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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ㅣ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북유럽의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다
유럽하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서유럽 국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서유럽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친숙한 나라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들로 인식된다. 그러다 보니 유럽여행에서도 서유럽을 선호하고, 유럽하면 서유럽 국가와 관련된 것들이 연상된다. 이에 비해 북유럽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추운 나라, 복지 국가, 낙농 국가라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올란드 제와, 페로 제도가 북유럽에 속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이제껏 북유럽에 속한 국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 연상되는 것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북유럽이 낯선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의식없이 받아들여서 그렇지 북유럽은 이미 우리 가까이 그리고 깊숙히 와 있는 친근하며 가까운 나라였다. 바이킹, 노벨상,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보르와 잉그리드 버그만, 수웨덴이 자랑하는 남녀 혼성 4인조 팝 그룹 아바와 자동차 브랜드 볼보 그룹, 덴마크 출신의 동화작가 안드르센과 실존주의 철학가 키에르케고르, <말괄량이 삐삐>와 <인형의 집>, 그리고 수년 전 밤을 새며 읽었던 〈밀레니엄>의 작가가 모두 북유럽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아,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그뿐 아니라 신세대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가구 '이케아'가 스웨덴 기업이며, 조립식 블록 완구 브랜드인 '레고'는 덴마크 기업이고,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서 비롯된 '사우나'는 눈과 추위를 피해 몸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핀란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케아나 레고, 사우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것들이 북유럽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당수의 것들이 북유럽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이 책은 북유럽에 대한 새로운 발견뿐 아니라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북유럽에 대한 상식과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바이킹에 대한 유래를 읽으며 바이킹관(觀)이 일정 부분 수정되었으며, 북유럽과 한국의 인연에 관한 내용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조용하게 살던 바이킹들이 바다 원정을 나간 이유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평야가 드물고 토지가 척박했던 북유럽 지형과 모험심이 강하고 도전하는 성향이 강한 바이킹의 특성, 배 건조 기술과 항해술의 발달은 바이킹을 지배적인 존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금까지 약탈과 침입을 일삼은 바이킹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과 파괴적인 행동 이면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며 바이킹의 이미지가 수정되었다. 약탈과 침입, 파괴적인 바이킹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중세 유럽사(史)의 전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준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었다고 할까.
"북유럽의 문화를 프랑스, 로마, 비잔틴, 아랍 문화와 접목시켜 종족, 종교, 건축 등 여러 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p22)
뷔페 식당의 기원이 바이킹들의 음식 문화에서 나왔다는 재미난 사실과 북유럽과 한국의 인연이 꽤 오래 되었다는 내용을 통해 북유럽을 다시 보게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의료 인력과 의료 시설, 의약품 등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다고 한다. 특히 스웨덴은 휴전 후에도 한국에 남아 의료지원을 계속했으며, 1958년 당시 동양 최고 수준의 시설과 의료진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국립의료원을 세워 한국 의료계가 발전하는 데 큰 기반을 마련해준 고마운 나라다. 스웨덴을 다시 보게 됨은 물론 스웨덴의 이미지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선진 의료 시스템과 교육의 중요성, 새로운 외식 문화와 의학박물관까지 북유럽은 다방면에서 한국의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p58)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노르웨이의 럭셔리 감옥이다. 재소자의 자유로운 복장과 교도소 내에 체육관, 사우나, 도서관, 영화관에 선텐룸까지 갖추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휴양지인지 교도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인 곳에 교도소가 자리하고 있다. 호화 별장을 연상케하는 곳에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럭셔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이유는 '교화'에 있다. 실제로 출소자의 재범율이 유럽연합 전체적인 수치를 훨씬 밑돌지만 부작용도 있다. 재소자가 "커피 온도가 너무 차갑다"거나 "보습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으니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노르웨이의 감옥은 모든 재소자들의 로망일 게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는 북유럽에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남녀평등 의식이 높고, 여성 지도자가 많으며, 복지 세금 부담이 높지만 그에 걸맞는 복지 제도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펴는 북유럽은 여성들의 낙원처럼 보여진다.경쟁력, 창조역량, 행복지수, 투명도, 혁신성, 부패 정도, 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북유럽의 경제와 사회는 누구라도 홀딱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자유롭고 부유하며 투명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행복한 북유럽! 북유럽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고 느끼며 한동안 북유럽앓이를 심하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