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영성 - 조건 없이 사랑받고 사랑하는 하루 헨리 나우웬의 일상의 예배 3
헨리 나우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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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주고받을 때 그곳에 천국이 임한다

 

 

 한동안 헨리 나우웬의 글을 꺼렸다. 지루하고 밋밋해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헨리 나우웬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무슨 책인지 주의 깊게 살피는 일은 여전했다. <돌봄의 영성>은 <삶의 영성>과 <귀향의 영성>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로 제목이 가슴에 와 닿아 읽게 된 책이다. 실로 오랫만에 만나는 헨리 나우웬의 글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그의 글이 달라진 것인지 그의 글을 대하는 내가 달라진 것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이 책은 '돌봄'에 관해 이야기한다. 헨리 나우웬은 "깨어지고 무력한 사람들의 세상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연약한 사람들끼리 교제를 나누는 것"을 돌봄이라고 정의한다. 이 문장에 의하면, 돌보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사람도 모두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돌봄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강자가 약자를 돌본다는 생각일 것이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돌본다는 생각일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건강한 사람이 병든 사람을 돌보듯 말이다.

그러나 그는 돌보는 사람이나 돌봄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 연약한 존재로 규정한다. 누군가를 돌보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경우가 있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경우가 있다. 내가 완벽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돕는 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에게 긍휼의 마음이 생기고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리면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섬기며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돌봄일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이렇게 돌봄을 주고받을 때 그곳에 천국이 임한다고 말한다.

<돌봄의 영성>은 내가 ​섬기려는 대상이 복의 통로라고 말한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단기간의 도움을 주다 그치거나 탈진에 빠질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그렇다면 돌보는 대상을 통해 나에게 오는 복은 어떤 것일까? 그 복은 바로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천국이란 결국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얼굴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고, 우리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예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복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다. 우리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복을 주려고 기다린다."(p118-119)

그렇기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 곁에 있어주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지라도 계속 같이 있어주어야 한다. 주변으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긍휼히 여기며 섬기는 일이 곧 나를 위함이며, 그들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복을 주려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그것도 끝까지 돌보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물질과 정성이 따르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을 해야할 이유가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망설이거나 중도에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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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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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유럽의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다

유럽하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서유럽 국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서유럽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친숙한 나라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들로 인식된다. 그러다 보니 유럽여행에서도 서유럽을 선호하고, 유럽하면 서유럽 국가와 관련된 것들이 연상된다. 이에 비해 북유럽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추운 나라, 복지 국가, 낙농 국가라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올란드 제와, 페로 제도가 북유럽에 속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이제껏 북유럽에 속한 국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 연상되는 것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북유럽이 낯선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의식없이 받아들여서 그렇지 북유럽은 이미 우리 가까이 그리고 깊숙히 와 있는 친근하며 가까운 나라였다. 바이킹, 노벨상,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보르와 잉그리드 버그만, 수웨덴이 자랑하는 남녀 혼성 4인조 팝 그룹 아바와 자동차 브랜드 볼보 그룹, 덴마크 출신의 동화작가 안드르센과 실존주의 철학가 키에르케고르,  <말괄량이 삐삐>와 <인형의 집>, 그리고 수년 전 밤을 새며 읽었던 〈밀레니엄>의 작가가 모두 북유럽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아,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그뿐 아니라 신세대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가구 '이케아'가 스웨덴 기업이며, 조립식 블록 완구 브랜드인 '레고'는 덴마크 기업이고,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서 비롯된 '사우나'는 눈과 추위를 피해 몸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핀란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케아나 레고, 사우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것들이 북유럽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당수의 것들이 북유럽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이 책은 북유럽에 대한 새로운 발견뿐 아니라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북유럽에 대한 상식과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바이킹에 대한 유래를 읽으며 바이킹관(觀)이 일정 부분 수정되었으며, 북유럽과 한국의 인연에 관한 내용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조용하게 살던 바이킹들이 바다 원정을 나간 이유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평야가 드물고 토지가 척박했던 북유럽 지형과 모험심이 강하고 도전하는 성향이 강한 바이킹의 특성, 배 건조 기술과 항해술의 발달은 바이킹을 지배적인 존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금까지 약탈과 침입을 일삼은 바이킹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과 파괴적인 행동 이면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며 바이킹의 이미지가 수정되었다. 약탈과 침입, 파괴적인 바이킹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중세 유럽사(史)의 전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준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었다고 할까.

 

"북유럽의 문화를 프랑스, 로마, 비잔틴, 아랍 문화와 접목시켜 종족, 종교, 건축 등 여러 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p22)

 

뷔페 식당의 기원이 바이킹들의 음식 문화에서 나왔다는 재미난 사실과 북유럽과 한국의 인연이 꽤 오래 되었다는 내용을 통해 북유럽을 다시 보게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의료 인력과 의료 시설, 의약품 등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다고 한다. 특히 스웨덴은 휴전 후에도 한국에 남아 의료지원을 계속했으며, 1958년 당시 동양 최고 수준의 시설과 의료진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국립의료원을 세워 한국 의료계가 발전하는 데 큰 기반을 마련해준 고마운 나라다. 스웨덴을 다시 보게 됨은 물론 스웨덴의 이미지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선진 의료 시스템과 교육의 중요성, 새로운 외식 문화와 의학박물관까지 북유럽은 다방면에서 한국의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p58)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노르웨이의 럭셔리 감옥이다. 재소자의 자유로운 복장​과 교도소 내에 체육관, 사우나, 도서관, 영화관에 선텐룸까지 갖추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휴양지인지 교도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인 곳에 교도소가 자리하고 있다. 호화 별장을 연상케하는 곳에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럭셔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이유는 '교화'에 있다. 실제로 출소자의 재범율이 유럽연합 전체적인 수치를 훨씬 밑돌지만 부작용도 있다. 재소자가 "커피 온도가 너무 차갑다"거나 "보습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으니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노르웨이의 감옥은 모든 재소자들의 로망일 게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는 북유럽에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남녀평등 의식이 높고, 여성 지도자가 많으며, 복지 세금 부담이 높지만 그에 걸맞는 복지 제도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펴는 북유럽은 여성들의 낙원처럼 보여진다.경쟁력, 창조역량, 행복지수, 투명도, 혁신성, 부패 정도, 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북유럽의 경제와 사회는 누구라도 홀딱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자유롭고 부유하며 투명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행복한 북유럽! 북유럽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고 느끼며 한동안 북유럽앓이를 심하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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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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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종합예술인 까닭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진 다른 생물체와 달리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원시시대의 건축물인 움집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이 중시 된 주거형태다. 단순히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감당하던 건축물은 시대의 변천과 함께 진화해 재료나 기술, 디자인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건축물은 일정한 시대나 지역, 또는 민족의 영향을 조형적 특징으로 표현해 로마네스크 건축, 고딕 건축, 그리스 건축, 바로크 건축, 중세건축, 동아시아 건축, 미국 건축, 현대 건축 양식 등으로 분류된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미술사를 한학기 공부하면서 건축양식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당시엔 건축양식의 특징과 대표적인 건축물을 외우기에 급급했는데, 이 책은 각 나라들이 왜 그러한 건축양식을 고수했는지 그 이유를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시대와 민족에 따라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전통 양식을 고수하는 까닭은 전축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건축에서는 사암을 많이 사용했는데, 사암이 갖고 있는 장점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사막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건축은 어느 나라보다 조각이 섬세하고 뚜렷하다. 그들의 타고난 조각술이 다른 민족보다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가장 구하기 쉬웠던 재료가 대리석이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거쳐 숙련된 것이다."(p297)

 

 

로마인들이 아치나 돔을 건축한 것은 풍부한 화산재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기법을 저자는 신토불이라 명명한다. 지역의 재료를 이용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건축물을 만들던 시대를 거쳐 지금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보호막기능 외에 편리함과 안전함은 물론 철학과 사회, 예술과 문화, 과학과 경제 등을 고려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며,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건축이야말로 종합예술이며, 건축물이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책읽기였다.

 

 

"철학, 미학, 심리학은 모두 건축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인 영역의 한 부분으로서 건축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p233)

 

 

미학과 건축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인정하고 아는 바다. 그러나 심리학과 건축의 관계는 알 듯 모를 듯한 아리송했는데 건축에 있어서 왜 심리학적인 질문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건축가야말로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섭렵한 전문가다. 일반인 역시 역사, 심리, 문화, 예술 등의 폭넓은 지식을 겸비하면 건축물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것이다.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는 딱딱한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문화와 예술과 철학과 역사와 손잡은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건축 이야기다. 건축물을 대하는 시각과 건축에 관한 상식을 업그레이드해주는 흥미로운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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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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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선 빌려서 책을 읽지 않는다. 빌린 책치고 좋았던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좋은 책이라 생각되면 반드시 구입해서 읽는 편인데, 산 책이라고 전부 다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한 책이 있는가 하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여러권 구입해 선물한 책도 있다. 선물할 정도의 책은 책장에 꽂아두는 소장도서로 이런저런 글이나 대화에 자주 인용되곤 한다. 서평을 꾸준히 쓰다 보니 매 달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보내주는 책들도 있다. 유명한 사람도 아닌 나에게 책을 보내주는 게 눈물나게 고마워 증정받은 책은 가급적 리뷰를 남기려고 하지만 더러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이 있다. 이럴 땐 한두 꼭지만 읽고 덮을 수밖에 없다. 

꾸준히 독서를 하면서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관심분야가 확장되는 점, 관심분야의 책을 읽으며 앎의 재미와 사색의 시간을 누리는 점은 독서의 매력이자 힘이다. 또 리뷰를 쓰며 읽은 책을 정리하게 되는 것도 독서가 준 좋은 습관이다. 나름 독서의 매력에 빠져 지내지만 장정일 같은 다독가와 수준 높은 리뷰를 만나면 갈 길이 한참 멀었음을 알게 된다.

 

장정일은 2011년 여름부터 2013년 겨울까지 읽은 책을 날짜별로 정리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에 담아냈다. 그는 왜 그날 그 책을 읽었는지 단서가 되는 정보와 그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함께 밝히고 있다. 1994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 이후 20여 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의 독서일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구성에 변화를 주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정치, 철학, 역사, 사회 등 인문사회서가 주류를 이루는데 정치를 다룬 부분에선 그의 정치적 소견과 우리 사회의 고민을 알 수 있다.

 

 

이책은 장정일의 열 권 째 책이고, 그 중 5권을 읽었다. 독서일기를 읽을 때마다 그와 동시에 읽은 책이 거의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독서를 쫓아가는 건 고사하고 흉내내기도 버겁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 곳곳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록이니까, 일기니까, 사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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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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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담보할 수 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치원 때부터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자녀의 공부를 위해 기러기아빠와 갈매기아빠, 펭귄아빠 등 가족과 떨어져 사는 건 옵션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의 학생들은 오직 수능시험을 잘 보기 공부하고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비슷해 보인다. 좋은 학교는 좋은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입학시켰느냐로 판가름하고 좋은 학생을 구분하는 기준도 성적이다. 수능시험일 날 관공서의 출근시간을 늦추고 항공기 이착륙 시간까지 미루는 나라는 지구상에 또 없을 것이다.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이 오직 수능시험에 있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막막하고 답답한 게 현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교육사유>의 함영기 저자는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수업전문성 신장을 위한 온라인 교사공동체 '교컴'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교사의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문제를 9개의 주제로 나눠 심도있게 다룬다. 사회, 개인, 학교, 교사, 학생, 수업, 평가, 혁신, 제안으로 나눠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데, 교사에 관한 내요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과다한 업무와 형식적인 성과, 갈수록 힘들어지는 교육현장과 교권추락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즐겁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는 교실 환경을 기대하기란 이미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업무와 수업, 생활지도에 지친 교사들을 내몰아 소진시키지 말고, 좋은 책과 좋은 경험, 풍부한 사유로 교사의 안목과 통찰력을 높여서 깊은 안목과 통찰력으로 아이들과 만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로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소모적인 행정업무와 상급기관의 불필요한 공문을 줄이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학생지도에도 신경을 쓸 여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교사는 교사대로 지치고 힘들어 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지쳐간다. 과도한 학습량과 학습시간, 수면부족과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풍토에 아이들이 내몰리고 있다. 10년을 앞당겨 배우는 선행학습 상품이 팔린다는 것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수능위주의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의 공부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죽이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게 어디 저자뿐인가. 너나 없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좀더 다른 내용, 다른 방식의 공부를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했더라면 훨씬 커다란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항상 느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실제로 사회에서 타인을 만나 경험을 쌓고, 의미 있는 소통 속에서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듯하다. 요즘 젊은 청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참으로 '아이디어가 빈곤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의 잘못된 공부 방식의 결과이다."(p192)

 

요즘 아이들은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지만 이것을 적절하게 적용하고 활용하여 창의적인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부족하다. 단순하게 암기하기 때문에 더 깊고 넓은 지식으로 나아가는 힘이 없는 것이다. 정보화시대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지식을 토대로 창조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공부 방식에서 제자리인 학교 현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진짜 공부는 생명이 있다. 내 몸에 늘 붙어 다니는 진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되어 가르치는 교사도 행복하고 배우는 학생도 행복한 학교가 되는 길은 없을까?
 

이런 맥락에서 경기도 소재 초등고등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제도는 무척이나 고무적이다.학교 구성원간 민주적 의사소통의 확대, 수업방법의 혁신, 교육과정 재구성 노력, 학생 중심의 체험 활동의 확대,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참여 확대는 혁신학교 운영의 성과이다.(p296) 혁신학교뿐 아니라 모든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중지를 모으고 고민애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전인교육을 기대하는 건 사치가 되어버린 현실이라고, 교육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진짜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국민적 관심을 촉발하고 참여를 기다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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