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미친놈, 신미식 - 나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산다
신미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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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 자신을 비교하거나 저자의 상황에 나를 대입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어떤가 혹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를 많이 생각하며 읽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러했고 나도 무언가에 미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번 요동쳤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없어서 조금은 허탈하고, 진즉 미칠만한 분야를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관심분야는 많지만 정작 미칠 정도로 푹 빠져 지낼만한 분야를 찾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도전을 준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예술적,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 분야에 미친 사람들이다. [사진에 미친 놈, 신미식]의 저자는 사진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업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대학 시절엔 사진수업이 가장 싫었다고 한다. 카메라가 없어서 수업시간마다 구차하게 카메라를 빌리는 게 자존심 상하고 고통이었단다. 그랬던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책 [사진에 미친 놈, 신미식]을 출간한 두란노출판사에서 편집디자인 일을 하면서부터다. 그때 그는 사진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임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난생처음 할부로 카메라를 장만하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설렌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과의 인연은 점점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치닫는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부채질을 한 건 '여행'이었다. '죽더라도 가자'는 각오로 유서를 쓰고 단돈 19만원을 들고 떠난 프랑스 여행은 80여 개국을 누비며 세계를 돌아다니도록 물꼬를 터주었고, 사진여행가 1세대로 불리도록 기여했고, 아프리카 사진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월급의 반은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사진 인화비와 여행비로 쓰며 사진에 몰두하는 그가 멋있다. 어릴 적 너무 얌전하고 말이 없어 '미숙이'로 불렀던 그가 외국 관관청을 찾아가 도전하고 두드리는 모습은 충격에 가깝다. 아, 미치면 저렇게 변하는구나, 미치면 저런 용기가 생기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의 삶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다. 두 번이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5년간 주민등록증이 말소되는 어려움에 처해 2년간 자살을 생각하며 살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낮은 사람들, 갇힌 사람들, 바닥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여기서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 즉 사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진 한 장이 갖는 힘이 이토록 큰지 전혀 몰랐다.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절망한 사람이 소망을 품고, 병든 마음이 치유되고, 상한 사람이 위로를 받고, 세상을 향한 원망을 거두다니!  사진을 취미나 직업으로 연결해 생각했을 뿐인데 저자는 사진으로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희망을 선사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배인 사진이라서 독자들도 그의 사진과 교감하는 것이리라. 실제로 그가 렌즈에 담은 인물들과 풍경은 작위적이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특히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천진한 아이들 사진이 그렇다. 그의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찍힌 사람도, 사진을 보는 사람도 모두가 편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은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며,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와 잔잔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조각배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다. 마치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나라라고 한다. 항공사의 홍보여행 차 간 가난한 그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접촉점으로 희망과 사랑을 한아름 안겨주는 그가 한국인어서 무척 자랑스럽다. 에디오피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주며 아프리카를 재조명하는 그가 근사해보인다.

 

그는 내 삶 최고의 스승은 부족함과 간절함이라고 고백한다. "부족했기에 필요성을 느꼈고, 필요했기에 더 간절하게 노력했던 것이다. 결국 부족함이 도리어 나의 인생을 충만하게 채워준 힘과 원동력이 된 셈이다."(p131)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었기에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희망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사진을 배우는 분,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놓치면 후회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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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일꾼 - 오스왈드 챔버스의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16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황 스데반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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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사역자로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설치고 다닐 때 다른 사람의 영혼 보다 내 만족감과 성취감에 취해서 일을 했다. 물론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교회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모든 봉사를 내려놓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곤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흠뻑 젖어 무엇이든 맡겨주신 일에 충성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던 처음 자세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내 자신이 드러나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가끔 인정을 받으면 속으로 우쭐댔다. 그 자리에 세우신 뜻을 분간하지 못하고 점점 일꾼의 모습을 잃어갔던 것이다. 나중에는 봉사를 안 하면 그마저 믿음도 잃을까, 내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꾼의 자리를 이용(?)했다. 자기 자신조차 추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의 영혼을 돌보고 책임지려 했는지,  생각해보면 참 끔찍했던 기억이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하나님의 일꾼]에서 하나님의 일꾼은 영혼을 치료해주는 '영혼 치료자'라고 정의한다. 하나님의 일꾼은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 체험과 성령의 충만함을 바탕으로 상하고 병든 영혼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의 일꾼이라면, '한 영혼'을 대할 때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철저히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슨 말인가? 하나님의 일꾼이 먼저 성령으로 충만해서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돌팔이 일꾼이라는 것이다. 돌팔이 일꾼은 다른 영혼을 치유하기는 커녕 그 영혼의 질병에 전염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충고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사역자는 영적으로 성숙해야 하고 자신의 영적 상태를 점검해 타성에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하나님의 일꾼이 기억할 세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와 매 순간 성령을 의지할 것을 첫번째로 꼽았다. 두번째는 하나님의 일꾼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세번째는 성경책을 샅샅이 연구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겸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그가 말하는 하나님의 일꾼이다. 이러한 일꾼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을 건강하게 돌보고 성숙으로 인도한다. 오스왈드 챔버스가 말하는 이 세 가지 요소는 비단 하나님의 일꾼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사역자이건 아니건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영혼의 치료자로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하는 영혼들은 저마다 영적인 상태가 다르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각기 다른 영적 상태를 '비정상적인 영'혼, '거듭나지 않은 도덕적인 영혼', '타락한 영혼', '이중인격의 영혼', '병든 영혼', '어리석은 영혼'으로 분류해 이들을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상대방이 어떤 부류의 영혼이든, 어떤 상태의 사람이든 그 사람을 예수님께 연결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구절에서 뜨끔했다.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는 부지런했으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예수님께 연결시키는 일에는 게을렀던 나, 내 계획을 위해선 열심히 기도했으나 길을 잃은 사람들을 찾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선 무관심했던 나, 내 영혼을 살찌우기는 일에만 급급했지 상대방의 영혼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내가 보여서다. 성령님은 '나'를 통해 영혼 치유의 역사를 일으키기 원하시는 데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영혼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예수님께 연결시키고 싶어 한동안 기도하다 나하고 생래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한 사람이다. 하나님은 이 책을 통해 그 영혼을 찾기 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그 사람이 나와 생래적으로 맞지 않다고 느꼈던, 그래서 그 사람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은  내 인격과 영혼이 덜 자랐기 때문이다. 내가 성경의 진리 가운데 살지 못해서 그 영혼을 포기했던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일꾼으로 사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될 일이다. 자신의 영혼 상태를 점검하고, 다른 사람의 영혼을 치료하도록 돕는 이 책 [하나님의 일꾼]을 사역자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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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 전 세계 고난의 현장에서 만난 은혜의 이야기들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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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5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인간에게 예지 능력이 있다면 사고나 테러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살 것이다. '신'의 존재 또한 그다지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예지력이 없을뿐더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전하기는 커녕 전쟁과 끔찍한 사고와 테러, 굶주림과 가난, 폭력과 내전 등 비참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에는 에이즈가 창궐하고,  세계 도처에선 죄 없는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힘 없는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정의가 불의에 패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럴때 우리는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이런 세상에서 과연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아침에 멀쩡했던 빌딩이 무너진 9.11테러, 히틀러에 의해 죽은 6백만 유대인, 평화로운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수십년간 성의 노예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여인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흑인들 등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은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 하는 것인지, 이런 일을 왜 막지 않으시는지 의문을 불러온다. 필립 얀시의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얀시는 세상이 선하지 않을수록 하나님이 더 필요하며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다고 답한다.

이 책은 필립 얀시가 비참한 사건이 발생했던 곳, 여전히 비극이 진행되는 여러 나라들을 순례한 기록이다. 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인터뷰하며 그곳들에서 했던 강연을 글로 정리했다. 그는 "내가 미국 교회밖에 몰랐다면 내 신앙은 훨씬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밝힌다. 여행으로 인해 그의 신앙은 풍요로워졌으며 지평이 넓어졌고,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잠기게 되었다. 그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와 공안의 눈을 피해 하나님을 믿지만 그 세력이 어마어마한 중국의 교회와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집회가 열리는 그린레이크, 가장 뭉클한 감동과 녹록잖은 도전을 준 남아프리카공화국, 기독교가 태어난 곳이지만 기독교를 버린 중동,  ‘인도의 9.11’이라 할 만한 끔직한 테러가 일어난 뭄바이 등 열 곳을 순례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인도의 불가촉천민들, 알코올중독자들, 성매매여성들, 신학교 학생들, 중국의 CEO와 사역자들 등이다. 그가 순례한 곳은 고통의 현장이며, 그가 만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하나님이 이토록 끔찍한 사건들에 왜 강권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그냥 놔두시냐는 것이다. 필립 얀시는 그 어디에도 하나님이 계시다고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고통당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연했다.

 

고통의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그의 강연을 압축하면, '고통이 있는 곳에 메시아가 있다' 이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그분이 당대의 비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만 보면, 우리가 고통 당할 때 하나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낮고 천한 자를 사랑하셨고, 가난하고 연약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셨다.  '왜' 이런 일이,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라는 질문에는 예수님도 대답을 내놓으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우리도 모른다. 하지만 고통 당하는 우리를 바라보는 그분의 심정이 어떠한지는 확실하게 안다고 말한다.  

 

필립 얀시는 폭력과 분열의 세상 속에서 은혜를 찾아 떠난 열 군데 장소에서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원한다면, 이 책을 읽으며 얀시가 안내하는 열 군데 장소로 지금 떠나기를 권한다. 윤종석 님의 매끄러운 번역이 답을 찾아 길을 떠나는 독자들을 은혜로 인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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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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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도서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주정부에 똑같은 편지를 매 주 쓴다. 수년 동안 끈질기게 편지를 보낸 앤디는  마침내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내 교도소에 도서관을 만든다. 책을 정리하던 앤디는 책 사이에서 모짜르트의 레코드판을 발견하고 '피가로의 결혼'을 스피커를 통해 내보낸다. 의자에 기댄 채 두 팔을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감상하던 앤디의 모습은 더 없이 여유롭고 평안하다. 그가 있는 곳이 악명 높은 교도소 쇼생트라는 사실을 잊게해줄 정도로 평온해 보인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 줄 토미가 살해당하자 탈출을 결심한다. 매일 밤 간수들의 눈을 피해 굴을 파고, 냄새나고 더러운 하수구를 뒹굴어야 하고, 만약 발각되는 날이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유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대가를 지불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건 오히려 마땅한 일이었다. 결국 앤디는 탈출에 성공해 그가 그토록 원하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40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되는 레드와 한 노파(이름이 기억나지 않음 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려 한다. 특히 노파는 평생 있다시피 했던 쇼생크를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다 외로움과 무력감, 그리고 바깥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다행히 레드는 앤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미루고 약속장소로 떠난다. [꿈]을 읽으며 영화 '쇼생크 탈출'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거의 잊고 살았던 '자유'에 대해, 그리고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소설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발생했던 감금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4년간 지하 밀실에 감금되었던 충격적인 실화가 [룸]으로 재탄생 되어 헛간에서 화초처럼 자란 분재소년이 여섯 살 생일날 탈출을 결심하는 내용이다. 감금상태에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동경하고 탈출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유의 몸이 되면 거기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난제가 기다릴지 모른다. 자유 뒤에 얻은 인생의 난제는 온전히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자신'이 제아무리 어릴지라도. 이 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잭은 고작 다섯 살이다. 바깥세상의 낯섦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리고 여린 나이다. 잭의 엄마 역시 바깥세상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과  관심에 혼란스러한다.

 

닉의 엄마는 7년 전, 열아홉 살 때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헛간의 방 안에 갇힌다. 그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녀는 헛간의 작은 방에서 납치범, 올드 닉의 아들을 낳는다. 이 소설의 화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다섯 살 아이 잭이다. 그래서 다른 범죄소설과 다르게 어둡거나 공포스럽지 않다. 헛간생활은 비교적 평화롭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잭과 엄마에게는 작은 방이 생활하고 움직이는 공간의 전부이다. 매일 탈출을 꿈꾸며 온갖 충동에 시달리는 엄마의 행동이 측은해보인다. 엄마는 결심한 듯 잭에게 헛간에서 나가자고 하지만, 잭은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죽음을 위장해 탈출하고 올드 닉은 경찰에 붙잡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헛간의 작은방을 그리워한다. 두 사람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유명해지고, 잭은 영웅까지 되지만 헛간의 그 방을 그리워한다. 새집을 갖게 되었지만,  넓은 욕실과, 4개의 방이 있는 새집이 있으면서도 그 방의 낡은 깔개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감금과 감금생활의 익숙함.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선 익숙한 것으로부터 탈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두 사람이 바깥세상에 잘 적응하여 정체성을 찾고 두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을 암시해준다. 헛간의 그 방을 찾아가 옷장과 화분, 창문과 침대, 그리고 방에 ‘안녕’ 을 고하고 문밖으로 나서는 엄마와 잭이 자유와 희망을 찾아 태평양을 향해 떠나 마침내 극적인 재회를 나누는 '쇼생크탈출'의 앤디와 레드와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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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척기 -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안재홍 지음, 정민 풀어씀 / 해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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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척기]는 민세 안재홍 선생이 백두산에 오른 16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한문투의 글을 한글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책이다. 평소 정민 교수님의 책을 즐겨 읽는 터라 기대가 컸다. 구문을 현대어로 번역한 정민 교수님의 [꽃밭 속의 생각]를 재미있게 읽어서 더 기대가 컸다. 게다가 백두산의 장엄한 풍경과 각종 동식물의 생태와 전설을 담은 기행기라는 점이 기대를 부츠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아니, 기대를 충족시켜주고도 남는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책을 읽기 전에는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백두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백두산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민족과 역사를 같이 해온 백두산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고산지대여서 조류가 드물고 꽃이 많아서 덩달아 나비가 많은 백두산.  봄이 늦고 여름이 선걸음으로 물러가는 백두산의 여름은 고작 50일이다.  5월부터 9월 중순까지 길고 지루한 우리네 여름과 많이 다르다.  늦게 든 봄이 그대로 여름이 되고, 가을이 바삐오는 백두산에 언젠가 오르리라 생각해본다. 희귀식물이 많아 식물학자들이 침을 흘리는 백두산에 오르면 고산식물이 무진장이란다. 문득 지난 봄에 우리 집에 다녀간 여행객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집 뒤에 있는 산은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림이다. 사람이 발길이 뜸한 곳이라 희귀식물이나 고산식물, 그리고 산나물과 약초가 지천이다. 아침 일찍 산에 오른 일행은 저녁 무렵에서야 내려왔는데 각자 배낭 가득 산나물을 뜯어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뿌듯하고 보람찬 산행은 처음이었어요. 이런 나물은 도시에서 돈 주고도 못사는데 운동도 하며 귀한 나물도 뜯어서 너무 좋아요." 도시의 산에는 등산객들 때문에 나물이 자랄 틈이 없는데 이 산에는 산나물이 많은데다 도심의 산보다 더 연하고 크다고 귀뜸해주었다.

 

안재홍 선생과 동행한 이들도 우리 집에 다녀간 여행객과 비슷한 행복을 느낀 것 같다. 신무치에서 수많은 나비를 채집한 김병하 씨,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물을 채집한 최여구 씨가 그렇다. 눈으로 쭉 둘러보고 황급히 떠나는 현대인들의 바쁜 여행에 비해 옛사람들의 여행은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게다가 학구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들이 식물학자, 곤충학자여서 그랬겠지만, 어디를 가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여행과 분명 차이가 있다.

 

책은 장엄한 백두산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간결한 문체는 정민 교수님의 '긴 글은 짧게 끊는다.' 번역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원전의 맛을 그대로 살린 정민 교수님의 풀어 읽기로 인해 백두산의 숨결과 흔적, 그리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백두산의 의미를 짚어주고 백두산에 대한 관심과 민족의식을 점검하게 해주는 책이어서 학생들에게 특별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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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2-0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2007년 8월에 백두산을 종주하고 왔는데 제 블로그에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링크로 걸어뒀답니다. 혹시 백두산을 가시게 된다면 제가 따라 갔던 '자유인산악회'를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