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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ㅣ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런던을 벤치마킹 하라
런던하면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대영박물관과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성을 연상시키는 타워 브릿지와 템즈강이 차례로 떠오른다. 안개, 영국 신사, 런던아이, 여왕, 패션, 금융, 미술관도 잇따라 생각난다.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수도 런던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런던 비즈니스 산책>은 여행지로서의 런던이 아닌, 제목 그대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런던을 다루고 있다.
런던 소더비 미술대학원에서 아트 비즈니스를 공부한 저자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겪고 부딪힌 런던을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 기업이 혁신도시 런던을 벤치마킹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책 곳곳에서 창조경제의 선봉에 서 있는 런던의 무궁무진한 경영 비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 중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새로운 아이템의 소스로 활용해도 좋은 신개념 마케팅이나 혁신적인 경영 방식들이 눈에 띈다. 아고스의 신개념 마케팅은 그 중 하나다.
"아고스는 유아용품부터 가구, 자전거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다 판다. 런던 시내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무엇보다 이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고객이 물건을 직접 만지거나 보지 않고 그냥 산다는 데 있다. 일단 아고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진열 상품은 하나도 없다. 다만 매장 곳곳에 카탈로그만 놓여 있을 뿐이다."(p149)
4만 8,000여 개의 물품을 매장에 비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매장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승부를 건 아고스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인터넷 쇼핑도 아니고 어떻게 매장에 상품이 하나도 없고 카탈로그만 있는지, 우리 정서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카탈로그를 보고 상품번호를 직원에게 알려주면 5분 안에 상품을 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집에서 미리 상품은 물론 상품평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런더너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고스 외에 신기했던 것은 런던의 골목상권이다. 공연, 미술, 음악, 갤러리, 박물관, 미술관, 고층빌딩, 금융도시로 불리는 런던에 한국에선 이미 사라진 골목 상권이 존재하는 사실이 놀랍다.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할때 우리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를 주로 이용하거나 인테넷 쇼핑을 한다. 그런데 런던에서는 다들 한국의 1980년대 식으로 쇼핑을 즐긴다고 한다. 유리창이 깨지면 유리 가게에 가서 유리를 사오고, 페인트가 필요하면 페인트 가게에서 사고, 뜨개질 가게어서 실을 사온다는 것. 우리나라엔 유리 가게나 뜨개질 가게가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가게가 없어져서 못 가는데, 쇼핑을 즐기는 런더너는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저자는 영국의 골목 상권을 한국 시장에 접목해 제안을 하나 한다. 사랑방으로 차세대 골목 상권을 만들면 어떨까 하며 '뜨개질 카페'를 제안한다. 스타벅스나 카페베네처럼 근사한 인테리어를 해놓고 벽에는 온갖 털실과 퀼트 천을 다양하게 늘어놓고 손님들에게 차도 팔고 뜨개질 노하우도 전수하는 카페 말이다. 그 옛날 뜨개질 가게가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했듯, 여인들끼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는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도 같다. 저자 말대로 뜨개질과 바느질, 자수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니 일리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의외네. 신기하다. 정말 그런가?' 하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런던에 대해, 런더너에 대해 상당부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해도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나라, 세계에서 철도가 처음 놓인 나라, 골프와 축구의 종주국이 아닌가. 오늘날 금융, 유통, 스포츠, 문화 산업, 요리, 로열패밀리 비즈니스 국가로 부를 착실히 쌓아나가는 선진국이 아닌가. 전시회, 음악회, 공연, 영화 등 복합 예술의 도시 아닌가. 그러니 자연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호사스럽게 생활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중고품에 열광할 만큼 검소하고 소박하다고 한다.
"사실 영국인에게 삶의 행복은 소박한 데서 온다. 오후에 티타임을 갖고,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채소나 꽃을 키울 수 있는 자그만 뒷마당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지루하고 밋밋한 일상이 곧 행복인 이들에게 변화는 평화로운 목장에 핵퍽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p163)
이러한 까닭에 백화점 보다 벼룩시장이 더 북적거린다.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은행가나 귀족이 학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자녀의 교복을 사서 입힌다. 학교는 벼룩시장에서 번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쓴다. 엄청난 재산가 이면서도 2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벼룩시장을 찾으며, 매달 자선단체에 큰돈을 기부한다. 검소하고 실용적인 런더너의 생활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성숙된 시민의식과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는 런더너, 일과 육아에 올인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라는 영국의 아이들, 건축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이 담긴 고층빌딩,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까지 책임지는 재미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 런던은 가히 매력적이다.
저자는 매력적인 기업도시 런던의 비지니스를 우리 시장에 끊임없이 연결한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 홀에 거대하게 서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다다익선>에서 "백남준과 함께 춤을" 이라는 이벤트를 열자고. 서울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과 함께 이 밤을"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자고! 벼룩시장으로 마케팅을 기획하라고, 엿보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라고, 폭설에는 좀 쉬자고, 회사 때려칠 생각 말고 어학 공부 열심히 해서 해외 주재원으로 일단 나가보라고 권한다.
런던과 런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의 문화, 국민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책읽기 였다. 관광지 런던에서 비즈니스 도시 런던을 만나며 앎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런던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