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즈음 내가 사는 곳은 꽃동네 같기도 하고 야외화원 같기도 하고 꽃박람회장 같기도 하다.

산과 들에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자태를 뽐내니 말이다.

각종 유실수가 갖가지 꽃을 피우고, 이름 모를 야생화와 잔잔한 들꽃이 산과 들에 만발하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노란 유채꽃이 군락을 이루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잔잔한 보라빛 산딸기꽃은 밭둑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고 숲으로 난 길가에도 무리지어 피어 있다.

곧 꽃이 지고 새빨간 산딸기가 열리겠지.

그러면 산딸기나무 주변에 뱀이 출몰한다는 위험을 무릎쓰고 바구니 가득 산딸기를 담아오겠지.

책 표지는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억척스레 산딸기를 땄던 작년 봄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거짓말]은 산딸기나무가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이케미즈 고토미와 히사노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연애소설은 남녀 주인공을 따라, 가슴 설레이고 두근거리며 적당히 긴장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설레이고,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유사 이래 인류는 사랑 이라는 주제에 지칠 줄 모르고 매달리고 있다.

사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책을 쓰고, 시를 읊조리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드라머를 만든다.

인구수 만큼 다양한 사랑 이야기 중 이번에 내가 만난 사랑 이야기는 한마디로 '행복한 사랑'이다.

읽는 동안, 읽고 난 후에도 내 안과 내 주변은 행복한 기운으로 충만했다. 

 

시골 마을 라면가게 딸인 고토미에게 우연히 찾아온 사랑은 몇 편의 드라마로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떠오르는 나오키이다. 천재 드라마 작가라는 부담이 시나리오 마감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이어져 이를 이기지 못한 나오키가 드라마를 펑크 낸 채 무작정 시골 마을로 도망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골 마을에서 나오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Dogwood라는 바에서 바텐더로 취직해 무미건조하게 살아간다.
작은 술집에 찾아 오는 손님들은 술에 취하면 허풍만 늘어놓는 주정뱅이도 있고,

무늬만 여자인 괴팍한 성격의 트랜스젠더도 있고,  뮤지션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삼류 가수도 있다.

화려한 도쿄 생활에 익숙한 나오키에겐 생소한 세계이고 모두 낯선 사람들이다. 고토미는 도그우드에 자주 배달을 오는 생기 발랄한 아가씨다. 고토미는 남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나오키는 여자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둘이 나누었던 은밀한 대화, 두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TV에 방영되는

드라마 속에서도 일어난다.

그녀는 외로운 나오키에게 삶의 활력을 주었고, 도그우드에 찾어오는 손님들은 시나리오의 좋은 소재가 되어준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나오키는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다시 글을 쓰게 된다.

자신만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가 TV에 방영되면서 고토미는 점점 나오키를 불신하게 되고,

나오키는 진실을 말하려는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지는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행복한 거짓말]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밉지 않은 변명의 책이다.

시골의 작은 술집 도그우드를 드나드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진실하게 담아낸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좋았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어찌보면 너무 뻔한 스토리지만 오히려 너무 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뻔한 사랑이 예쁘다.

오랫만에 읽은 연애소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무미건조한 내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나도 하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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