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날 이런나 - '이런날 이런나' 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김도경 지음 / 올리브앤바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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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날 이런 나

김도경 | 올리브앤바인

그림에세이 / p.176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임을 기억하며 살자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하루하루를 반복해 보내다 보면 또 그 삶에 익숙해져 그냥 흘려보내게 된다. 그리고 어제가 오늘 같은 반복된 일상 속에서 감사함도 소중함의 의미도 놓치며 지낸다.

그러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의미를 일깨우는 책을 만나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서 나태해진 이 시기에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내가 「이런 날 이런 나」를 보는 순간 마음이 혹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적으로 읽을 시기가 왔어!라고 외치듯 그렇게 홀린 듯 읽기 시작했다. ㅋㅋㅋ

「이런 날 이런 나」는 김도경 저자님이 그린 그림 위에 사랑, 삶, 희망, 그리움이라는 주제의 짧은 글이 함께하는 감성 그림 에세이이다. 네 가지 주제 중 이상하게도 ‘삶’이라는 주제에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속 깊이 들어왔던 글은 다음과 같다.




길 위에는

보이지 않는

건반이 있다.

즐겁게 걸으면

경쾌한 탱고.

우울하게 걸으면

슬픈 소나타.

짧으면서도 공감이 가던 ‘삶’, 정말 그러하지 않은가?!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오늘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 또한 내가 어떻게 보고 걷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듯했던 글.




‘산다는 것’ 또한 아주 짧은 네 마디였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다 표현이 되어 공감이 갔다. 정말 살아가고, 살아 내다보면 살아지고 끝내는 사라 진다.






그리고 모두 이름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자판과 달리 홀로 외롭게 이름표가 없는 스페이스바가 쉬어주는 칸을 주고 쉼터를 만들어 주듯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끝을 맺지 않는 비워둠으로 울림이 오래가는 트라이앵글처럼 모든 것을 적당히 비워둠으로써 그 비워둔 만큼 채워진다는 사실 또한 가슴에 새겨본다.






이번엔 삶이라는 주제가 유독 와닿았지만 다음엔 그리움과 희망이 와닿을 수도 있듯 그때그때 나의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글이 달라질 거 같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모든 글이 ‘~날, ~나’로 끝이 난다. 그리고 독자에게 어떤 날, 어떤 나였는지 작성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책 마지막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왠지 해보라고 하면 또 고민을 해보게 된다. ㅋㅋㅋ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떠했던가 떠올려 보면서 '금요일 같았던 목요일 날, 휴일을 애타게 기다린 나'로 마무리를 해본다.😌

이런 날 이런 나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림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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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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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살면서 도덕적인 인물들도 봐왔지만, 맹세코 그는 절대 그런 부류가 아니야, 폼페이우스! 도덕적인 인물이라기엔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니까. 또 지나치게 오만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 p.110

어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 순간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건가 하고 카이사르와 융쿠스가 대화했던 부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읽었다. 그리고 융쿠스가 카이사르에게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절 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폼페이우스에게 융쿠스가 허락했다며 강행하던 카이사르.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 건가?!

500개의 십자가 속에 죽은 사람들의 광경이라니, 정말로 자신이 맹세했던 일을 이루던 카이사르의 앞날이 기대가 되면서도 무섭게 다가온다. 그리고 폼페이우스에게 카이사르는 짧은 시간에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되었고, 그가 거짓말로 자신에게 지시를 내린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둘의 관계는 적이 될까?? 본격적으로 그들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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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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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하고 법정은 시시하기 짝이 없을 때 니코메데스 왕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카이사르. 그리고 그로부터 왕이 되어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왕이 되어주게."
"아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에게 속한 땅은 로마에요, 니코메데스. 저는 여느 로마인과 마찬가지로 공화정의 가치를 굳게 믿으며 자라왔어요." p.66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거절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그런데 그 거절하는 이유를 듣다 보니 로마인이라는 자부심과 로마라는 나라를 사랑하는 자가 많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말 뼛속까지 로마인이 아닐 수 없다.

장례를 치르고 로마로 돌아가는 대신 로도스 섬으로 가서 아폴로니오스 몰론 밑에서 한두 해 정도 공부하려 했던 카이사르는 그곳에 가던 중 해적을 만나게 된다. 혹시 이건 최근에 읽었던 '바다 인류'에서 언급되었던 그 부분인가?! 오오옷!!

자신의 몸값으로 은화 20탈렌툼을 요구할 거라는 해적의 말에 자신의 몸값이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냐며 화를 내며 은화 50탈렌툼을 받으라 이야기하던 카이사르. ㅋㅋㅋㅋ 이런 포로는 처음이야!를 연발하며 폴리고노스가 눈을 반짝인다. 그리고 추후 자신이 풀려나면 해적의 소굴에 찾아와 남자들은 십자가형에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아버리겠다는 그의 말에 비웃던 해적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누구도 찾지 못했다는 해적의 소굴을 카이사르는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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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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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찬쉐 |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중국소설 / p.516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마지막 연인」. 사랑의 최고점을 지나 권태기를 겪는 세 커플의 사랑과 욕망의 본질을 이야기한다던 책 소개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제대로 자세를 잡고 집중해 읽게 만들었던 책이다.

실체하지만 실체하지 않는다. '정말 이 책 뭐지?!'라는 혼돈의 블랙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이야기의 끝이 궁금했고, 그럴수록 더 저자의 머릿속 세상이 궁금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그리고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만든 「마지막 연인」 이야기였다.




「마지막 연인」에는 의류회사 사장 빈센트와 아내 리사, 의류회사 영업부 존과 아내 마리아 그리고 고객이자 고무농장 주인 레이건과 농장의 일꾼 에다가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여인과 만남을 이어오는 빈센트로 인해 위기를 맞은 리사와 책 속 세상에 빠져 자신만의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으로 인해 소홀해진 마리아 그리고 연인이 되었지만 에다는 도망가고 레이건은 그녀의 행방을 쫓아가는, 한 쌍의 여인과 두 부부.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때로는 현실에서 때로는 비현실에서 실현되며 경계가 무너진 채 진행되는 가운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안에서 혹은 상대방의 뿌리에서 그 답을 찾으려 노력하며 헤매기도 하고, 욕망에 몸을 맡긴 채 나아가기도 한다. 그 과정을 함께 하며 어느새 홀린 듯 읽던 나조차 그들을 따라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으며 목적지를 찾게 된다.

그러다 마주친 적나라하게 드러난 욕망과 절망, 공허함은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까마귀, 말벌, 쥐가 득실거리는 공간 속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서로 광적으로 사랑을 나누던 격정이 사그라들고 이어오던 공허함과 외로움들이 몸서리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들의 모습들이 장정으로 그리고 밤의 수색활동으로 그려지며 표현된 점들이 좋았다.

아직은 서로에게 가기 위해 그 길을 찾고 있는 그들 모두, 자신만의 장정의 목적지를 찾게 되었을까? 결국은 돌아돌아 상대방의 흔적을 찾게 되고 서로 마주 보며 서로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리라.

인물 한 명, 한 명의 시선으로 보여주던 내면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되는 그 과정들이 때론 아리송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확실한 답을 찾기란 어려웠을 거라 본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주 볼 용기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리사 : 벙어리, 어디서 왔어? 알려줘. 나도 돌아가고 싶어.

벙어리 : 그길로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나는 길을 다시 새로 찾아야만 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너도 찾아야만 해.

빈센트 : 리사, 당신은 찾으러 안가? 난 가려고. p.116~117

ps. 중국의 카프카를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색다른 여정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권해본다.

마지막 연인, 인상 깊은 글귀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ESSE) 시리즈

"에다, 고모는 이제 없어."

"그래요. 그렇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마음으로 그를 기억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 아닐까요?" p.43

"절정이야말로 지옥이야. 풀어지지 않는 쾌감이 육체에서 소멸하고 있으니까" p.90

커튼은 절정으로 용솟음치다가 빛의 암울한 허상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빈센트! 빈센트! 당신은 외롭지 않아?" 리사는 힘껏 외쳤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p.95

"어떤 것을 움켜쥐는 순간 나머지 것들은 전부 허황된 것이 되고 말죠." p.119

"아니, 지하실로 안 돌아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밤이 되면 난 당신과 함께 찾아다닐 거야. 우리는 진짜 도박의 도시, 슬롯머신이 있는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p.338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요." p.372

"그건 행복인가요? 고통인가요? 행복인가요? 고통인가요……?" p.499

"대니얼,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 자신을 이야기의 숲으로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할까?"

"그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날마다 우리와 함께 있어요."

"고마워. 아들."

"하지만 엄마, 엄마 자신도 저와 아버지에게 속하지 않아요." p.503


+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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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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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오는지, 왜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모르지만 늘 느닷없이, 난입하듯 오는 그들. 바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페르소나주'들이다. 

등장인물을 '그들'이라 칭하며 설명되는 글들이 멋스러우면서도 감탄을 일으킨다. 정말 그들은 '주인'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비로소 일어나 움직이고 다른 인물들과 합류한다. 온전히 '주인'의 손에서 탄생하는 그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종이색 피부와 잉크에 젖는 생, 단어들은 그들의 살이, 동사들은 피가 되는 그 상황들이 너무나도 와닿지 않은가?!

그들이 우리에게 서약을 바친다는 표현도 너무 멋졌다. 적은 장수에 좋다며 읽기 시작했다가 오히려 페이지가 줄어드니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아껴서 읽어야겠다. ㅎㅎㅎㅎ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서약을 바친다. 그의 서약은 거의 절대적이다. 쓰여질 것! 그는 몽상의 황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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