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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40대에 귀농을 단행한 후 책맛에 빠져 5년간 1.000권의 책을 읽고 1.000편의 서평을 쓴 파워블로거 '파란여우'를 만났다. 저자는 5년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읽었다고 고백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책맛에 빠지는 바람에 이것저것 가리고 자시고 할 겨를 없이 읽었다는 그녀를 만나며 2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하나는 반가움이고 다른 하나는 부끄러움이다. 반가움이란, 나 역시 40대에 귀농을 했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잡았던 책에 흠뻑 빠져서 살고 있다는 거다. 귀농 3년차인 오늘까지 내가 읽은 책은 400여권이고 서평도 400여편에 달하니 연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셈이다. 1년 평균 200권씩 읽은 저자의 기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나 나름 뿌듯하고 만족한다. 그러나 텍스트를 분석하는 능력과 서평의 수준이 그녀에게 한참 뒤지는 건 솔직히 부끄럽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하고 책에 대한 감상을 전하는 데 그치는 평범한 내 서평에 비해 그녀는 분석적이고 깐깐하고 꼼꼼한데다가 책 너머의 이야기까지 끌어들이는 전문적인 서평을 쓴다.
[깐깐한 독서 본능]은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고 서평을 잘 쓰기 위해 대학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최고의 파워블로거가 된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다. 한국문학과 외국문학, 고전, 해석과 인문, 사회, 인물, 평전과 환경, 생태, 문화와 예술, 역사와 기행, 만화와 아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이를 통찰력있게 해석하고 있다. 파란여우의 폭넓은 독서와 다독, 그리고 성실하고 깐깐한 서평은 책을 좋아하고 서평을 쓰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도전을 준다. 그녀의 폭넓은 독서세계는 편식독서를 면했다고 자부했는데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했다. 만화와 아동, 생태와 고전 등은 여전히 읽기를 꺼리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하고 따져봐야 하는지, 어떻게 책에 찝쩍대야 하는지를 서평을 통해 알려준다.
인터넷서점 최고의 파워블로거 파란여우가 알려주는 독서의 노하우 중 일명 '고구마 줄기 캐기'는 나도 지인들에게 소개한 바 있는 방식이다. 잠깐 소개하자면, 장르별, 주제별, 작가별로 묶어서 연독하는 것이다. 주제별로 묶어서 연독하는 방법은, 녹색경제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자는 토머스 프리드면의 [코드 그린]을 읽고 나서, 지구온난화는 환경주의자들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읽는 것이다. 이 두 책은 같은 환경장르이지만 상반된 주장을 해서 양쪽을 흥미롭게 조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작가의 책을 서너 권씩 읽어 작가의 특징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전작주의는 작가별로 묶어서 연독하는 방식이다. 나는 장르별, 작가별 연독을 통해서 책과 가까워졌다.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이제 막 책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은 '고구마 줄기 캐기'방식을 참고하면 훨씬 빠르게 책맛을 알게 될 것이다.
[깐깐한 독서 본능]에 실린 86편의 서평 중 내 서평과 겹쳐지는 게 단 한 편도 없다니 의외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읽기만 하고 서평은 쓰지 않았는데 안 쓰길 잘한 것 같다. 책을 읽고, 서평을 꾸준히 쓰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서평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쓰든 못 쓰든 책을 깊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이 담긴 개성있는 글이 좋은 글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 위해선 깐깐하고 꼼꼼한 읽기가 선결되어야 하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결국 좋은 서평은 깊이 있는 읽기에서 나오는 것이니 읽기부터 점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