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도서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주정부에 똑같은 편지를 매 주 쓴다. 수년 동안 끈질기게 편지를 보낸 앤디는  마침내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내 교도소에 도서관을 만든다. 책을 정리하던 앤디는 책 사이에서 모짜르트의 레코드판을 발견하고 '피가로의 결혼'을 스피커를 통해 내보낸다. 의자에 기댄 채 두 팔을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감상하던 앤디의 모습은 더 없이 여유롭고 평안하다. 그가 있는 곳이 악명 높은 교도소 쇼생트라는 사실을 잊게해줄 정도로 평온해 보인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 줄 토미가 살해당하자 탈출을 결심한다. 매일 밤 간수들의 눈을 피해 굴을 파고, 냄새나고 더러운 하수구를 뒹굴어야 하고, 만약 발각되는 날이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유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대가를 지불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건 오히려 마땅한 일이었다. 결국 앤디는 탈출에 성공해 그가 그토록 원하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40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되는 레드와 한 노파(이름이 기억나지 않음 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려 한다. 특히 노파는 평생 있다시피 했던 쇼생크를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다 외로움과 무력감, 그리고 바깥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다행히 레드는 앤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미루고 약속장소로 떠난다. [꿈]을 읽으며 영화 '쇼생크 탈출'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거의 잊고 살았던 '자유'에 대해, 그리고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소설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발생했던 감금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4년간 지하 밀실에 감금되었던 충격적인 실화가 [룸]으로 재탄생 되어 헛간에서 화초처럼 자란 분재소년이 여섯 살 생일날 탈출을 결심하는 내용이다. 감금상태에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동경하고 탈출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유의 몸이 되면 거기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난제가 기다릴지 모른다. 자유 뒤에 얻은 인생의 난제는 온전히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자신'이 제아무리 어릴지라도. 이 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잭은 고작 다섯 살이다. 바깥세상의 낯섦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리고 여린 나이다. 잭의 엄마 역시 바깥세상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과  관심에 혼란스러한다.

 

닉의 엄마는 7년 전, 열아홉 살 때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헛간의 방 안에 갇힌다. 그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녀는 헛간의 작은 방에서 납치범, 올드 닉의 아들을 낳는다. 이 소설의 화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다섯 살 아이 잭이다. 그래서 다른 범죄소설과 다르게 어둡거나 공포스럽지 않다. 헛간생활은 비교적 평화롭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잭과 엄마에게는 작은 방이 생활하고 움직이는 공간의 전부이다. 매일 탈출을 꿈꾸며 온갖 충동에 시달리는 엄마의 행동이 측은해보인다. 엄마는 결심한 듯 잭에게 헛간에서 나가자고 하지만, 잭은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죽음을 위장해 탈출하고 올드 닉은 경찰에 붙잡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헛간의 작은방을 그리워한다. 두 사람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유명해지고, 잭은 영웅까지 되지만 헛간의 그 방을 그리워한다. 새집을 갖게 되었지만,  넓은 욕실과, 4개의 방이 있는 새집이 있으면서도 그 방의 낡은 깔개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감금과 감금생활의 익숙함.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선 익숙한 것으로부터 탈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두 사람이 바깥세상에 잘 적응하여 정체성을 찾고 두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을 암시해준다. 헛간의 그 방을 찾아가 옷장과 화분, 창문과 침대, 그리고 방에 ‘안녕’ 을 고하고 문밖으로 나서는 엄마와 잭이 자유와 희망을 찾아 태평양을 향해 떠나 마침내 극적인 재회를 나누는 '쇼생크탈출'의 앤디와 레드와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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