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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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대통령학 교수 데이비드 거겐은 "시나 소설 같은 문학 강의를 꼭 들어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네 형은 문사에 조금 지식과 취미가 있다"라고 쓰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정약용과 거겐 교수가 인문학, 즉 문사철을 강조한 이유는  인문학이 인간의 근원적 삶을 탐구하고 올바른 세계관을 지닌 지식인을 기르는 학문임을 인식해서다. 인문학은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이 실용학문에 밀려 위기라고 하더니 급기야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도 사치라는 사태까지 갔다. 대학의 문사철 강좌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된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작년 이맘때 접했다. 이후 인문학을 살려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시각과 목소리에 힘을 얻어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인문학 강좌는 대학 강의실에 경계를 넘어 다양한 민간단체와 주민 문화시설, 광활한 인터넷 세상 곳곳에서 소리없이 개설되어 온, 오프라인 상의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이 책의 추천사는 밝힌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가히 ‘붐’을 이루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렇다. 문사철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어떤 태도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 고민 속에서 삶의 의미와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인 것이다.

 

[인문학 열전]은 문학평론가 김갑수의 진행으로 KTV에서 방영한 「인문학 열전」 중 열세 편을 골라 대담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김갑수가 각 분야의 대표학자들을 만나 인문적 사고의 의미와 인문학의 중요성 등 인문학적 담론을 벌인 내용을 담았다. 장회익, 문용린 , 고미숙, 김광웅, 김경동, 김기현, 김영한, 김효은, 도정일, 박정자, 정진홍, 차윤정, 최재천, 황경식 등 열네 명의 중견학자들의 담론이 소개되는데, 그 중 대학시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 장회익 교수님을 책에서 다시 뵙게 되어 반가웠다.

 

[인문학 콘서트]는 인문학의 미래 과제, 학문의 통섭과 융합, 교육과 부모의 책임, 생명과 윤리, 문화와 환경, 사랑과 종교 등에 관해 논의한다. 어느 내용 하나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매우 유익하고 공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들려주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문용린 교수님의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부모의 책임, 교육의 바람직한 미래에 관한 글은 구구절절 동감하며 읽었다. 많은 부모들이 문용린 교수님의 말에 귀를 귀울여 이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고,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온생명 사상을 주창하신 장회익 교수님의 '삶을 위한 앎'은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 할 가르침이라 옮겨 적는 것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감흥을 대신한다. "본래 앎의 목적은 결국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학계에서는 앎과 삶의 관계는 도외시하고 그저 앎 자체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것을  소위 '아카데미즘'이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까 앎의 범위나 내용은 넓고 깊어지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점에 대한 생각은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식은 아예 저 밖에 있고, 우리는 그저 조각난 부분들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과 앎 사이에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235~235쪽) 이밖에도 학문의 통섭과 미래의 대학과 미래 사회를 위한 통합적 사고, 학문의 미래지향적 지형의 재구성을 강조하신 최재천, 김광웅 교수님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담론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키워드로 모아진다. 하나의 키워드는 각 담론을 긴밀히 연결해주고, 각 담론과 맞닿아 있고, 상호보완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힘이 되고 경쟁력을 키워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인문학 콘서트]를 직접 읽으며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라고 적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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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 - 스타일리시 손님 초대요리
김노다 지음 / 리스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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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후 우리집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피서철인 여름에는 날마다 손님을 맞느라 집안일이 안 될 지경이다. 봄에는 취나물과 곰취, 곤드레나물 등 각종 산나물과 산딸기를 따러오고, 가을에는 지천으로 널린 밤과 도토리를 주으러 몰려온다. 그나마 겨울에는 한가하다. 한겨울에 놀러왔다가 눈이라도 내리면 완전 고립되기 때문에 섣불리 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1년 내내 손님을 맞다시피하며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적적한 시골생활에 손님은 반갑기 마련이나 한편으론 걱정이고 부담이다. 음식을 잘 하는 것도 아닌데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많지 않아서 손님이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요리책이며 나를 위한 요리책이다. 퓨전 요리사인 남편 김노다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내 김상영이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손님초대 요리와 정보들을 모아놓은 새로운 개념의 테마 요리책이다. 남편은 요리하고 아내는 상을 감각적으로 꾸며 맛과 멋을 한껏 뽐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인 것 같다. 요리사 남편에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내라니 말이다. 특히 아내의 테이블 세팅 노하우는 기발하고 놀랍다. 낡은 스웨터를 잘라 매트로 사용하고, 낡은 와이셔츠나 남방의 소매를 잘라 컵홀더로 사용하고, 길에 버려진 나무토막으로 냄비받침을 하고, 돌을 주워 이름을 새겨서 네임카드로 사용한다니 센스만점, 지혜만점의 아내이다.


부부가 공저한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를 펼치면 보기 좋고 맛 좋은 스타일리시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핑거푸드, 디저트 메뉴, 브런치 요리, 테마별 파티 상차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르는 레시피 투성이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이야, 맛있겠다 싶은게 손니을 초대해 솜씨를 뽐내보고 싶어진다. 익숙한 재료들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퓨전 요리 레시피 73가지를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어 손님초대 때 활용하기 딱이다.  멋스럽고 예쁜 퓨전 요리 레시피는 집들이, 홈파티, 생일 파티, 연말연시 등 주제별, 상황별로 다양한 모임에 응용할 수 있다. 맛은 물론이고 멋까지 겸해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해주는 요리들이다. 노다 상영 부부는 레시피 외에도 와인에 관한 상식과 테이블 세팅 포인트와 분위기 업 시키는 파티용품을 사는 방법, 디저트 카페 정보를 보너스로 알려준다.

 

흔히 손님상에는 잡채와 갈비찜, 전이 빠지지 않는데 이 책에 소개된 손님상 차림 메뉴들은 기존 잔치음식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갈비찜 대신에 삼겹살을 통으로 구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쪄서 미역이나 양배추에 싸서 먹는 '삼겹살구이 찜'이나 청양고추와 붉은 고추를 넣은 '바지락 토마토찜'이나 '홍합 마늘 와인찜'이 손님상에 오른다. 책을 따라 손님상을 차려내면 독창적인 레시피로 손님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정갈하고 센스넘치는 테이블 세팅은 손님들의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를 가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레시피를 소개하고, 약간의 수고로 센스있고 감각적인 세팅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이제 손님상 차릴 자신이 생긴다.

[출처]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후 우리집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피서철인 여름에는 날마다 손님을 맞느라 집안일이 안 될 지경이다. 봄에는 취나물과 곰취, 곤드레나물 등 각종 산나물과 산딸기를 따러오고, 가을에는 지천으로 널린 밤과 도토리를 주으러 몰려온다. 그나마 겨울에는 한가하다. 한겨울에 놀러왔다가 눈이라도 내리면 완전 고립되기 때문에 섣불리 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1년 내내 손님을 맞다시피하며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적적한 시골생활에 손님은 반갑기 마련이나 한편으론 걱정이고 부담이다. 음식을 잘 하는 것도 아닌데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많지 않아서 손님이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요리책이며 나를 위한 요리책이다. 퓨전 요리사인 남편 김노다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내 김상영이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손님초대 요리와 정보들을 모아놓은 새로운 개념의 테마 요리책이다. 남편은 요리하고 아내는 상을 감각적으로 꾸며 맛과 멋을 한껏 뽐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인 것 같다. 요리사 남편에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내라니 말이다. 특히 아내의 테이블 세팅 노하우는 기발하고 놀랍다. 낡은 스웨터를 잘라 매트로 사용하고, 낡은 와이셔츠나 남방의 소매를 잘라 컵홀더로 사용하고, 길에 버려진 나무토막으로 냄비받침을 하고, 돌을 주워 이름을 새겨서 네임카드로 사용한다니 센스만점, 지혜만점의 아내이다.


부부가 공저한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를 펼치면 보기 좋고 맛 좋은 스타일리시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핑거푸드, 디저트 메뉴, 브런치 요리, 테마별 파티 상차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르는 레시피 투성이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이야, 맛있겠다 싶은게 손니을 초대해 솜씨를 뽐내보고 싶어진다. 익숙한 재료들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퓨전 요리 레시피 73가지를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어 손님초대 때 활용하기 딱이다.  멋스럽고 예쁜 퓨전 요리 레시피는 집들이, 홈파티, 생일 파티, 연말연시 등 주제별, 상황별로 다양한 모임에 응용할 수 있다. 맛은 물론이고 멋까지 겸해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해주는 요리들이다. 노다 상영 부부는 레시피 외에도 와인에 관한 상식과 테이블 세팅 포인트와 분위기 업 시키는 파티용품을 사는 방법, 디저트 카페 정보를 보너스로 알려준다.

 

흔히 손님상에는 잡채와 갈비찜, 전이 빠지지 않는데 이 책에 소개된 손님상 차림 메뉴들은 기존 잔치음식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갈비찜 대신에 삼겹살을 통으로 구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쪄서 미역이나 양배추에 싸서 먹는 '삼겹살구이 찜'이나 청양고추와 붉은 고추를 넣은 '바지락 토마토찜'이나 '홍합 마늘 와인찜'이 손님상에 오른다. 책을 따라 손님상을 차려내면 독창적인 레시피로 손님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정갈하고 센스넘치는 테이블 세팅은 손님들의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를 가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레시피를 소개하고, 약간의 수고로 센스있고 감각적인 세팅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이제 손님상 차릴 자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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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2-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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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처럼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은 이처럼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미스터리에 접근한다. 예상했던 사람이 범인이면 뿌듯하고 예상이 빗나가면 추리력이 부족한 것 같아 찜찜해지는 게 내가 아는 추리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진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이다. 국내 독자들에겐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이름을 날린,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이다. 그 명성과 인기에 걸맞게 이번 책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의 바람에 확실하게 부응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성녀의 구제]에 들고 나온 건 '첨예한 두뇌 싸움'이다.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와 완전범죄를 노리는 범인이 벌이는 두뇌 싸움이 팽팽해 긴장을 고조시킨다. 범인을 알아맞추는 정통 미스터리보다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어떤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적하는 미스터리가 더 흥미진진할 줄이야. 이 책을 먼저 읽은 큰아이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내게 책을 건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초반에 범인이 밝혀지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이카이 부부를 초대해 홈파티를 하던 날 밤 아야네는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아이가 생길 가망이 없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남편의 결별 이유이다. 그러니 나갈 준비를 해달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아야네는 한가지 청을 한다. "내일부터 이삼 일 친정에 갈까 해, 당신이 혼자 있어야 하니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남편은 겨우 그런 일이야, 하면서 웃고는 걱정할 것 없다고, 혼자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래. 그럼 다녀올게."하고 아야네는 친정으로 떠난다. 그 날 요시다카는 아내의 제자인 히로미를 집으로 끌어들인다. 아내의 제자를 집으로 불러들인 다음 날 요시다카가 자신의 집에서 독살된 채 발견되는데, 사인은 맹독성 독극물인 아비산에 의한 중독사다. 그의 아내 아야네는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러나 아야네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남편이 독살당하던 날 그녀는 친정에 가고 집에 없었으니까.

 

집의 문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는데 누가 어떻게 독살한 것일까? 작가는 앞부분에서 범인을 미리 암시해준다. 범인은 화장대 오른쪽 제일 아래 서럽에 숨겨 둔 하얀 가루, 입구를 단단히 봉한 비닐 봉투에 담겨 있는 그것을 떠올리며 그것을 사용하는 길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아야네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독살을 했을까? 다른 사람이 들어온 흔적도 없는데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구사나기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인 아야네를 흠모하고, 보다 못한 여형사 가오루는 구사나기의 친구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가와 교수는 아야네의 사건 전후 행적과 과거를 조하사고 뛰어난 추리력으로 독살 트릭을 추리한 후 살인 방법에 관해 결론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허수해(虛數解)’. 즉,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범인을 알면서도 단서나 증거가 없어서 미궁으로 빠질뻔한 사건이 해결되면서 책 제목의 의미를 비로소 알았다. 아야네가 친정행을 결심하고 집을 나서며  생각한다. "남편을 구제하는 나날이 끝나는 순간이었다."(452쪽)  완전범죄의 정교한 트릭을 밝혀내고 역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을 이 소설의 백미로 꼽고 싶다. 욕심 같아선 노회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을 모두 읽고 백미를 꼽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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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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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날, 군불 땐 방바닥에 배깔고 엎드려 읽기 좋은 책을 고르라면 단연 만화책일 게다.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엎드려 수북히 쌓아놓은 만화책을 위에서부터 차례로 한 권씩 읽는 재미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거기다 맛있는 간식까지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만화책은 아니지만 지난주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눈발이 마구 날리는 날, 군불 뜨겁게 땐 방바닥에 엎드려서 귤을 까먹으면서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을 보았다. 편안하게 방바닥에 누워서 세계의 박물관을 제목 그대로 단숨에 돌아본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도 좋을만큼 편안하다.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은 중국 CCTV에서 제작하여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인상적인 전시회 2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먼저 세계 5대 박물관을 소개한다.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메트로풀리탄 박물관, 에르미타슈 박물관, 자금성 박물관을 차례로 소개하는데, 에르미타슈 박물관은 생소하고 자금성 박물관은 세계 5대 박물관 안에 들어가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박물관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다. 책은 유명 박물관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박물관에서 꼭 챙겨야 할 정보와 박물관에 소장된 전시품들의 사진과 박물관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책은 세계의 주요 박물관 23 곳을 소개하는데 한국 국립민속박물관이 눈길을 끈다. 1945년에 처음 문을 연 한국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전쟁 당시 크게 훼손되었다가 1966년 재건공사를 거쳐 재개관했다고 한다. 1975년에 경복궁으로 이전한 한국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총 2만여 점의 문화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약 4천점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한국 전통문화 보존과 재창조의 마당이라고 소개하는 국립민속박물관에 나중에 꼭 가봐야겠다. 그렇게 오래된 우리의 박물관을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고 부끄럽다. 우표, 무기, 고고학, 자연사 박물관 등 주제가 있는 다양한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나는 각각의 특징과 전시품,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과 그 박물관에 가면 꼭 봐야 할 것들을 체크하며 읽었다.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은 마지막으로 세계의 유명 미술관 여덟 곳을 소개한다. 이 장에서는 죽기전에 한번은 꼭 가보리라 마음먹은 오르세 미술관에 오래도록 시선을 고정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다른 미술관보다 열심히 읽고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오르세 미술관은 유럽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이지 꼭 가보고 싶다. 세계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인류가 남긴 흔적과 시간과  예술과 전통을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다. 오늘은 비록 방바닥에 엎드려서 편안히 세계 박물관을 둘러보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인류의 예술과 전통과 흔적을 두 발과 두 눈으로 돌아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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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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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반적으로 클래식하면 어렵고, 지루하고, 고상한 음악이라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된다. 최근에 클래식을 쉽게 설명해놓은 책을 몇 권 읽어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긴 했지만 클래식을 즐기는 수준은 못 된다.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요와 달리 따로 수고를 해야지만 들리는 음악이라서 그런 것 같다. 작곡가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곡에 사용된 악기와 감상법을 익혀야 하는 등 기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분야이다 보니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클래식과 가까워질 기회도 거의 없다시피한 환경도 클래식에 다가서지 못하게 한 요인이라면 요인이다.

 

[악마의 바이올린]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해서 호기심이 발동한 작품이다. 조셉 젤리네크의 전작 [10번 교향곡]에 대한 독서가들의 뜨거운 반응을 알고 있던 터라 기대를 한아름 안고 펼쳤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조셉 젤리네크가 전작에서 베토벤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연주자 '파가니니'의 저주 받은 바이올린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작가는 책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풍부하고 깊은 지식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줄거리 속에 자연스레 녹여낸 작가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박학다식해서 독자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클래식을 배울 수 있다.

 

아네 라라사발은 마드리드 국립 오디토리엄의 심포니홀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B단조'와 바이올린 곡 중에서 가장 난이한 곡으로 정평이 나 있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24번'을 연주한 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가슴에는 악마라는 의미의 ‘Iblis’라는 아랍어가 피로 쓰여져 있고, 그녀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없어졌다. 악마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그 바이올린은 18세기 음악가 파가니니가 남긴 스트라디바리우스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녀가 죽은 날은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준 할아버지가 사망한 날과 같은 날이다. 할어버지 이전에 바이올린을 소유했던 ' 지네트 느뵈'는 의문사를 당하고 역시 바이올린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우연히 아들과 함께 아네 라라사발의 연주를 듣기 위해  국립 오디토리엄을 찾은 페르도모 경위는 이 사건을 맡아 수사에 착수한다. 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소유한 뛰어난 연주가들은 모두 죽는 것일까? 수사가 진행되면 서 '악마'의 그림자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파가니니에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느뵈와 아네 라라사발까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고의 연주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 수 있을까?

 

파가니니가 남긴 위대한 바이올린의 행방을 찾고 살인자를 찾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이야기는 흥미진진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의문의 악보와 현장에서 풍겼던 향수 냄새를 따라 추적하는 페르도모의 빠른 걸음처럼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졌다. 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찾는 것보다 음악사의 숨은 이야기와 클래식에 관한 작가의 지적인 이야기에 더 끌렸던 거다. 클래식에 관한 지식과 소설을 읽는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는 즉, 2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내친김에 [10번 교향곡]도 읽으려고 한다. 부록으로 미니 CD가 들어 있어 클래식을 들으며 이 책을 읽으면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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