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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트렌드 웨이브 - MBC 컬처 리포트
MBC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한 해를 마감하는 풍경 중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보도하는 장면이 있다. 보통 10대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 해에 사람들의 관심이나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 사고, 자연재해 등이 자치한다. 한해를 마무리할 때쯤 1년을 돌아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2009년은 더욱 유난하지 않았나 싶다. 책 머리말에도 나와 있듯이 경제불황, 유명인의 자살, 끔찍한 성범죄, 신종플루의 공포까지 많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며 사람들을 위협햇다. 2009년의 충격은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불안이며 부담이다. 그런만큼 사람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붙들고 싶어하고 밝은 사회를 기대한다.
[2010 트렌드 웨이브]는 2010년 한국 대중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 분석한 트렌드 서적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지구촌 곳곳의 대중문화를 미리 보여주는 2010 문화 트렌드 북으로 MBC에서 발간했다. 책은 2010 트렌드 예측을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iMBC 패널 460명을 대상으로 한 시청자 관심사 조사와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직업군 5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객관성을 높였다고 한다. 또한 트렌드리더(trend leader)로 선정된 대학생 20명의 표적 집단 면접(FGI)과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 28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수록해 생생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했다. 다양한 분야의 리더 28명이 들려주는 2010의 전망과 예상을 모아 16개 트렌드로 분리했는데, 이를 통해 2010년 사람들의 동향과 관심사, 유행을 미리 점칠 수 있도록 해준다.
[2010 트렌드 웨이브]의 '뷰티풀 루저 트렌드'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텨뷰이 송형석은 깊은 얘기도 이제는 인터넷으로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진지한 이야기가 서로 오가는 게 아니라 자기 얘기만 토해놓고 떠나는 사람들, "싫으면 말고, 아니면 말고"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인간들이 전체 사회의 담론 같은 걸 만들어내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몰이를 사회 전체적인 히스테리로 보는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은 '단순해지는 인간, 휩쓸리는 여론, 무서워지는 사회'를 꼬집으며 이제는 자정해야 할 때라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곪을 대로 곪고 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나 법적인 장치를 제안할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예측을 내놓는다. 끝장을 봐야 겨우 멈추는, 중간지점이 없는 우리 대중문화의 모습이 '머리말'의 글처럼 심히 염려스럽다.
한국트렌드 연구소장과 드라마 PD, 대중음악평론가, 가수, 영화감독, 일간지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프로덕션 대표, 교보문고 컨텐츠개발팀과 독서홍보팀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올 1년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미리보기를 했다. 구석구석 세세한 그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2010년 대중문화의 방향과 흐름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트렌드 북이다. 올 1년 우리들이 살아갈 모습, 사회의 흐름, 트렌드 예측을 미리 만나며 느낀 건 2009년보다 덜 삭막하고, 덜 불안하고, 더 소통하고, 더 훈훈한 2010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