뮤지션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삼류 가수도 있다.

화려한 도쿄 생활에 익숙한 나오키에겐 생소한 세계이고 모두 낯선 사람들이다. 고토미는 도그우드에 자주 배달을 오는 생기 발랄한 아가씨다. 고토미는 남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나오키는 여자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둘이 나누었던 은밀한 대화, 두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TV에 방영되는

드라마 속에서도 일어난다.

그녀는 외로운 나오키에게 삶의 활력을 주었고, 도그우드에 찾어오는 손님들은 시나리오의 좋은 소재가 되어준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나오키는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다시 글을 쓰게 된다.

자신만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가 TV에 방영되면서 고토미는 점점 나오키를 불신하게 되고,

나오키는 진실을 말하려는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지는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행복한 거짓말]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밉지 않은 변명의 책이다.

시골의 작은 술집 도그우드를 드나드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진실하게 담아낸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좋았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어찌보면 너무 뻔한 스토리지만 오히려 너무 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뻔한 사랑이 예쁘다.

오랫만에 읽은 연애소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무미건조한 내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나도 하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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