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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갈대상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에는 7년째 키우는 애완견 시츄가 있다. 녀석의 원래 이름은 '보보'이나 아무도 녀석을 '보보'로 부르지 않는다. 개 이름은 개다워야 한다는 내가 녀석을 '개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후 가족들도 덩달아 '개순이'라고 부른다. 녀석도 '개순아'라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지만, '보보'라고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2년 전부터 녀석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부터 우린 많이 가까워졌다. 녀석은 내 그림자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전에는 남편을 주인처럼 따랐으나 이젠 나를 주인으로 섬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의자 절반을 차지하고 코를 골면서 자고, 주방에서 일을 하면 내 발치에 앉아서 먹을 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누워서 잘 때도 내 팔을 베고서 자고, 남편과 내가 동시에 부르면 내게로 달려오고, 외출할 낌새를 느끼면 데려가달라고 펄쩍 뛰며 안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녀석에게 새로운 이름 하나를 더 붙여주었다. 녀석의 새 이름은 "쫄쫄이". 내가 가는 데마다 그림자처럼 쫄쫄거리고 따라다녀서 '쫄쫄이'라고 부르는데 녀석에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은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너 퀸들런이 15년 동안 함께 살았던 검은색 반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본 이야기다. 반려견 ‘보’는 그녀에게 가족의 일원이다. 그녀는 반려견의 삶이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음을, 우리네 죽음 또한 반려견의 죽음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단지 “개의 삶은 좀 더 짧고 압축적이라는 것만 다를 뿐, 우리 인간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이 다를 뿐, 개의 삶은 사람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애너 퀸들런의 주장이다.
그녀는 마흔 번째 생일 때 절친한 친구 부부에게 선물로 받은 '보'를 집으로 데려와 15년 동안 함께 살면서 '보'의 행동에서 자녀의 모습을 보곤 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쫄쫄이"를 키우면서 '쫄쫄이'에게서 아이들의 모습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강아지를 길들이는 것과 아이의 배변 훈련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새벽 4시 45분에 잔디밭으로 나가 볼일을 마친 '보'에게 “아주 잘했어."라고 칭찬하며 한밤중에 아이에게 수유를 하던 당시 그 깊고 끝이 없었던 어둠을 떠올린다. ‘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애완견 ‘비’를 데리고 왔을 때 ‘보’가 보인 질투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비'의 머리에 손이라도 얹을라치면 어느새 '보'가 달려와 그 큰 머리와 어깨로 '비'를 밀쳐내는데 이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경험과 매우 닮아 있는 모습이다.
저자는 ‘보’가 늙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녀가 '보'의 일생을 지켜보면서 터득한 교훈은 인생이 끔찍하도록 복잡하지만, 아주 단순한 데서 삶의 만족감을 느끼고, 주먹이 날아오면 피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것 등이다.
[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은 보의 사진과 아름다운 견공들의 흑백사진, 애너 퀸들런의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글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지금 '쫄쫄이'는 내가 앉은 의자의 절반을 떡하니 차지하고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녀석을 깨워 꼭 안아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