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대통령학 교수 데이비드 거겐은 "시나 소설 같은 문학 강의를 꼭 들어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네 형은 문사에 조금 지식과 취미가 있다"라고 쓰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정약용과 거겐 교수가 인문학, 즉 문사철을 강조한 이유는  인문학이 인간의 근원적 삶을 탐구하고 올바른 세계관을 지닌 지식인을 기르는 학문임을 인식해서다. 인문학은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이 실용학문에 밀려 위기라고 하더니 급기야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도 사치라는 사태까지 갔다. 대학의 문사철 강좌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된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작년 이맘때 접했다. 이후 인문학을 살려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시각과 목소리에 힘을 얻어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인문학 강좌는 대학 강의실에 경계를 넘어 다양한 민간단체와 주민 문화시설, 광활한 인터넷 세상 곳곳에서 소리없이 개설되어 온, 오프라인 상의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이 책의 추천사는 밝힌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가히 ‘붐’을 이루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렇다. 문사철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어떤 태도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 고민 속에서 삶의 의미와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인 것이다.

 

[인문학 열전]은 문학평론가 김갑수의 진행으로 KTV에서 방영한 「인문학 열전」 중 열세 편을 골라 대담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김갑수가 각 분야의 대표학자들을 만나 인문적 사고의 의미와 인문학의 중요성 등 인문학적 담론을 벌인 내용을 담았다. 장회익, 문용린 , 고미숙, 김광웅, 김경동, 김기현, 김영한, 김효은, 도정일, 박정자, 정진홍, 차윤정, 최재천, 황경식 등 열네 명의 중견학자들의 담론이 소개되는데, 그 중 대학시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 장회익 교수님을 책에서 다시 뵙게 되어 반가웠다.

 

[인문학 콘서트]는 인문학의 미래 과제, 학문의 통섭과 융합, 교육과 부모의 책임, 생명과 윤리, 문화와 환경, 사랑과 종교 등에 관해 논의한다. 어느 내용 하나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매우 유익하고 공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들려주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문용린 교수님의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부모의 책임, 교육의 바람직한 미래에 관한 글은 구구절절 동감하며 읽었다. 많은 부모들이 문용린 교수님의 말에 귀를 귀울여 이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고,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온생명 사상을 주창하신 장회익 교수님의 '삶을 위한 앎'은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 할 가르침이라 옮겨 적는 것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감흥을 대신한다. "본래 앎의 목적은 결국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학계에서는 앎과 삶의 관계는 도외시하고 그저 앎 자체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것을  소위 '아카데미즘'이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까 앎의 범위나 내용은 넓고 깊어지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점에 대한 생각은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식은 아예 저 밖에 있고, 우리는 그저 조각난 부분들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과 앎 사이에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235~235쪽) 이밖에도 학문의 통섭과 미래의 대학과 미래 사회를 위한 통합적 사고, 학문의 미래지향적 지형의 재구성을 강조하신 최재천, 김광웅 교수님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담론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키워드로 모아진다. 하나의 키워드는 각 담론을 긴밀히 연결해주고, 각 담론과 맞닿아 있고, 상호보완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힘이 되고 경쟁력을 키워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인문학 콘서트]를 직접 읽으며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라고 적지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