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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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담보할 수 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치원 때부터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자녀의 공부를 위해 기러기아빠와 갈매기아빠, 펭귄아빠 등 가족과 떨어져 사는 건 옵션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의 학생들은 오직 수능시험을 잘 보기 공부하고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비슷해 보인다. 좋은 학교는 좋은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입학시켰느냐로 판가름하고 좋은 학생을 구분하는 기준도 성적이다. 수능시험일 날 관공서의 출근시간을 늦추고 항공기 이착륙 시간까지 미루는 나라는 지구상에 또 없을 것이다.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이 오직 수능시험에 있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막막하고 답답한 게 현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교육사유>의 함영기 저자는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수업전문성 신장을 위한 온라인 교사공동체 '교컴'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교사의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문제를 9개의 주제로 나눠 심도있게 다룬다. 사회, 개인, 학교, 교사, 학생, 수업, 평가, 혁신, 제안으로 나눠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데, 교사에 관한 내요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과다한 업무와 형식적인 성과, 갈수록 힘들어지는 교육현장과 교권추락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즐겁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는 교실 환경을 기대하기란 이미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업무와 수업, 생활지도에 지친 교사들을 내몰아 소진시키지 말고, 좋은 책과 좋은 경험, 풍부한 사유로 교사의 안목과 통찰력을 높여서 깊은 안목과 통찰력으로 아이들과 만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로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소모적인 행정업무와 상급기관의 불필요한 공문을 줄이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학생지도에도 신경을 쓸 여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교사는 교사대로 지치고 힘들어 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지쳐간다. 과도한 학습량과 학습시간, 수면부족과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풍토에 아이들이 내몰리고 있다. 10년을 앞당겨 배우는 선행학습 상품이 팔린다는 것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수능위주의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의 공부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죽이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게 어디 저자뿐인가. 너나 없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좀더 다른 내용, 다른 방식의 공부를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했더라면 훨씬 커다란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항상 느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실제로 사회에서 타인을 만나 경험을 쌓고, 의미 있는 소통 속에서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듯하다. 요즘 젊은 청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참으로 '아이디어가 빈곤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의 잘못된 공부 방식의 결과이다."(p192)

 

요즘 아이들은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지만 이것을 적절하게 적용하고 활용하여 창의적인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부족하다. 단순하게 암기하기 때문에 더 깊고 넓은 지식으로 나아가는 힘이 없는 것이다. 정보화시대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지식을 토대로 창조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공부 방식에서 제자리인 학교 현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진짜 공부는 생명이 있다. 내 몸에 늘 붙어 다니는 진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되어 가르치는 교사도 행복하고 배우는 학생도 행복한 학교가 되는 길은 없을까?
 

이런 맥락에서 경기도 소재 초등고등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제도는 무척이나 고무적이다.학교 구성원간 민주적 의사소통의 확대, 수업방법의 혁신, 교육과정 재구성 노력, 학생 중심의 체험 활동의 확대,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참여 확대는 혁신학교 운영의 성과이다.(p296) 혁신학교뿐 아니라 모든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중지를 모으고 고민애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전인교육을 기대하는 건 사치가 되어버린 현실이라고, 교육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진짜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국민적 관심을 촉발하고 참여를 기다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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