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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가 게이츠에게 -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빌 게이츠 시니어, 메리 앤 매킨 지음, 이수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검소한 빌 게이츠의 거실'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세계 최고 부자의 검소한 거실은 어떨까 싶어 봤더니 헉! 소리가 나왔다. 거실 넓이와 수족관 크기, 극장 스크린을 방불케하는 벽걸이형 텔레비전에 압도당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운동장(?, 사진으로 봐서 정확하진 않겠지만)만한 거실은 일체의 치장 없이 수족관과 텔레비전, 그리고 쇼파가 전부여서 심플하면서도 썰렁해보였다. 조금은 휑해보여서 검소한 것인지, 다른 재벌과 비교했을 때 검소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닥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억만장자의 거실치고는 검소한 거실이 맞는듯 하다.
PC의 엄청난 확산과 더불어 세계 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엄청난 부룰 쌓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의 나눔과 봉사, 가족과 부모님, 삶의 가치와 교훈을 담은 [게이츠가 게이츠에게]가 발간되었다. 세계 최고의 부를 쌓은 빌 게이츠의 면면과 그가 받은 가정교육, 끈끈한 가족과 형제의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빌 게이츠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의 삶과 자녀교육에 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어서 빌 게이츠가 오늘의 빌 게이츠가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수많은 인터뷰에서 '역할모델'이 있느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부모님"이라고 답한다. "나의 모든 것은 어려서 부모님에게 다 배웠다. 자선사업도 그중의 하나다" 또한 "당신이 오늘날 세계 최대 부자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자선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항상,자랄 때 식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자신의 인생관, 가치관 형성에 뿌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부모님으로부터 기부하는 기쁨을 배우며 자랐다. 게이츠의 자선사업과 기부의 바탕에는 늘 이웃을 도우셨던 아버지와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에 길에서 고아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셨던 어머니가 계셨던 것이다. 평생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던 부모님을 보며 형성된 가치관은 그로 하여금 '부자는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 나눠주면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게 했다.
또한 빌 게이츠의 부모님은 항상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교육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게이츠의 독서력을 키워주고자 부지런히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당시 1950~60년대 미국의 아버지들은 하루 종일 회사 일에 얽매어 있다가, 집에 오면 자녀들에게 지시만 하는 권위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서 더 이상 책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읽었던 지독한 책벌레 아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여러 주제를 놓고 토론을 했던 것이다. 아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피곤함도 마다하지 않은 아버지의 열정적인 자녀교육은 시간이 없다고, 피곤하다고 핑계대며 아내에게 자녀교육을 일임하는 오늘날 아버지들의 자기반성을 부르는 대목이다.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는 가족들과의 소중했던 추억담, 게이츠 집안의 교육철학, 집안의 가족전통을 소개하는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내용이 많다. 온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메리와 외할머니가 준비한 똑 같은 모양의 잠옷을 온 가족이 입고 한 자리에 모인다니 상상만으로도 아름답고 흐믓하다. 근면과 검소를 가르쳐준 할아버지, 저녁식사는 반드시 가족이 함께 하고 식사 후에는 카드놀이를 하는 가족전통을 만들어준 외할머니, 어떤 경우라도 자녀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고,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던 부모님. 이처럼 좋은 환경, 화목한 가정에서 그는 성장했다. 그의 가족에게 배울 게 많다. 아니, 전부를 배워야 할 것 같다. 나는 내 자녀에게 나는 어떤 부모인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정수리에 부은 물이 발뒤꿈치까지 흐른다' 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의 이상적인 성장모델이자 전 세계 부자들의 롤모델로 평가받는 오늘날의 빌 게이츠가 있는 것은 그의 서슴없는 고백처럼 부모님의 영향이다. 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를 강조하며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그의 삶 기저에는 그의 부모님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라도 정수리에 깨끗하고 좋은 물만 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