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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의 별 김진규
김보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내 운명의 별 김진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민배우 김진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책이다. 영화배우, 한 여자의 남편, 4 남매의 아버지였던 김진규의 면모를 아내 김보애는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겪은 그대로를 진솔하게 이야기해준다. 14년간 김진규와 살을 부비며 한께 산 아내이자 동료인 김보애가 들려주는 김진규의 삶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하다.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간 영화배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란한 인생이다.
영화배우 김진규에 관해서는 이름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배우 김진아의 아버지라는 것과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벙어리 삼룡이>의 주연 배우라는 것만 겨우 알고 있었는데 한국영화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김진규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되었다. 그의 생애를 아는 것은 곧 한국영화의 변천사를 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7백여 편의 영화에 출연해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하며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김진규의 삶은 한국영화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를 빼고 한국영화를 말할 수 없고 한국영화를 말하며 배우 김진규를 뺄 수 없을 것이다. 김진규는 한국영화에 한 획을 그은 배우이며 한국영화의 산 증인임을 책은 확인시켜주고 있다.
[내 운명의 별 김진규]는 김진규의 삶을 가감하지 않고 솔직하게 쓰고 있다. 인기 스타라해서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았고, 김진규의 이미지에 맞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할 정도여서 놀랍기까지 하다. 남편이 일본 출장에 콘돔을 챙겨달라거나, 술먹고 주사를 부리거나, 외도를 하거나, 남편이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밝히지 않은 이야기를 저자는 숨김없이 공개한다. 저자의 정직한 글은 <2009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다. 진실보다 더한 무기는 없다는 저자의 말이 정확히 맞아 떨어져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직함은 힘이 있고 진실은 통하는 법이다. 저자의 글은 수려하진 않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과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김진규의 데뷔 이전의 가난하고 외롭던 시절부터 악극단 시절과 첫번째 결혼과 이혼, <피아골>로 영화계에 데뷔를 하고, 애가 둘이나 딸린 삼삽대 중반의 이혼남이 열아홉 꽃다운 신부와 재혼하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년대, 직접 제작한 <난중일기>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파산하고 다시 이혼한 이야기, 병마와 싸우는 노년의 아버지를 자식들이 받아들이고, 부부가 다시 합친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실려 있다. 김진규와 아내 김보애, 김진규와 함께 활동했던 당시의 배우들과 감독들, 후배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우리가 잘 아는 유현목,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 윤인자, 당대의 라이벌인 이민, 김승호, 최무룡, 신영균, 후배 배우 신성일과 엄앵란, 그리고 문희, 윤정희, 남정임 여배우 트로이카와 작업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