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연탄 한 장의 의미를 심오하게 다룬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은 대부분 암송한다. 서정적이고 결 고은 안도현 시인의 글을 좋아하지만 시집이나 산문집을 읽은 적은 없다. 이웃 블로거 님이 올린 시를 감상하거나 퍼오는 정도다. 그러다 이번에 안도현 시인의 산문집이 나왔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나는 당신입니다>라는 제목이 마음을 잡아끈다. 화사한 주황색 바탕에 심플한​ 표지와 미끌거리지 않는 표지의 질감이 참 좋다. 사랑스러운 표지 디자인에서 따뜻함과 서정성이 담뿍 묻어난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밑줄 그어가며 읽은 글을 그대로 옮긴 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보탠 에세이다. 소설, 산문, 시, 동시, 동화, 판소리, 민요,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발췌한 문장과 자신의 생각이나 깨달음을 나란히 배열하고 있다. 사물과 사람,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솔직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을 읽어내는 깊이와 너비가 역시 다르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인이라 그런지 발췌한 문장 중에는 시가 많다. 고은, 김수영, 김용택, 한용운, 백석 등의 시가 소개되고 박완서, 황순원, 은희경, 버트란트 러셀, 신경숙, 에리히 프롬 등의 작품 일부가 소개되는데 저자가 왜 밑줄을 그으며 읽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느낌과 해석을 적은 옆 페이지에 더 많은 밑줄을 긋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길어 올리까, 이렇게 작은 것에서 이렇게나 큰 깨달음을 얻다니, 성에 관해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저자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에서 내공이 느껴지고 솔직함에서 연륜이 묻어난다.

좋은 글, 마음을 울리는 글을 열심히 발췌했던 때가 있었다. 한동안 발췌를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 두었는데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를 따라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 한 쪽엔 발췌 글을, 한 쪽엔 나만의 느낌을 적어야겠다. 그렇게 하면 사고하는 습관과 기록하는 습관, 글쓰는 훈련이 자연스레 되겠지. 깊이 생각하는 것을 꺼리고, 복잡한 것을 회피하고, 다이제스트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봄햇살처럼 따사롭고 아름다운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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