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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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만 가득한 책이 있다면 믿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질문으로만 이루어진 책, 책 제목도 질문이다. [무엇 WHAT?] 이런 책은 처음이다. 질문만으로 구성된 책을 쓴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못해 충격이다. 이 책은 평서문이 단 한 문장도, 단 한 줄도 나오지 않고 오로지 의문문으로 시작해 의문문으로 끝난다. 그런데 질문들이 모두 연결된다는 것이 더 놀랍다. 뜻도 없이 질문만 계속해서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 질문을 연결하면 저자가 전하려는 내용이 읽혀진다. 희한한 능력이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바꾸어 읽는 것. 그랬더니 메시지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무엇 WHAT?]은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첫 번째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싫어하는 것은?'이라는 20번째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20개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형식을 취하는 저자 마크 툴란스키의 방대한 지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목차도 위트가 넘친다. 보통 다른 책들은 "목차" 혹은 "차례"로 표기하는데 이 책은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0가지 질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차례일 뿐일까?"라고 쓰여있다. 이런 목차 또한 처음이다. 

 

첫 번째 질문 '어떻게 시작할까?'는 수많은 고전 가운데 질문으로 시작되는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재치 있는 첫문장이다. 이 질문에 마크 툴란스키는 이렇게 질문(답변 - 내게는 답변으로 읽힌다.)한다. 

 

"자본주의의 성서로 여겨지는 애덤 스미스의 18세기 저작 <국부론>도, 역시 공산주의의 성서인 칼 마르크스의 19세기 저작 <자본론>도, 심지어 진짜 성서조차도 질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변을 찾아낼 수 있는가?"(p18) 

 

물론 저자의 질문형 답변이 단순한 답변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심오한 질문이자, 답변이다. 저자는 20개의 질문에 철학, 종교, 심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녹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질문 자체는 굉장히 심플하다. 왜, 무엇, 누구, 어떻게, 언제, 내가 꼭, 내가 불운한 건가, 프로이드는 뭘 원했나, 그래서, 어, 노예 등 단순해 보이지만 목차에서 밝혔듯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나라면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아니 어떻게 질문할까? 그야말로 단순하고 간단하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적이고 해박한 저자는 헤밍웨이를 비롯해 프로이트, 니체, 플라톤, 셰익스피어, 데카르트,  드골, 디킨슨 등을 넘나들며 인생에 관한 심오한 질문으로 재탄생시킨다.  

  

다섯 번째 질문 '무엇?'은 어떤 질문이 맨 처음에 오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떤 질문이 맨 나중에 오는지, 즉 궁극적인 질문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누구'를 따지는 사람들이 험담하는 사람들이고, '언제'를 따지는 사람들이 조급한 사람들이고, '왜'를 따지는 사람들이 몽상가들이고, '어디'를 따지는 사람들이 길을 잃은 사람들이고, '어떻게'를 따지는 사람들이 실용주의자들이라면 '무엇'을 따지는 사람들은 사물의 핵심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적 추구의 핵심에는 '무엇?'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무엇'을 따지는 사람들이며, 근본적인 것들을 질문하는 민족이다. 가장 보편적인 질문은 곧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무엇'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엇?"이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닌단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오히려 '왜?'가 아닐까? 하지만 탈무드는 다음과 같은 답변으로 우리를 멈춰 세우지 않는가? "왜 아니겠는가?" 이것은 단지 똑같은 질문의 부정적인 버전에 불과한 걸까?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묻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탈무드조차도 '왜'를 역전시켰던 것처럼 '무엇'까지는 역전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까?"(p64)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왜 아니겠는가?'로 반문할 수 있지만, '무엇'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반문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질문 일색인 글을 읽으며 조금 혼란스러웠으나 저자는 질문을 잘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답형의 대답이 아닌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생활하면서 많은 질문들을 던지지만 실은 알면서 물어보는 경우가 허다하고 확인차 물어보는 게 태반이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하고 중요하지 않은 질문에 매달려 인생을 소모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일찌기 질문의 중요성을 간파한 헤밍웨이는 저자처럼  작품의 첫문장을 질문으로 연다. 그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물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우선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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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처럼 좋아졌어 - 여전히 서툰 어른아이 당신에게 주고 싶은 다시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 90편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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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되고,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왠지 시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을 써보내고픈 충동이 일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고운 시어로 노래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시를 쓰는 일은 정말이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그래서 그때 그때 상황과 정서에 어울리는 시를 찾아 기웃거리곤 한다. 그러다 딱맞는 시를 만나면 때론 행복하고, 때론 마음이 정화되고, 때론 위로와 힘을 얻고, 가끔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시의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시가 너처럼 좋아졌어>는 신현림 시인이 삶의 무게에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열정과 기쁨을 찾아주는 시를 골라 엮은 시집이다. 고단한 일상에 지친 어른들, 여전히 서툴고 힘겨워하는 어른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90편의 시를 모았다. 신현림 시인은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할 에너지를 주는 시, 다시 삶을 사랑하게 될 마법 같은 시, 삶의 변화를 서서히 촉구하는 시를 엄선해 담았다고 밝힌다. 1년 넘게 고민하며 고른 90편에는 도연명, 백석, 남진우, 황병승, 바이런 등의 시인이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기쁨 등을 주제로 노래하고 있다.    

 

잃은 것과 얻은 것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내 이제껏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잡은 것

저울질해 보니 자랑할 게 없네.

 

나는 알고 있네.

긴긴 세월 헛되이 보내고

좋은 의도는 화살처럼

과녁에 못 닿거나 빗나가 버린 걸.

 

그러나 누가 감히

이런 식으로 손익을 헤아릴까.

패배는 승리의 다른 얼굴 일지도 모르네.

썰물이 나가면 분명 밀물이 오듯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로 요약되는 시로 읽힌다. 슬프다가도 기쁜 일을 만날 수 있고, 기뻐하다가도 화를 당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 어디에도 만사형통과 승승장구의 삶이란 없다.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며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는 희망을 준다. 썰물이 밀물이 되어 오듯이! 미국 시인 중 가장 큰 영예를 누린 롱펠로우의 시를 오랫만에 만났다. 학창시절 영어 숙제로 롱펠로우의 영시를 외우느라 한참 씨름했던 때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으나 그의 시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다.

 

 

 

          인생 거울 

 

                                        매들린 브리지스 

  

 

당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놓으세요. 

그러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사랑을 주세요. 그러면 당신 삶에 사랑이 넘쳐 흐르고 

당신이 심히 가난할 때 힘이 될 거예요. 

믿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에 믿음을 보일 겁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왕과 노예의 거울이고, 

우리의 모습과 행동을 그대로 보여 주는 법. 

그러니 당신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신앙시로 읽힌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교훈과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나는 시다. 사랑과 섬김과 믿음에 대한 이 시에는 우주적인 법칙과 삶의 지혜가 스며 있다. 소개한 두 편에서 느끼듯 신현림 시인이 가려뽑은 90편의 시는 어렵지 않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시와 함께 시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실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러 시인들의 시를 통해 인생의 기쁨과 슬픔, 지혜를 엿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요해지는 시간을 선물한 시집이다. 시처럼 멋지고 활기차게,  시의 향내를 머금고 사는 삶을 꿈꾸게 해준 향기로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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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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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을 벤치마킹 하라

 

 

런던하면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대영박물관과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성을 연상시키는 타워 브릿지와 템즈강이 차례로 떠오른다. 안개, 영국 신사, 런던아이, 여왕, 패션, 금융, 미술관도 잇따라 생각난다.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수도 런던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런던 비즈니스 산책>은 여행지로서의 런던이 아닌, 제목 그대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런던을 다루고 있다.  

 

 

런던 소더비 미술대학원에서 아트 비즈니스를 공부한 저자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겪고 부딪힌 런던을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 기업이 혁신도시 런던을 벤치마킹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책 곳곳에서 창조경제의 선봉에 서 있는 런던의 무궁무진한 경영 비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 중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새로운 아이템의 소스로 활용해도 좋은 신개념 마케팅이나 혁신적인 경영 방식들이 눈에 띈다. 아고스의 신개념 마케팅은 그 중 하나다. 

 

 

"아고스는 유아용품부터 가구, 자전거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다 판다. 런던 시내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무엇보다 이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고객이 물건을 직접 만지거나 보지 않고 그냥 산다는 데 있다. 일단 아고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진열 상품은 하나도 없다. 다만 매장 곳곳에 카탈로그만 놓여 있을 뿐이다."(p149) 

 

 

4만 8,000여 개의 물품을 매장에 비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매장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승부를 건 아고스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인터넷 쇼핑도 아니고 어떻게 매장에 상품이 하나도 없고 카탈로그만 있는지, 우리 정서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카탈로그를 보고 상품번호를 직원에게 알려주면 5분 안에 상품을 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집에서 미리 상품은 물론 상품평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런더너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고스 외에 신기했던 것은 런던의 골목상권이다. 공연, 미술, 음악, 갤러리, 박물관, 미술관, 고층빌딩, 금융도시로 불리는 런던에 한국에선 이미 사라진 골목 상권이 존재하는 사실이 놀랍다.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할때 우리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를 주로 이용하거나 인테넷 쇼핑을 한다. 그런데 런던에서는 다들 한국의 1980년대 식으로 쇼핑을 즐긴다고 한다. 유리창이 깨지면 유리 가게에 가서 유리를 사오고, 페인트가 필요하면 페인트 가게에서 사고, 뜨개질 가게어서 실을 사온다는 것. 우리나라엔 유리 가게나 뜨개질 가게가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가게가 없어져서 못 가는데, 쇼핑을 즐기는 런더너는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저자는 영국의 골목 상권을 한국 시장에 접목해 제안을 하나 한다. 사랑방으로 차세대 골목 상권을 만들면 어떨까 하며 '뜨개질 카페'를 제안한다. 스타벅스나 카페베네처럼 근사한 인테리어를 해놓고 벽에는 온갖 털실과 퀼트 천을 다양하게 늘어놓고 손님들에게 차도 팔고 뜨개질 노하우도 전수하는 카페 말이다. 그 옛날 뜨개질 가게가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했듯, 여인들끼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는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도 같다. 저자 말대로 뜨개질과 바느질, 자수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니 일리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의외네. 신기하다. 정말 그런가?' 하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런던에 대해, 런더너에 대해 상당부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해도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나라, 세계에서 철도가 처음 놓인 나라, 골프와 축구의 종주국이 아닌가. 오늘날 금융, 유통, 스포츠, 문화 산업, 요리, 로열패밀리 비즈니스 국가로 부를 착실히 쌓아나가는 선진국이 아닌가. 전시회, 음악회, 공연, 영화 등 복합 예술의 도시 아닌가. 그러니 자연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호사스럽게 생활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중고품에 열광할 만큼 검소하고 소박하다고 한다.  

 

 

"사실 영국인에게 삶의 행복은 소박한 데서 온다. 오후에 티타임을 갖고,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채소나 꽃을 키울 수 있는 자그만 뒷마당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지루하고 밋밋한 일상이 곧 행복인 이들에게 변화는 평화로운 목장에 핵퍽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p163)   

 

 

이러한 까닭에 백화점 보다 벼룩시장이 더 북적거린다.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은행가나 귀족이 학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자녀의 교복을 사서 입힌다. 학교는 벼룩시장에서 번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쓴다. 엄청난 재산가 이면서도 2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벼룩시장을 찾으며, 매달 자선단체에 큰돈을 기부한다. 검소하고 실용적인 런더너의 생활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성숙된 시민의식과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는 런더너, 일과 육아에 올인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라는 영국의 아이들, 건축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이 담긴 고층빌딩,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까지 책임지는 재미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 런던은 가히 매력적이다.  

 

 

저자는 매력적인 기업도시 런던의 비지니스를 우리 시장에 끊임없이 연결한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 홀에 거대하게 서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다다익선>에서 "백남준과 함께 춤을" 이라는 이벤트를 열자고. 서울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과 함께 이 밤을"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자고! 벼룩시장으로 마케팅을 기획하라고, 엿보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라고, 폭설에는 좀 쉬자고, 회사 때려칠 생각 말고 어학 공부 열심히 해서 해외 주재원으로 일단 나가보라고 권한다.  

 

 

런던과 런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의 문화, 국민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책읽기 였다. 관광지 런던에서 비즈니스 도시 런던을 만나며 앎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런던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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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1
오형규 지음 / 한국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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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인문학의 동반자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적 시각으로 경제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책이다. 한마디로 경제학에 인문학을 접목한 책이다. 과학과 경제학, 역사와 경제학, 소설과 경제학, 영화와 경제학 등 인문학과 경제학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어떤 원리가 작동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 가운데 소설과 영화 속에 스며든 경제학의 원리를 찾아낸다는 발상이 신선해 먼저 펴들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하면 개구쟁이 톰이 울타리에 페인트 칠을 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싸움을 한 벌로 페인트 칠을 하게 된 톰은 페인트 칠이 하기 싫어 꾀를 낸다. 페인트 칠이 아주 재미있고 중요한 일인 양 태연하게 하기로 한다. 친구들에게 놀림받지 않기 위해서다. 때마침 친구 벤 로저스가 사과를 들고 나타나 톰을 놀리지만, 벤이 놀릴수록 톰은 아랑곳 않고 더욱 재밌고 진중하게 페인트 칠에 열중한다. 그러자 벤은 톰에게 사과를 통째로 주며 페인트 칠 하기를 간청한다. 지나가던 친구들도 자기 물건을 톰에게 주고 페인트 칠에 동참한다.  

 

 

여기서 톰의 행동은 경제학의 대전제인 '희소성'을 가리킨다고 한다. 누구나 욕구는 끝이 없는데 얻을 수 있는 자원은 희소하기에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p147) 이 장면을 경제학과 연관한 저자의 통찰이 놀랍고 신선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에 경제원리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이 경제원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갈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톰 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된 미국 중서부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해니벌은 톰 소여 덕분에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는 것. 톰의 집, 베키의 집 등의 푯말이 붙어 있는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관광객에게 돈까지 받고 페인트 칠을 시킨다고 하니 톰의 잔꾀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다.

 

 

희소성을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게 명품일 것이다. 희소성을 이용해 돈을 버는 명품업체 가방의 경우 한정판으로 몇 백 개만 만들어 제품마다 일련번호를 붙여서 판매하는데, 한 개에 1,000만 원이 넘어도 구매 희망자들은 몇 년씩 기다려 기어코 손에 넣는다. 귀할수록 갖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것인데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줄거리에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게 고작인 나의 책읽기와 저자의 깊고 넓은 독서와 너무 비교된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는 팡틴이 장발장의 공장에서 해고되는 과정을 경제학의 '주인- 대리인 문제'라고 말하며 감시비용에 대해 설명한다. 감시비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포장이사, 버스기사와 택시기사의 월급제를 예로 들고, 김유정의 <봄봄>에 나오는 머슴을 오늘날 일반 사무직에 비유하고 <동백꽃>의 소작농을 영업사원에 비유해 감시비용의 유무를 쉽게 설명해준다.  

 

 

영화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선  한쪽의 순위가 올라가면 다른 한쪽의 순위가 내려가는 형태의 경쟁인 '위치적 군비경쟁'과 군비경쟁의 과열을 막는 '군비축소협약' 에 대해 이야기 한다. 프로야구에서 한 팀 엔트리에 드는 선수를 25명 이내로 묶는 것과 대입 논술시험에서 글자수를 제한하는 것, 신입사원 채용 시 자기소개서에 분량 제한을 두는 것은 군비경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역사를 모르고선 경제를 논하지 말라는 역사와 경제학의 만남에선, 스스로를 중화러 부르며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 문명한 나라로 여겼던 중국이 4대 발명품을 갖고도 근대화에 뒤쳐진 까닭에 대해 말한다. 중국이 근대화에 뒤쳐진 까닭은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뒤쳐진 이유와 비슷하다. 

 

 

"고려 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직지심경)을 가졌고, 최무선이 화약을 개발했으며, 측우기 해시계 등을 발명한 조선 세종 때의 과학기술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과 일본에 의한 강제 개항에 이어 20세기 전반기를 식민지로 살아야 했다. 역시 사유재산권 보장이 미흡했고, 기술의 수혜자가 다수의 국민이 되지 못했으며, 대외적으로 폐쇄적이었던 탓일 것이다. 오늘날 개방적인 남한과 폐쇄적인 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것도 그 증거다. 폐쇄성은 결코 개방성을 이길 수 없다."(p99) 

 

 

역사와 과학, 문학과 대중문화, 사회과학은 경제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동반자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화폐가 생기기 이전의 물물교환이 경제활동이고, 과학의 발달이 경제 발달로 이어지듯 경제학은 인간의 삶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즉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는 인문학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쓰레기 종량제를 경제원리로 이해하기 보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환경사업으로 생각했는데 어떤 현상이나 제도를 보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오형규 저자는 어렵고 복잡한 경제용어와 경제원리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준다. 다양한 학문에 조예가 깊은 분이기에 쉽고 명쾌하게 경제학에 관해 설명하지 않나 싶다.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경제관련 도서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구성도 좋고 내용도 알차고 유익하다. 지루하고 딱딱한 역사를 쉽고 재미있는 역사서로 탄생시켜 '대중역사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학자처럼 저자도 '대중경제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독자들의 큰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책을 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문학사의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시리즈는 두번째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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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을 이겨낼 수 있다 - 인생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하나님의 은혜
맥스 루케이도 지음, 최요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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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인생

요셉은 꿈의 사람으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성경 인물이다. 비록 꿈을 이루기까지 13년이란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선 요셉의 극적인 성취는 참으로 짜릿하다. 마치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은 극적인 요소가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맞닥뜨린 구덩이의 위기로 시작된 요셉의 고비는 산 너머 산이라 하겠다. 그야말로 배신과 억울함으로 점철된 인생이다. 하지만 악을 선으로 바꾸시고 위기에서 건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요셉은 마침내 꿈을 이루고 만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노예로 팔려가고,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고난의 행보를 이은 요셉과 오늘날 갖가지 위기에 직면한 우리를 동일시한다. 우리도 요셉처럼 얼마든지 억울한 일을 겪을 수 있고, 불시에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 어두운 어두운 굴속에 갇혀 살 것만 같은 불안과 두려움에 빠질 때가 있다. 우울증이 평생 낫지 않을까봐, 평생 고함소리를 듣고 살까봐,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까봐 두렵다. 가파른 벽과 화를 내는 형들에게 에워싸인 굴속에 갇힌 채 우리는 질문한다. '내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올까?"(p28) 

 

물론이다. 구덩이 인생에도 볕 들 날이 반드시 온다고 한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요셉은 위기에 처했을 때 분노하고 원망하지 않았다. 요셉 특유의 성실과 인내로 13년을 묵묵히 견뎌냈다. 물론 그 과정에  하나님의 놀라운 개입과 인도하심이 있었지만 말이다. 복수심을 불태우지 않았으며 원망과 한탄으로 인생을 소모하지 않은 요셉의 자세는 하나님이 악을 선으로 바꾸시기에 더 없이 좋은 토양이었다. 

 

 

 

*악을 이기는 법을 배우며 기다리는 시간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구덩이에서 건져내시고 종살이와 옥살이에서 구원해주실, 악을 선으로 바꾸어주실 하나님을 기다리며 고난의 때를 견디라고 격려한다. 요셉은 그러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금세 해결되는 고난은 별로 없다. 그래서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시련을 겪는 이들에게 똑같이 말해준다.  

 

"힘을 내세요. 고난은 고통스러울 테고 금방 끝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고난을 선하게 바꾸실 겁니다. 그동안 어리석게도 순진하게도 계시지 마세요. 그렇다고 절망하지도 마세요. 하나님의 도움으로 고난을 이기실 겁니다."(p20)   

 

 

고난이 금방 지나간다고 섣부른 희망을 주지 않는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에게 신뢰가 간다. 목회자가 건넨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있다 더 깊은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를 보아서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고난을 선으로 바꾸실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 약속한다. 그렇다고 선으로 바꾸어 주실 것만 믿고 두 손 놓고 멍하니 있어선 안 된다. 고난의 때를 어리석게 보내지 말고, 절망하지도 말라고 당부한다. 분별력과 자제력 잃고 성급하게 행동하거나 부정적인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하지 말라는 말이다(p236). 이혼으로 버림받고, 부모에게 버려지고, 실직 당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내몰렸을 때 피하는 게 상책이 아니다. 이겨내야 한다. 이기기까지 아무리 더디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시간을 기다림으로 채우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격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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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선으로 바꾸실 것이라면 빨리 해결해주시면 좋으련만 하나님은 종종 뜸을 들이신다. 장장 120년이나 준비시킨 노아를 비롯해 모세, 아브라함, 다윗, 바울, 요셉 심지어 예수님 조차 30년이 지난 후 더 큰일을 하셨다. 뜸을 들이는 시간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악을 이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 “왜”라고 묻지 말고 “무엇”이라고 묻는 게 옳다. 상황을 바꿔달라고 하는 대신 상황을 사용해 변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맞다(p68). 이런 사람은 기다리는 시간을 나를 위한 훈련과 연단으로 시험(악 또는 실패)을 쓰시는 것을 이해하며(p266) 모든 어려움 속에서 이겨낼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다.  

 

"성경적으로 말해서 기다린다는 것은, 나쁜 결과를 예상하는 것도 걱정하는 것도 불평하는 것도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조종하는 것도 아니다. 또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흐트러짐 없이 기도와 믿음으로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잠잠히 참고 기다리면서 불평하지 않는 것이다."(p96) 

 

 

*실패를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아사 직전에 놓인 전 세계 인구를 기근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요셉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키셨다. 교회를 다녀도, 믿음이 좋아도, 기도를 많이 해도, 말씀대로 살아도 억울하고 슬픈 일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악을 선으로 바꾸신다는 사실이다. 요셉의 극적인 이야기 가운데 가장 흥분되는 대목은, 요셉도 알지 못하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위기를 모면하게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형들은 도단까지 찾아 온 요셉을 멀리서 보고 죽일 계획을 세운다. 요셉은 형들의 음모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야곱의 장남 르우벤이 이 일을 막고 나선다. 요셉의 생명은 해치지 말자고, 피를 흘리지 말라고, 손을 대지 말라고 형제들에게 말한다(창 37:21-22).  

 

르우벤이 어떤 사람인가. 아버지의 첩 빌하와 통간한 패륜아 아닌가. 그런 패역한 인간이 어떻게 요셉을 죽이지 말자고 형제들에게 말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을 르우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막으신 것이다. 중요한 건 하나님의 개입을 요셉이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위기인 줄도 모르는 사건에 개입하셔서 위기에서 구해주신다. 물론 모두가 다 아는 위기에서도 구해주신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배짱 좋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요셉은 실패자였다. 가족의 따돌림, 해외 추방, 노예 생활, 투옥, 하지만 시대의 영웅으로 보란 듯이 일어났다."(p210)  

 

하나님은 요셉의 완벽한 실패를 선으로 바꾸셨다. 형제들의 따돌림을 용서와 화해로, 해외 추방을 선민 일가의 이주로, 노예 생활과 옥살이는 총리를 위한 훈련과 연단과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셨다. 현재 이런 저런 모양의 고난을 당하는 이들, 실패자라고 낙심하는 이들에게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너는 지금을 이겨낼 수 있다>를 권한다. 가도가도 끝날 것 같지 않는 시련의 긴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모두 이 시대 요셉들이기 때문이다. 직조의 달인이자 건축의 달인인 하나님께서 수많은 이 시대 요셉의 삶에 개입하셔서 실패를 선으로 바꾸실 것을 또한 믿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 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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