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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미친놈, 신미식 - 나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산다
신미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11월
평점 :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 자신을 비교하거나 저자의 상황에 나를 대입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어떤가 혹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를 많이 생각하며 읽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러했고 나도 무언가에 미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번 요동쳤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없어서 조금은 허탈하고, 진즉 미칠만한 분야를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관심분야는 많지만 정작 미칠 정도로 푹 빠져 지낼만한 분야를 찾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도전을 준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예술적,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 분야에 미친 사람들이다. [사진에 미친 놈, 신미식]의 저자는 사진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업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대학 시절엔 사진수업이 가장 싫었다고 한다. 카메라가 없어서 수업시간마다 구차하게 카메라를 빌리는 게 자존심 상하고 고통이었단다. 그랬던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책 [사진에 미친 놈, 신미식]을 출간한 두란노출판사에서 편집디자인 일을 하면서부터다. 그때 그는 사진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임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난생처음 할부로 카메라를 장만하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설렌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과의 인연은 점점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치닫는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부채질을 한 건 '여행'이었다. '죽더라도 가자'는 각오로 유서를 쓰고 단돈 19만원을 들고 떠난 프랑스 여행은 80여 개국을 누비며 세계를 돌아다니도록 물꼬를 터주었고, 사진여행가 1세대로 불리도록 기여했고, 아프리카 사진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월급의 반은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사진 인화비와 여행비로 쓰며 사진에 몰두하는 그가 멋있다. 어릴 적 너무 얌전하고 말이 없어 '미숙이'로 불렀던 그가 외국 관관청을 찾아가 도전하고 두드리는 모습은 충격에 가깝다. 아, 미치면 저렇게 변하는구나, 미치면 저런 용기가 생기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의 삶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다. 두 번이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5년간 주민등록증이 말소되는 어려움에 처해 2년간 자살을 생각하며 살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낮은 사람들, 갇힌 사람들, 바닥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여기서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 즉 사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진 한 장이 갖는 힘이 이토록 큰지 전혀 몰랐다.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절망한 사람이 소망을 품고, 병든 마음이 치유되고, 상한 사람이 위로를 받고, 세상을 향한 원망을 거두다니! 사진을 취미나 직업으로 연결해 생각했을 뿐인데 저자는 사진으로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희망을 선사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배인 사진이라서 독자들도 그의 사진과 교감하는 것이리라. 실제로 그가 렌즈에 담은 인물들과 풍경은 작위적이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특히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천진한 아이들 사진이 그렇다. 그의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찍힌 사람도, 사진을 보는 사람도 모두가 편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은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며,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와 잔잔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조각배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다. 마치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나라라고 한다. 항공사의 홍보여행 차 간 가난한 그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접촉점으로 희망과 사랑을 한아름 안겨주는 그가 한국인어서 무척 자랑스럽다. 에디오피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주며 아프리카를 재조명하는 그가 근사해보인다.
그는 내 삶 최고의 스승은 부족함과 간절함이라고 고백한다. "부족했기에 필요성을 느꼈고, 필요했기에 더 간절하게 노력했던 것이다. 결국 부족함이 도리어 나의 인생을 충만하게 채워준 힘과 원동력이 된 셈이다."(p131)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었기에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희망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사진을 배우는 분,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놓치면 후회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