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윤석전 지음 / 연세말씀사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영혼의 갈증과 주림을 채우는 일이다.

내 영이 얼마나 갈급한지 얼마나 주려 있는지를  우리는 날마다 점검해야 한다.

만약 영적인 목마름과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영적으로 병이 든 성도이다.

문둥병자는 아무리 피부를 자극해도 감각이 없다고 한다.

영적으로 병든 성도는 영적인 갈증이나 허기를 느끼지 못한다.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한 것이 없고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영적인 감각이 마비상태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적으로 마비 된 성도는 피부 감각이 마비된 문둥병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적 마비증세의 병자는 자신이 병자인 줄 모른다는 것이 나환자와 다른 점이다. 

육신이 병든 사람보다 더 심각한 병을 앓으면서도 말이다.

 

 

이와 반대로 영적으로 건강한 성도는 날마다 우리의 갈급함을 발견하고 주린 모습을 발견하여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찾는다.

교회의 공예배에 참석하고 개인 기도시간에 은밀히 하나님을 만나 찬양과 기도를 드린다.

그 만남을 통해 영적인 해갈을 맛보고 허기짐을 채우며 우리의 영을 더욱 쌀찌우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윤석적 목사님은

하나님의 의에 주리고 목마른 것은 자녀된 자들의 영적인 본능이라고 한다.

이러한 본능적인 필요와 갈급함을 하나님으로 채우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영적인 상태는 과연 어떠하며, 나의 신앙생활은 어떠한가?

주리고 목마른 문제가 있을 때에만 갈급하게, 아니 다급하게 주님을 찾지 않았나.

이젠 몸에 배어 습관으로 굳어진 매일 아침의 오전기도는

내 영혼의 풍성함 보다는 육신의 풍성함을 위함이 아니었던가.

주일예배만으로 내 할 일 다 했다는 듯 다른 공예배는 무시해도 되는가.

거룩한 가치를 위한 갈증이었나 육적인 세상 욕심에 대한 목마름이었나.

꼭꼭 숨겨둔 모습이 하나둘씩 보였다.

부끄러웠고 죄스러웠다.

 

 

이 책은 내 깊은 곳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적으로 민감하다는 자만을 버리게 만들어 준 책이다.

이정도로 기도한다는 교만한 태도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고장 난 나의 영적생활을 수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을 만난 것이다.

내 영적생활을 진단하고 처방해주고 해결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오직 예수로만 채우는 삶에, 영혼의 만족을 누리는 삶에 다가가도록 이끌어 주었다.

이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도 함께 잉태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20대 중반의 어느 토요일로 기억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에 잠을 깬 것 같았다.

창문을 두둘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망설이던 나는 무작정 떠났다.

동행을 구하지 않고 혼자서.

일박이일 일정으로 화장품 몇개와 세면도구를 급하게 가방에 쑤셔넣고 그대로 떠났다.

그렇게해서 찾아간 곳은 경춘선의 어느 간이역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처럼 그렇게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가끔씩 인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가서 머리를 식히며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머물다 돌아오고 싶다.

가족의 틈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픈 것이다.

소박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이 바램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늘 다음을 기약한 채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타에코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도피행에 보낸 박수이다.

남편과 두 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은 타에코는 남편의 냉대와 두 딸의 무시에 외로움을 느낀다.

타에코의 남편은 그녀가 마흔이 되었을  때에 자신의 부하 직원 앞에서  아내를 고물 취급하며 대놓고 무시했다.

상처 받은 아내의 마음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병든 50대의 타에코는 남편에겐 완전한 퇴물이었다.

남편의 냉대 하나만으로도 서러운 중년기 이건만,

남편의 무시 못지 않게 그녀를 외롭게 하는 것은 딸들의 행동이다.

그녀의 딸들은 남편보다 더 심한 말투로 엄마의 마음에 가시를 박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애완견 포포가 옆집 아이를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포포를 안락사 시키자는 가족들을 피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포포와의 도피행이었다.

포포를 보호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결국 아주 먼 여행이 되고 말았지만.

그녀는 가족들보다 포포가 자신을 더 이해한다고 믿고 있다.

가족에게 느끼지 못하는 사랑을 포포에게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포를 보호할 이유와 의무는 분명한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가출은 행복을 찾고 고독을 떨구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행은 갖은 고생과 포포가 일으킨 사건, 낯선 사람들의 도움 등으로 이어진다.

순탄치 않은 여행길에 포포는 타에코를 끝까지 지켰다.

포포를 향한 그녀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포포의 자리에 그녀의 가족들이 있었더라면,

포포를 믿은 것처럼 그녀가 가족들을 믿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타에코는 결국 포포의 곁에서 눈을 감고 포포도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은 가족의 의미와 어머니의 존재에 대한 작가의 외침이다.

작가의 아픈 외침에 나는 좀 전에 그녀에게 보낸 박수를 거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를 위한 마음산책 - 청소년, 교사, 학부모가 꼭 읽어야 할 10대를 위한 인생 지침 43
이충호 지음 / 하늘아래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교사와 학부모는 없다.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인성교육의 절실함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일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버릇 없게 구는 십대의 학생이나 

가정에서 거칠게 반항하는 자녀를 둔 부모,

혹은 미래에 대한 소망 없이 암울한 십대를 보내는 청소년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한 번쯤은 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 매달려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10대들에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덕목들을 교육하는 인성교육은  고리타분한 잔소리가 되어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정말 소중한 것을 빠뜨린 채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경쟁 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오히려 절실하게 요구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각광 받고 있는 대안학교도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새로운 교육 형태가 아닌가 한다.

 

 

 

[십대를 위한 마음산책]은 정년퇴임을 하신 교장선생님께서

서글픈 현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에게 다정하고 친근감있데 들려주는 훈화다.

가치관의 혼돈으로 방황하는 십대들에게 가치관을 정립해 주고,

삶의 지혜와 용기와 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그들의 미래를 보다 소망찬 것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 이 책을  집필하신 목적이다.

이 책은 십대는 물론이고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십대의 두 자녀를 둔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방법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저 잔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은 잔소리로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하는 잔소리는 잔소리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 잔소리를 묵묵히 들어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미안함이 컸다.

 

 

나는 착한 두 아이에게 이 책에서 소개한 43가지의 덕목을 하루에 한가지씩 들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첫번째 덕목부터 차례대로 들려 주려고 한다.

덕목별로 들어 있는 예화를 외워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기로 말이다.

무학으로 피뢰침을 발명한 벤자민 플랭클린 뒤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13가지 덕목'을 교육시킨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벤자민 플랭클린이 벤자민 플랭클린 된 것은 어머니의 교육이 절대적이었다.

그의 어머니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나는 날마다  아이들과 마음산책을 나서기로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종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난징에서 태어난 도시 소년이 문화대혁명 기간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작년 6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십대의 두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이사온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우선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점이 같았고, 두 아이가 남자 중학생인 것과 학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점,

그리고 작은 아이가 소설 속 주인공인 왕짜오처럼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이 그렇다.

학교에서 '전학생' 으로 불리는 작은 아이는 새로 산 핸드폰을 망가뜨리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아이들 무리에 섞일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 장난이 심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주의를 들어야 할 정도로 장난꾸러기가 되었지만,

전학 후 얼마간은 가슴앓이를 했다.

 

 

중국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이 책은 표지가 매우 강렬하다

표정과 눈매가 범상치 않은,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세명의 독종이 표지의 모델이다.

표지를 장식한 아이들은 주인공인 왕짜오와 전학 첫날부터 왕짜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괴짜 주훙쥔,

그리고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밝고 귀여운 장난꾸러기인 딩샤오하이의 모습이다.

이 외에도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반 친구들을 괴롭히고 선생님들까지 망신을 주며 무소불위의 힘을 행하는 웨이둥과

주훙쥔과 자주 맞섰던 큰길의 거지인 장신성과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14살인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간의 인생 이야기를 중국 장쑤 성 궁수이를 배경으로 들려주는 성장소설이다.

중국 현대사 속의 정치적 격변기에 펼쳐지는 개인의 삶과  역경, 그리고 죽음과 시대사 풀어 쓰고 있다.

문화대혁명 말기의 모순된 중국 세태를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시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독종들]은 [허삼관 매혈기]이후  중국 문화와 그네들의 사는 이야기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두번째 책이 되었다. 

 


 

독종들의 학창시절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만의 장난과 치기 어린 행동으로 얼룩져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채로운 그들만의 놀이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흐믓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내심 부럽기도 하다.

70년대에 십대를 보냈던 나는 독종들과 동시대인.

그들은 나와 비슷한 년배이나 그 시절 나는 독종들과 다르게 이렇다할만한 추억거리가 없다.

내게도 무언가 그럴듯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골똘히 생각했으나

학교와 집을 오가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월요일마다 월요고사를 치뤘던 기억을 겨우 복원해냈을 뿐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내 청소년기의 빛바랜 추억은 그들의 풍성한 그것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 각자 제 갈길을 걷는 장짜오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인의 불륜에 격분해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신성과

싸움꾼으로 살다가 비명횡사한  주훙쥔의 삶이 더욱 그렇다.

장짜오와 딩샤오하이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안타까움이 증폭되었을텐데,

아마 나같은 독자를 위한 작가의 배려인 듯 싶다.

연이어 작가는 딩샤오하이를 만난 후 그에게 줄 그림 선물을 생각하며 흥분한 장짜오가

그리게 될 그림의 소재를 마지막 질문으로 던진다.

장짜오가 그린 그림은 표지를 장식한 독종들의 모습일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며,

이 확신은 나를 기분좋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우야, NewYork 가자!
오하영 지음 / 위캔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하던 일을 접고 고만고만한 두 아이와 한참 씨름을 하던 내 스물 아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어린 두 아이에게 시달리며 늘 잠이 모자라서 어디서든 마음 놓고 원없이 자고 싶었던 그 때의 기억은,

서른 이후의 당당한 삶을 위해 과감하게 뉴욕으로 향한 저자의 삶과 보기좋게 비교되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뉴욕은 나에게 꿈의 도시이다.

내가 막연하게 꿈이나 꿔보는 뉴욕에서 저자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갔다.

한 사람에겐 꿈처럼 막연한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감하게 도전하는 그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연고도 없는 뉴욕을 당차게 활보하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다양한 여행정보와 쇼핑정보를 전해주는, 정말 여우처럼 야무진 여성이다.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환상을 품었음직한 도시,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볼거리가 넘치고 먹거리가 넘치는 뉴욕을 책으로 따라간 나는 부러움 반 질투 반이었다.

뉴욕의 대중교통에서부터 문화, 음식과 숙박, 쇼핑 정보와 뉴욕투어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있다.

뉴욕의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대한 위치와 이용시간, 금액, 주의사항 등을 곰꼼하게 알려 주며,

뉴욕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쇼핑 노하우를 공개 한다.

여행자들이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하는 정보를 집약해서 사진과 함께 실은 실용 여행서인 것이다.

이는 틈만 나면 영국, 캐나다, 홍콩, 일본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는 그녀의 여행 경력과

쇼핑 칼럼니스트의 경험이 뉴욕을 알짜배기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리라.

 

 

이 책이 다른 여행서와 다른 것은 방대한 분량을 가득 메운 다양한 정보에 있다.

그리고 그 정보는 실속 있고 유용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성이 이 책의 장범이자 단점이다.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수록하다보니 저자의 뉴욕 생활과 여행담을 실을 수 없었으리라.

그녀가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행 중 에피소드나 실수를 곁들였더라면 뉴욕이 한결 훈훈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어났던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라면 그저 먼나라 이야기로 들려지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뉴욕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