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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평점 :
건축이 종합예술인 까닭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진 다른 생물체와 달리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원시시대의 건축물인 움집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이 중시 된 주거형태다. 단순히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감당하던 건축물은 시대의 변천과 함께 진화해 재료나 기술, 디자인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건축물은 일정한 시대나 지역, 또는 민족의 영향을 조형적 특징으로 표현해 로마네스크 건축, 고딕 건축, 그리스 건축, 바로크 건축, 중세건축, 동아시아 건축, 미국 건축, 현대 건축 양식 등으로 분류된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미술사를 한학기 공부하면서 건축양식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당시엔 건축양식의 특징과 대표적인 건축물을 외우기에 급급했는데, 이 책은 각 나라들이 왜 그러한 건축양식을 고수했는지 그 이유를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시대와 민족에 따라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전통 양식을 고수하는 까닭은 전축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건축에서는 사암을 많이 사용했는데, 사암이 갖고 있는 장점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사막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건축은 어느 나라보다 조각이 섬세하고 뚜렷하다. 그들의 타고난 조각술이 다른 민족보다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가장 구하기 쉬웠던 재료가 대리석이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거쳐 숙련된 것이다."(p297)
로마인들이 아치나 돔을 건축한 것은 풍부한 화산재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기법을 저자는 신토불이라 명명한다. 지역의 재료를 이용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건축물을 만들던 시대를 거쳐 지금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보호막기능 외에 편리함과 안전함은 물론 철학과 사회, 예술과 문화, 과학과 경제 등을 고려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며,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건축이야말로 종합예술이며, 건축물이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책읽기였다.
"철학, 미학, 심리학은 모두 건축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인 영역의 한 부분으로서 건축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p233)
미학과 건축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인정하고 아는 바다. 그러나 심리학과 건축의 관계는 알 듯 모를 듯한 아리송했는데 건축에 있어서 왜 심리학적인 질문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건축가야말로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섭렵한 전문가다. 일반인 역시 역사, 심리, 문화, 예술 등의 폭넓은 지식을 겸비하면 건축물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것이다.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는 딱딱한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문화와 예술과 철학과 역사와 손잡은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건축 이야기다. 건축물을 대하는 시각과 건축에 관한 상식을 업그레이드해주는 흥미로운 책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