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한 편의 영화나 한 곡의 음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이 다 좋다는 건 아니다. 또,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폄훼하려는 것도 아니다. 어제 새벽녁까지 책을 읽으며 책 읽는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제, 책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미국의 심리치료사 대니얼 고틀립을 2시간 가까이 만났다. 대니얼 고틀립은 자신의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와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들의 사연을 곡진하게 들려주는데 듣는 동안 나는 말할 수 없는 평안을 맛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말이 되겠지만, 책을 통해 얻는 것 중 가장 좋은 점은 인생을 깊이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바깥에서 바라보거나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는 자세는 삶을 성숙하게 해준다. 멀찍히 떨어져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바라보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가 있고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비판적인 목소리와 부정적인 감정이 진실의 목소리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며 감정일 뿐이다. 자기 안에 갇혀서 마음이 주는 생각에 매몰되어 길을 잃어버려서 그것이 가짜인 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특별히 [마음에게 말걸기]는 진짜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며 인생을 긴 안목으로, 깊은 사유로 인도한다.

 

대니얼 고틀립은 서른세 살의 한창 나이에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정신의학전문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어느 날,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찾으러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후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자녀들의 방황과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꽤 알려진 작가다.

 

[마음에게 말걸기]는 인생이란 결코 좋고 나쁨으로, 쉽고 어려움으로, 행과 불행의 이분법으로 나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며 무리하게 희망을 품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길러올린 자양분으로 분노와 좌절, 극심한 우울증과 실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가족, 일, 사랑, 꿈 등 내밀한 삶의 상처와 고통을 짚어내고 따뜻하게 치유해준다 그의 치유법은 깊은 성찰과 진정성, 그리고 독특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틀립은 잃었던 인생의 길을 자신의 가슴 속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 치료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은 분노와 외로움, 고통과 슬픔 등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려는 것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런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를 괴롭혀온 불안과 열등감도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고 말한다. 너무 높아지려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버려둘 것을, 외로움이나 불안을 애써 밀어내려 하지 말고 물러갈 때까지 지켜볼 것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지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이것은 자신뿐 아니라 자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높은 기준, 더 좋은 성적, 더 빠른 성공으로 자녀를 재촉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안아주는 부모가 될 것을, 자녀의 문제에 나서서 해결해주기 보다는 믿고 기다려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추고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희망을 품고 달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며 나를 채근한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앞만 보며 계속 목표를 수정하며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목표를 수정하는 대신 무게를 수정하려 한다. 억지 같은 희망을 떼어내고, 과장된 목표를 덜어내고, 포장된 감정을 버려서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치 떨어져서 내 마음에서 울리는 진짜 목소리를 가려내 그것이 시키는대로 인생에 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