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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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만 가득한 책이 있다면 믿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질문으로만 이루어진 책, 책 제목도 질문이다. [무엇 WHAT?] 이런 책은 처음이다. 질문만으로 구성된 책을 쓴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못해 충격이다. 이 책은 평서문이 단 한 문장도, 단 한 줄도 나오지 않고 오로지 의문문으로 시작해 의문문으로 끝난다. 그런데 질문들이 모두 연결된다는 것이 더 놀랍다. 뜻도 없이 질문만 계속해서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 질문을 연결하면 저자가 전하려는 내용이 읽혀진다. 희한한 능력이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바꾸어 읽는 것. 그랬더니 메시지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무엇 WHAT?]은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첫 번째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싫어하는 것은?'이라는 20번째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20개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형식을 취하는 저자 마크 툴란스키의 방대한 지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목차도 위트가 넘친다. 보통 다른 책들은 "목차" 혹은 "차례"로 표기하는데 이 책은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0가지 질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차례일 뿐일까?"라고 쓰여있다. 이런 목차 또한 처음이다. 

 

첫 번째 질문 '어떻게 시작할까?'는 수많은 고전 가운데 질문으로 시작되는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재치 있는 첫문장이다. 이 질문에 마크 툴란스키는 이렇게 질문(답변 - 내게는 답변으로 읽힌다.)한다. 

 

"자본주의의 성서로 여겨지는 애덤 스미스의 18세기 저작 <국부론>도, 역시 공산주의의 성서인 칼 마르크스의 19세기 저작 <자본론>도, 심지어 진짜 성서조차도 질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변을 찾아낼 수 있는가?"(p18) 

 

물론 저자의 질문형 답변이 단순한 답변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심오한 질문이자, 답변이다. 저자는 20개의 질문에 철학, 종교, 심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녹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질문 자체는 굉장히 심플하다. 왜, 무엇, 누구, 어떻게, 언제, 내가 꼭, 내가 불운한 건가, 프로이드는 뭘 원했나, 그래서, 어, 노예 등 단순해 보이지만 목차에서 밝혔듯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나라면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아니 어떻게 질문할까? 그야말로 단순하고 간단하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적이고 해박한 저자는 헤밍웨이를 비롯해 프로이트, 니체, 플라톤, 셰익스피어, 데카르트,  드골, 디킨슨 등을 넘나들며 인생에 관한 심오한 질문으로 재탄생시킨다.  

  

다섯 번째 질문 '무엇?'은 어떤 질문이 맨 처음에 오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떤 질문이 맨 나중에 오는지, 즉 궁극적인 질문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누구'를 따지는 사람들이 험담하는 사람들이고, '언제'를 따지는 사람들이 조급한 사람들이고, '왜'를 따지는 사람들이 몽상가들이고, '어디'를 따지는 사람들이 길을 잃은 사람들이고, '어떻게'를 따지는 사람들이 실용주의자들이라면 '무엇'을 따지는 사람들은 사물의 핵심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적 추구의 핵심에는 '무엇?'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무엇'을 따지는 사람들이며, 근본적인 것들을 질문하는 민족이다. 가장 보편적인 질문은 곧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무엇'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엇?"이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닌단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오히려 '왜?'가 아닐까? 하지만 탈무드는 다음과 같은 답변으로 우리를 멈춰 세우지 않는가? "왜 아니겠는가?" 이것은 단지 똑같은 질문의 부정적인 버전에 불과한 걸까?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묻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탈무드조차도 '왜'를 역전시켰던 것처럼 '무엇'까지는 역전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까?"(p64)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왜 아니겠는가?'로 반문할 수 있지만, '무엇'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반문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질문 일색인 글을 읽으며 조금 혼란스러웠으나 저자는 질문을 잘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답형의 대답이 아닌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생활하면서 많은 질문들을 던지지만 실은 알면서 물어보는 경우가 허다하고 확인차 물어보는 게 태반이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하고 중요하지 않은 질문에 매달려 인생을 소모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일찌기 질문의 중요성을 간파한 헤밍웨이는 저자처럼  작품의 첫문장을 질문으로 연다. 그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물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우선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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