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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평점 :
일생을 꿰뚫는 종적(縱的) 연구의 효시는 1921년 미국 스탠퍼드대 젊은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의 '터먼 연구'이다. 이 연구는 3대를 물려가며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터먼 연구는 캘리포니아 초, 중학생 25만명 중에서 IQ 135가 넘는 천재 1521명을 추려내 일생을 추적하는 실험이다. 실험 결과 천재들은 대부분 평범한 직업인으로 자랐다. 판사와 주(州) 의원 몇이 나왔을 뿐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터먼은 "성공은 지능이 아니라 성격과 인격, 기회 포착 능력이 좌우한다"고 결론 지었다.
또 하나의 거대한 종적 연구가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의 '하버드 2학년 268명의 생애'를 추적한 연구이다. 1937년 하버드대 의대가 각별히 똑똑하고 야심차고 적응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뽑아 잘 사는 공식을 추적해왔다. 이들 중엔 훗날 대통령이 된 케네디도 있었다. 절반은 세상을 떠났고 1967년부터 연구를 이끌어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도 76세가 됐다. 72년에 걸친 연구결과가 작년 모일간지에 보도되어 관심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발간되어 보다 자세히 읽을 수 있어 기쁘다.
[행복의 조건]은 하버드대학교에서 72년간 진행된 '성인발달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연구는 올해로 73년째를 맞는데 연구 대상의 마지막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막을 내리게 된다. 책에는 연구 대상들이 행복하거나 그렇지 못한 삶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각각의 사례는 공감과 함께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행복의 조건]은 '들어가는 글'에서 베일런트 교수가 꼽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는 7가지 조건을 소개한다.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의 요소 7가지 중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으뜸으로 꼽았다. 갈등과 과오를 부정하지 말고 승화와 유머로 방어하라고 귀뜸해주는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나머지 6가지는 안정된 결혼, 교육,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복의 조건 7가지는 자기 스스로가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된 결혼생활, 끊임없이 관심사를 배우는 평생교육, 담배와 술을 끊고, 구준히 운동을 하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고, 고통을 유머와 승화로 방어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 범위 내의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부르는 행복의 조건 7가지 중 권력, 명예, 부, 학벌이 없다는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행복의 조건 7가지를 50대 이전에 얼마나 갖추느냐에 행복이 달려 있다고 보고한다. 50대에 7가지 요소 중 5~6가지를 충족했던 하버드 졸업생 106명 중 절반은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였고, '불행하고 병약한' 상태는 7.5퍼센트에 그쳤다. 반면 50세에 3 가지 미만의 조건을 갖추었던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상태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0세에 적당한 체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세 가지 미만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네 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이들보다 세 배 높았다. 이 보고는 50세 이전의 삶이 생의 마지막 10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수많은 사람들을 평생토록 밀착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고 마약이나 술에 빠져 횡사한 이도 적지 않다. 하버드 엘리트라는 껍데기 아래 고통받는 심장이 있었던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다.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 지었다. 베일런트 교수는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며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나도 아름답고,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 애잔하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구불멸의 존재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