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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들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난징에서 태어난 도시 소년이 문화대혁명 기간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작년 6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십대의 두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이사온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우선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점이 같았고, 두 아이가 남자 중학생인 것과 학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점,
그리고 작은 아이가 소설 속 주인공인 왕짜오처럼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이 그렇다.
학교에서 '전학생' 으로 불리는 작은 아이는 새로 산 핸드폰을 망가뜨리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아이들 무리에 섞일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 장난이 심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주의를 들어야 할 정도로 장난꾸러기가 되었지만,
전학 후 얼마간은 가슴앓이를 했다.
중국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이 책은 표지가 매우 강렬하다
표정과 눈매가 범상치 않은,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세명의 독종이 표지의 모델이다.
표지를 장식한 아이들은 주인공인 왕짜오와 전학 첫날부터 왕짜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괴짜 주훙쥔,
그리고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밝고 귀여운 장난꾸러기인 딩샤오하이의 모습이다.
이 외에도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반 친구들을 괴롭히고 선생님들까지 망신을 주며 무소불위의 힘을 행하는 웨이둥과
주훙쥔과 자주 맞섰던 큰길의 거지인 장신성과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14살인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간의 인생 이야기를 중국 장쑤 성 궁수이를 배경으로 들려주는 성장소설이다.
중국 현대사 속의 정치적 격변기에 펼쳐지는 개인의 삶과 역경, 그리고 죽음과 시대사 풀어 쓰고 있다.
문화대혁명 말기의 모순된 중국 세태를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시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독종들]은 [허삼관 매혈기]이후 중국 문화와 그네들의 사는 이야기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두번째 책이 되었다.
독종들의 학창시절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만의 장난과 치기 어린 행동으로 얼룩져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채로운 그들만의 놀이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흐믓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내심 부럽기도 하다.
70년대에 십대를 보냈던 나는 독종들과 동시대인.
그들은 나와 비슷한 년배이나 그 시절 나는 독종들과 다르게 이렇다할만한 추억거리가 없다.
내게도 무언가 그럴듯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골똘히 생각했으나
학교와 집을 오가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월요일마다 월요고사를 치뤘던 기억을 겨우 복원해냈을 뿐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내 청소년기의 빛바랜 추억은 그들의 풍성한 그것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 각자 제 갈길을 걷는 장짜오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인의 불륜에 격분해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신성과
싸움꾼으로 살다가 비명횡사한 주훙쥔의 삶이 더욱 그렇다.
장짜오와 딩샤오하이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안타까움이 증폭되었을텐데,
아마 나같은 독자를 위한 작가의 배려인 듯 싶다.
연이어 작가는 딩샤오하이를 만난 후 그에게 줄 그림 선물을 생각하며 흥분한 장짜오가
그리게 될 그림의 소재를 마지막 질문으로 던진다.
장짜오가 그린 그림은 표지를 장식한 독종들의 모습일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며,
이 확신은 나를 기분좋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