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갈대상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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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7년째 키우는 애완견 시츄가 있다. 녀석의 원래 이름은 '보보'이나 아무도 녀석을 '보보'로 부르지 않는다. 개 이름은 개다워야 한다는 내가 녀석을 '개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후 가족들도 덩달아 '개순이'라고 부른다. 녀석도 '개순아'라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지만, '보보'라고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2년 전부터 녀석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부터 우린 많이 가까워졌다. 녀석은 내 그림자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전에는 남편을 주인처럼 따랐으나 이젠 나를 주인으로 섬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의자 절반을 차지하고 코를 골면서 자고, 주방에서 일을 하면 내 발치에 앉아서 먹을 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누워서 잘 때도 내 팔을 베고서 자고, 남편과 내가 동시에 부르면 내게로 달려오고, 외출할 낌새를 느끼면 데려가달라고 펄쩍 뛰며 안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녀석에게 새로운 이름 하나를 더 붙여주었다. 녀석의 새 이름은 "쫄쫄이".  내가 가는 데마다 그림자처럼 쫄쫄거리고 따라다녀서 '쫄쫄이'라고 부르는데 녀석에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은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너 퀸들런이 15년 동안 함께 살았던 검은색 반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본 이야기다. 반려견 ‘보’는 그녀에게 가족의 일원이다. 그녀는 반려견의 삶이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음을, 우리네 죽음 또한 반려견의 죽음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단지 “개의 삶은 좀 더 짧고 압축적이라는 것만 다를 뿐, 우리 인간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이 다를 뿐, 개의 삶은 사람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애너 퀸들런의 주장이다.

 

그녀는 마흔 번째 생일 때 절친한 친구 부부에게 선물로 받은 '보'를 집으로 데려와 15년 동안 함께 살면서 '보'의 행동에서 자녀의 모습을 보곤 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쫄쫄이"를 키우면서 '쫄쫄이'에게서 아이들의 모습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강아지를 길들이는 것과 아이의 배변 훈련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새벽 4시 45분에 잔디밭으로 나가 볼일을 마친 '보'에게 “아주 잘했어."라고 칭찬하며 한밤중에 아이에게 수유를 하던 당시 그 깊고 끝이 없었던 어둠을 떠올린다. ‘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애완견 ‘비’를 데리고 왔을 때 ‘보’가 보인 질투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비'의 머리에 손이라도 얹을라치면 어느새 '보'가 달려와 그 큰 머리와 어깨로 '비'를 밀쳐내는데 이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경험과 매우 닮아 있는 모습이다.

 

저자는 ‘보’가 늙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녀가 '보'의 일생을 지켜보면서 터득한 교훈은 인생이 끔찍하도록 복잡하지만, 아주 단순한 데서 삶의 만족감을 느끼고,  주먹이 날아오면 피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것 등이다.

 

[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은 보의 사진과 아름다운 견공들의 흑백사진, 애너 퀸들런의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글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지금 '쫄쫄이'는 내가 앉은 의자의 절반을 떡하니 차지하고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녀석을 깨워 꼭 안아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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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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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힘들면연락해!]를  읽은 느낌은 그녀와 목욕탕에서 하루 종일 함께 보낸 기분이다. 발가벗은 몸으로 볼 데 안 볼 데를 다보고, 서로 때도 밀어주고, 밥도 같이 먹고, 낮잠도 한숨 늘어지게 자고, 깔깔대며 수다도 떨고, 은밀한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누고 , 마지막으로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오며 아쉽게 헤어진 기분이다.

 

그녀의 글은 그녀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민망할 정도로 솔직대담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아서 오히려 설득력이 있고 감동적이다. 마음에 품은 젊은 스님과의 겸상에서는 부끄러워 젓자락으로 깨적거리다 상을 들고 나온 부엌에서 밥을 3공기나 더 먹었다는 얘기는 배를 잡고 웃게 했고, 굵고 긴 똥을 누어 똥이 탁 걸쳐서 접힌 채 변기에 꽉 차 있는 걸 남편을 불러 보여 주면 미친년 보듯 하며 질색한다는 얘기에서 집안이 떠나갈 정도로 웃었다. 아무리 털털하고 솔직하다 해도 여자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긴 어려운 법이다.

 

그녀는 나를 울리기도 했다. 언니는 검정 고무신 앞코가 찢어져 검정실로 꿰매고 덕지덕지 끌다시피 다니는데 그녀에겐 반들반들한 칠피구두를 사주셨던 아버지는 막내딸인 그녀한테만은 옥이야 금이야 끔찍하셨다. 빈병 팔러 왔다가 그녀가 점방 아줌마에게 지천받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큰성 결혼시킬 밑천으로 점방에 있는 구슬, 머리핀, 머리띠, 인형을 '도리'해주시고 요일마다 색을 바꿔 머리 리본을 하라고, 큰성 시집이야 한 해 늦추면 된다던 아버지셨다. 시금치 수십 가마를 판 돈을 들고 포목점으로 데리고 가 하얀 망사를 사게 하시며 일찌감치 발현된 연기의 재능을 밀어주시고 두둔하신 아버지. 당신 살점 같은 밭을 반이나 팔아서 서울로 유학보내고 군산항 칼바람에 폐렴을 얻어 고생하시면서도 그녀의 자취방에 들르시면 쑤셔박아 둔 생리대를 다 삶아 차곡차곡 개어 놓고 가시던 아버지를 그녀는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고등학교 2학년 봄에 떠나신 아버지가 미치도록 그리워 "아부지, 어떻게 하나님께 부탁드려 하루만 시난 낼 수 없으실까요?"라며 가슴절절하게 쏟아내는 그녀의 가느다란 바람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번 책으로 나는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문학소녀 였다는 것, 강한 이미지와 달리 여리고 섬세한 내면의 소유자라는 것, 영화에서 내뱉은 욕지기들은 연기라기 보다는 입에 밴 생활언어였다는 것, 펑펑 울 정도로 미치게 꽃을 좋아한다는 것, 의리하나는 끝내주며 비밀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는 무거움 입을 가졌다는 것, 시청이나 군청, 여성단체 등이 주체하는 교양강좌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그녀를 다시 보게 하였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내게 그녀는 연기자 김수미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그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발가벗은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책은 연예인들의 진면목과 그녀의 대인관계를 통해 진짜 김수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른생활 유인촌, 생활 속의 전도사 신현준, 털털한 황신혜, 보자기로 요살을 부리는 효재와 목욕탕의 미스리, 동명이인 김수미로 들여다 본 그녀는 참 인간적이고 가슴 따뜻한 여인이다. 언제고 힘들면 기대고 싶은 언니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것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님은 어떻게 생긴 분일까? 몹시 궁금하다.

 

불가능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디라고 당장 떠나는 황신혜와 이효재처럼 나도 그녀의 여행에 한번쯤 동행하고 싶다. 그럴 리 없겠지만 그녀의 글만큼이나 맛깔스럽고 푸짐한 음식도 목욕탕의 미스리처럼 맛나게 먹어보고 싶다. 그래도 힘들면 연락하라는 말은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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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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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외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유를 알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하면 낫지만, 심리적 외상은 시간에 맡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때론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심리적 외상을 안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간에 기댄다고 저절로 치유되는 게 아니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큰 상처에도 꿋꿋이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상처에도 크게 상심하며 오래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이는 평생 후유증을 끌어안고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24편의 영화를 빌려 트라우마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트라우마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이는 전쟁, 대참사, 재난, 자동차 사고, 성폭행, 중요한 사람의 죽음 등과 같은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일컫는다. 이러한 경험들은 개인의 기본적인 가치와 관점을 뒤흔들어놓는 엄청난 충격을 준다. 예를 들어, 책에서도 자주 인용한 사례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분들이 아직까지도 지하철을 편하게 타지 못하는데, 이는 지하철을 볼 때마다 당시의 지옥 같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참사 사건 때 느꼈던 똑같은  강도의 두려움과 공포심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강렬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압도적인 경험 외에도 사랑하는 연인을 잃게 되는 상실이나 창피를 당한 경험, 심한 좌절이나 불안, 가족으로부터의 학대, 왕따, 친구들러부터 반복적 놀림 등을 겪고 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이 일어난다. 전신과 전문의 김준기 저자는 이러한 경험들 역시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믿음을 갖게 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위축되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샤인>, <레인 오버 미>, <람보>, <밀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붕대클럽>, <여자, 정혜>, <아들의 방>, <굿 윌 헌팅> 등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트라우마의 치료책과 예방책을 제시한다. 특별히 와 닿았던 영화는 9.11테러로  한 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잘 나가는 치과 의사 찰리의 극단적인 트라우마를 다룬 <레인 오버 미>와 정신병에 걸렸던 호주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일대기를 다룬 <샤인>이다. <샤인>에서는 아버지의 엄격한 사랑으로 겪는 아들의 혼란과 상처가 실제 있었던 일이어서 더 와 닿았다. 어린 시절의 체험이 남긴 지독한 트라우마를 다룬 <붕대클럽>과 무관심과 방치로 고통 당하는 사춘기 소녀 돈의 이야기인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성장기 자녀를 두어서 예사로 읽을 수 없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치료한 영화 주인공과 닮은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비가 오는 날이면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데리러 오는데 한 번도 엄마가 데리러 온 적이 없었던 어느 여성의 어릴 적 상처는 마음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었다. 나는 일을 핑계로 비 오는 날 아이를 한 번도 데리러 간 적이 없는 엄마이며, 아이에게는 이런 현실을 수용해햐 한다고 대놓고 강요했다. 아이가 받은 상처나 섭섭함에 대해선 미처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성의 상처가 평생 아물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구절에서 나는 그만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에 안절부절 못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날이 밝으면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책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억하게 했으나 치유를 위한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지 몰랐고, 그것이 우리들 삶 곳곳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일을 차례로 만나 마주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아마도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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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
허춘웅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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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장년들은 치매나 암보다 뇌졸중을 가장 두려워 한다고 한다. 본인 혼자만의 고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병에 비해 가족이 겪게 되는 고통이 크기 때문에 가장 위협적인 질병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뇌졸중은 흔히 노년층에 많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30~40대의 뇌졸중이 많아지고 있으며 뇌졸중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40대 이하로 밝혀진 보고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는 고혈압과 비만, 당뇨병이 젊은 층에 만연하고 한창 직장 적응과 결혼 등 예민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어 스트레스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의 저자는 국내 유일의 뇌혈관 질환 전문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명지성모병원'의 허춘웅 병원장이  쓴 책이다. 저자는 ‘찾아가는 뇌졸중 예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뇌졸중 알리는 일에 적극적인 뇌혈관 질환 전문의다. 책은 저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뇌졸중에 관한 모든 것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뇌졸중이 무엇인지, 왜 무서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뇌졸중 예방, 조기치료, 증상 발견 후 신속한 치료, 장애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재활 운동 등을 세세하게 짚어준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대목에서 였다. 뇌졸중은 발병 후에만 치료가 가능한 병이며, 다른 병과 달리 예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뇌졸중은 평소에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뇌졸중은 고칠 수 없는 인자보다 고칠수 있는 인자로 인한 발병률이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만, 운동부족, 영양결핍, 과음, 흡연 등이 뇌졸중에 위험하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평소 생활 습관과 식습관으로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준다.

 

[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은 뇌졸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그때로부터 일 분 일 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학계에서 외졸중 전조 증상이 보인 후 3시간 이내를 '골든타임'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평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정상 또는 장애를 거의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가까운 동네 병원으로 가는 것 보다 전문병원으로 가는 것과 구급차를 부르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빠른 시간 안에 치료나 수술을 받으면 장애를 현저히 줄일 수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책에서 얻은 또 하나의 정보는 민간처방에 관한 것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손을 따야 한다는 우리의 잘못된 상식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행동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민간 처방에 의존하여 뇌졸중으로 의심되는 전조 증상이 발생해도 바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은  좋지 않은 예후를 부르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재발에 있다. 5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53퍼센트라는 보고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는 뇌졸중 환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재발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많은 뇌졸중 환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치료와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등의 위험 인자 조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을 잃으며 단지 건강만 잃는 게 아니라 더불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혹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기 때문에, 설마 나에게, 라는 건강불감증 때문에 자칫 건강에 소홀하기 쉽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점검하는 일은 나와 가족,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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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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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한 편의 영화나 한 곡의 음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이 다 좋다는 건 아니다. 또,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폄훼하려는 것도 아니다. 어제 새벽녁까지 책을 읽으며 책 읽는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제, 책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미국의 심리치료사 대니얼 고틀립을 2시간 가까이 만났다. 대니얼 고틀립은 자신의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와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들의 사연을 곡진하게 들려주는데 듣는 동안 나는 말할 수 없는 평안을 맛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말이 되겠지만, 책을 통해 얻는 것 중 가장 좋은 점은 인생을 깊이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바깥에서 바라보거나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는 자세는 삶을 성숙하게 해준다. 멀찍히 떨어져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바라보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가 있고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비판적인 목소리와 부정적인 감정이 진실의 목소리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며 감정일 뿐이다. 자기 안에 갇혀서 마음이 주는 생각에 매몰되어 길을 잃어버려서 그것이 가짜인 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특별히 [마음에게 말걸기]는 진짜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며 인생을 긴 안목으로, 깊은 사유로 인도한다.

 

대니얼 고틀립은 서른세 살의 한창 나이에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정신의학전문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어느 날,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찾으러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후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자녀들의 방황과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꽤 알려진 작가다.

 

[마음에게 말걸기]는 인생이란 결코 좋고 나쁨으로, 쉽고 어려움으로, 행과 불행의 이분법으로 나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며 무리하게 희망을 품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길러올린 자양분으로 분노와 좌절, 극심한 우울증과 실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가족, 일, 사랑, 꿈 등 내밀한 삶의 상처와 고통을 짚어내고 따뜻하게 치유해준다 그의 치유법은 깊은 성찰과 진정성, 그리고 독특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틀립은 잃었던 인생의 길을 자신의 가슴 속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 치료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은 분노와 외로움, 고통과 슬픔 등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려는 것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런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를 괴롭혀온 불안과 열등감도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고 말한다. 너무 높아지려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버려둘 것을, 외로움이나 불안을 애써 밀어내려 하지 말고 물러갈 때까지 지켜볼 것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지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이것은 자신뿐 아니라 자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높은 기준, 더 좋은 성적, 더 빠른 성공으로 자녀를 재촉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안아주는 부모가 될 것을, 자녀의 문제에 나서서 해결해주기 보다는 믿고 기다려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추고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희망을 품고 달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며 나를 채근한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앞만 보며 계속 목표를 수정하며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목표를 수정하는 대신 무게를 수정하려 한다. 억지 같은 희망을 떼어내고, 과장된 목표를 덜어내고, 포장된 감정을 버려서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치 떨어져서 내 마음에서 울리는 진짜 목소리를 가려내 그것이 시키는대로 인생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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